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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도서관이 있었던가. 울산시 동구 봉수로에 위치한 동부도서관을 보고 처음 든 생각은 외관의 아름다움에 대한 놀람이었다. 해송들이 우거진 곧은길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코 끝을 스치는 솔내음이 싱그럽다. 도서관 가는 길이란 모름지기 이렇게 상쾌해서 몸과 머리를 식힐 수 있는 길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특히 요즘처럼 모니터와 책에 눈을 혹사시키는 현대인들에게 숲길이 주는 청량함이야말로 도서관을 찾는 시민들에게는 말 그대로 쉼터 그 자체일 것이다.



#국내 아름다운 도서관 16곳에 선정

사서의 옷 스타일에 있어 남다른 감각을 보여준 박미영 사서과장은 동부도서관이 국내 아름다운 도서관 16곳에 선정됐을 정도로 뛰어난 주변경관과 아름다운 건물외관으로 손꼽힌다고 했다. 박 사서과장은 몇 년 전 사서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국내 영화의 촬영지로 동부도서관이 섭외대상에 오를 뻔 했으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매점'이 카메라 빨이 받지 않았던 것과 울산이라는 지리적 위치 때문에 촬영지로 선택되지 못했다며 못내 아쉬워했다.


 지하1층 지상3층 건물의 도서관 지하에는 매점이 있고 1층에는 어린이자료실, 영유아자료실, 사서과, 제1문화강좌실, 정기간행물실, 장애인자료실 등이 있다. 2층에는 관장실, 종합자료실, 자유열람실, 제2문화강좌실이 있으며 3층에는 디지털자료실, 시청각실, 제3문화강좌실, 세미나실 등이 위치해있다.


 이중 특히 디지털 자료실은 울산시 관내 공공도서관 중 가장 큰 규모로 도서관을 찾은 날 역시 많은 시민들이 컴퓨터를 통해 각종 자료를 이용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곳에는 여기서 공부하면 시험에 꼭 붙는다고 소문난 자유열람실도 있다. 지난해만해도 교사 임용고시, 일반 공무원 시험, 심지어 공인중개사 시험까지 이곳에서 평소 공부하던 이용자들 중 합격의 소식을 전한 이들이 많다고 했다. 열람실 뿐 아니라 종합자료실, 정기간행물실을 이용할 수 있어 수험공부를 하는 학생들에게 여타 독서실보다 많은 것들을 제공하고 있어 많은 이용객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사물함, 화장실 등 깔끔하게 갖춰진 편의시설도 그 사랑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생활속 도서관' 도약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

1992년 개관한 이래로 동구주민의 하나뿐인 지성의 쉼터이자 지식의 요람 역할을 해 온 동부도서관. 역사는 짧지만 그간 이뤄놓은 흔적들을 보노라면 앞으로 동구의 미래가 밝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도서관의 다양한 면면을 보고 있는 동안 갑자기 어떤 여자 사서 한 분이 "여기도 좀 소개해 주세요"라고 하기에 가보니 새로운 보존서고가 둥지를 틀고 있었다. "매번 소개하시는 서가만 보여주시는 것보다 이렇게 그 전에 소개되지 않은 보존서고 같은 것도 보여주시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요"라며 예전에는 나무소재의 책꽂이에 두던 것을 이렇게 기계식으로 바뀌어서 이용도 편리해지고 안전해졌다고 소개했다.


 이렇게 자신이 일하는 곳에 애정을 듬뿍 갖고 있는 직원이 많은 곳. 어찌 좋은 일터라고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런 곳에서 일하는 사서들을 비롯한 여러 직원들이 부럽기도 했고 친절한 사서를 만날 수 있는 이 곳 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들도 부러워졌다.


 동부도서관의 보유장서는 도서 19만5,839권, 비도서 3만1,209권으로 총 22만7,048권이며 일일평균 이용자 1,905명(열람실 포함), 이용자료만 3,152권에 이른다. 특히 동부도서관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스마트폰 전자책이 936점 속해 있다.


 주로 찾는 이용객은 주말에는 나들이 겸 도서관을 찾는 가족단위가 많고 평일 낮에는 유아나 어린이들을 데리고 오는 어머니들 저녁에는 직장인들이 많다고 했다.


 생활속의 도서관을 만들겠다는 고경희 관장을 비롯한 사서 및 직원들의 의지는 각종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드러난다. 북스타트 운동 뿐 아니라 할머니가 들려주는 동화나라, 영화로 만나는 그림책, 도서관 순회 이야기잔치, 장애어린이 도서관체험학습 등 다양한 계층과 나이대를 고려한 많은 활동이 있다. 특히 여름휴가 때 선보이고 있는 해변문고는 방어진 앞바다 일산해수욕장의 해변에 도서를 비치해두는 것으로 바다 근처에 자리 잡고 있는 동부도서관만의 특색있는 찾아가는 도서관이다.


 박은영 사서는 이 해변문고가 피서객을 대상으로 처음 기획된 것과 달리 실제로는 안전관리 요원 등 해수욕장에서 주로 근무하던 사람들의 호응이 컸다고 회상했다.

#애정어린 직원들의 숨은 노력
오늘 만난 동부도서관의 모든 직원들은 마치 오케스트라 연주단 같았다. 무대가 시작된 후 고경희 관장의 지휘에 맞춰 사서나 직원들이 자신의 악기를 연주해 나가다보면 절로 좋은 곡이 완성된다. 눈에 띄는 솔로이스트는 없지만 그 자체로 이미 뛰어난 오케스트라. 이렇게 더 나은 도서관을 위한 직원들의 움직임 덕분에 동부도서관의 아름다움이 더 빛을 발하는 것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는 부족한 예산, 협소한 공간 등 현실적인 어려움들이 잘 해결돼서 보다 나은 동부도서관으로, 그들이 바라는 것처럼 시민들의 생활속 도서관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고경희 동부도서관장 "서재이자 놀이터·공부방이 되는 도서관"

고경희 관장(오른쪽 세 번째)이 직원들과 함께 새로운 프로그램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지난해 동부도서관에 다시 부임한 고경희 관장은 도서관에서만 30년 한평생을 보낸 베테랑 사서로 울산 도서관 역사의 산 증인이다. 1999년부터 2003년까지 그녀가 처음 동부도서관장으로 있을 당시 심었던 해송 묘목들도 어느덧 푸르르게 자라나 그간 흘러온 시간을 보여준다.


 그녀가 꿈꾸는 도서관은 한마디로 이용객들의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도서관이다.


 "도서관은 지역주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생활 속 도서관으로 거듭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린이, 학생, 주부, 노인, 다문화가족, 장애인 등 모든 이들이 필요한 지식정보를 얻는 것은 물론 여가를 즐길 수도 있고 필요한 활동들을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공공도서관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평소 직원들에게 사서란 직업은 신이 내려준 직업이므로 소명의식을 갖고 힘들지만 열심히 함께 해나가자고 격려한다는 고 관장은 그 스스로가 그 동안 닦아온 전문성을 발휘하기 위해 늘 노력해왔다. 남부에 관장으로 있을 당시 울산에서 최초로 북스타트 운동을 도입하는 등 독서문화를 확산시켰다는 공로로 대통령상까지 받은 전례가 있다. 동부에서 얼마 전 처음 시작한 북 트레일러운동 역시 고 관장의 아이디어라고 했다.


 "도서관 서가가 곧 자기의 서재이자 놀이터, 공부방이 되는 도서관을 만들고 싶습니다. 뭔가 재미있고 기대되는 도서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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