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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적으로 볼 때 도서관 열람실에서 도서관에 있는 자료를 이용하지 않고 본인의 교과서를 들고 가서 공부하는 것은 거의 예를 찾아볼 수 없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문화이다.
 많은 이들이 수험 및 취업 준비를 위해 불철주야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곳은 사전적 의미로 보자면 도서관이 아니라 '독서실'이라고 해야 맞다.
 이처럼 '독서실'을 '도서관'이라 부르는 도서관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과거 변변한 공부방이 없어 힘들어하던 많은 학생들이 독서실을 이용하기 위해 도서관을 찾기 시작한 데부터 일 것이다.
 독서실을 이용하는 학생들이 점차 많아지면서 도서관은 원래의 정보제공 기능은 퇴색된 채 단순히 공부하는 공간으로 전락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현상은 세월이 흐르면서 하나의 거대한 사회적 경향으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최근 책장 넘기던 소리도 나지 않던 조용했던 도서관이 다양한 변화를 꾀하면서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연중 독서관련 행사들이 열리고, 주말에는 가족나들이 장소가 되면서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게 되었고, 자연스레 도서관의 정적인 분위기가 깨지기 시작한 것이다.
 도서관이 발전하려면 '민원'이 중요한데, 이용객들이 조용히 공부할 공간만 원하니 도서관 인프라에 대한 적극적인 문제 제기조차 되고 있지 못하다. 이처럼 도서관의 역할과 기능을 왜곡, 축소시키는 잘못된 인식은 도서관이 갖고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계속해서 잠재우며, 도서관을 단순히 독서실 정도로 머물게 한다는 점에서 개선해야 할 문제인 것이다.
 '도서관 = 독서실'이란 이런 인식은 무엇보다 어렸을 때부터 필요한 자료와 보고 싶은 책을 언제든지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공공도서관에서 얻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마냥 이용자만을 탓할 수 만은 없는 노릇이다.
 원인이야 어찌됐든 도서관의 독서실화가 도서관 접근성을 약화시켜 도서관 발전을 저해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도서관의 독서실화 탈피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선 도서관 기능에 대한 인식변화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도서관은 시험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지식과 정보에 접근하고 열람하는 장소'라는 인식이 앞서야 한다.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빌리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지역주민을 위한 열린 문화공간으로 거듭날 때 진정한 도서관 발전은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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