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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 속에 나무 속에 없는 길을 내어
 시간의 숨구멍 속을 들여다보다가
 발자국마다 못 견딜 추억의 힘으로
 압각으로 내장을 찢고
 은근슬쩍 들여다보며
 시뻘건 심장을 움켜쥐었다가
 슬그머니 놓기도 하다가
 그 마음으로 그 손으로
 덜컥 돌의 심장까지 파고들어가
 누군가가 통각을 참다봇해
 시고 떫고 비릿한 마음을 내보이면
 녹차 한 잔 우려내어 달래곤 하다가
 검푸르게 맴도는 물갈퀴 같은 한 때를
 돌 속에 나무 속에
 사람을 집어넣었다 뺐다
 다시 집어넣었다 하다가
 어느 때는 떠나간 사람의 뒷모습
 그 숨소리를 파내느라 끙끙대기도 하다가
 돌에서 빠져나온 부스러기 같은 말로
 돌 같은 관계도 태연하게 새겨 넣는다

■ 시작노트
시간의 길이 인간학적 징후들을 내려놓기를 강요하는 반면 사라진 시간의 혼적들을 말의 형식으로 올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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