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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1년 지방자치가 본격 시작된 지 벌써 20여년이 지났다. 국민들의 민주화 열망이 반영되어 시작한 지방자치제는 지방의회가 생기면서 시민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을 크게 높였다. 또 지방의회는 시민들의 삶에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주고 있고, 지방의회에 학자나 경제인, 시민운동가, 법률가, 예술가, 일반인 등이 참여하면서 지역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하지만 정작 지방의회에 진출한 의원들은 자신들이 가졌던 정치적 이상과 포부들이 냉엄한 현실 앞에서 좌절되는 경험을 쉽게 하고 만다. 유권자들에게 약속한 공약과 정책들을 실현하려고 애쓰지만 모자라는 예산과 법령 미비, 경쟁 정당의 견제 등으로 제대로 된 활동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임기종료 시점이 되면 공약과 정치적 이상을 잠시 제쳐놓고 다음 선거에 어떻게 살아남을지 고민하게 되고, 일부 지역의 지방의원들은 결국 공천에 영향력을 가진 기존 정치권력에 줄서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상대 당과 단체장에 대해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고, 소속 정당의 당론에 무조건 따르게 만든다.

 이러한 환경으로 인해 정책의 차이가 별로 드러나지 않는 단순한 지방의회와 자치단체의 살림살이에까지 정당정치의 입김이 작용하게 된다. 소속 정당의 정치적 이해를 관철시키려고 편법 날치기와 멱살잡이를 마다하지 않는 살벌한 국회의 모습이 고스란히 지방의회에서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이 결과 지방의회는 점차 시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실제 최근 지방행정연구원에서 발표한 '지방의회평가조사'에 의하면 지방의회의 이미지에 대해 긍정적 이미지는 30.9%에 머문 반면 부정적 이미지는 69.1%로 지방의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2배 더 높게 나타났다. 또 지방의회의 지역주민 의견 대변 정도에 대해서는 거의 대변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44.7%, 약간 대변하는 편이라는 응답(40.2%)보다 높았고, 전혀 대변하지 못한다는 답도 13.4% 나 됐다.
 이런 지방의회의 한계를 극복하고, 제대로 된 분권이 되기 위해서는 '지방의회법'이 시급히 제정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현재 지방의회는 지방자치법에 법률적 근거를 두고 있다. 중앙정치를 하는 국회의원들의 경우 국회법이라는 법률적 근거를 통해 의정활동을 하고 있지만, 지방의원은 '지방자치법'의 틀 속에서 지방자치단체의 권한과 혼재되어 있다. 이는 중앙정치와 지방정치의 갭을 가져오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지방의원들이 제대로 된 의정활동을 하려면 정치적 분권의 기초가 될 '지방의회법'이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
 지방의회법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본질을 훼손하고 있는 중앙정치 예속을 극복할 수 있다.
 '지방의회평가조사'에 의하면 지방의회의 문제점으로 의원의 전문성부족 41.5%, 의원비리 32.6%, 중앙정치의 예속 17.5% 을 꼽았다. 지방의원의 우선적인 개선사항으로 의원의 자질향상이 43.8%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의원의 전문성 확보 30.2%, 중앙정치로부터의 독립 16.4% 순었다. 의원 개개인의 자질과 도덕성을 제외하면, 지방의회의 가장 큰 문제점이 중앙정치의 예속이고, 이를 시급히 개선해야 지방의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집행기관의 권한이 너무 커서 지방의원들이 지방정치를 통해서 지역발전을 유도하는 것이 쉽지 않다. 따라서 제대로 된 지방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중앙정치를 하는 국회의원들과 동등한 권한을 지방의원들에게도 주어야 하며, 이러한 권한이 주어질 때 정치적 분권을 통한 지방분권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방의회법은 지방의회의 조직과 구성, 인사권, 지방의원 후원제도, 지방의원 보좌관제 등 제대로 된 의정활동을 할 수 있도록 세부적으로 규정해야 하고, 지방정부와 독립된 지방의회로써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방의회의 분권을 위해선 또 현재 지역구 국회의원이 가지고 있는 공천권을 완화할 필요도 있다. 현재처럼 지방의원 공천심사위원장인 지역구 국회의원의 공천권이 강력하면 주민을 위한 지방자치가 되기보다 국회의원에게 순종하는 지방의원을 양산할  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는 지역 특색에 맞도록 지방정책을 개발 또는 입법해 주민소득원을 창출하는 등 주민 복지와 서비스 증진 및 생활환경 개선을 통해 주민생활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런 만큼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 예속되지 않고 시민들을 위한 편익을 만들어내고 생활정치로 자리잡아가기 위해서라도 지방의회의 권한을 보장하는 법 제정과 공천제도의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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