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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북구 두부곡1길 9번지(연암동 378번지). 상가들과 아파트 등 주택가가 줄지어 있는 이곳에 나지막한 도서관이 자리 잡고 있다. 얼마 전부터 작은 도서관 설립 바람이 불고 있는 북구에 2008년 개관한 이 곳은 북구의 대표 공공도서관 중앙도서관이다. 표지판을 따라 복잡해 보이는 도서관 길목을 지나 조금 걷다보면 어느 새 시야가 넓어지면서 지은 지 얼마 안 되는 도서관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주변에는 금연공원으로 지정되기도 한 상방공원과 주택지가 들어서 있어 쾌적하고 조용한 도서관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 북구 연암동 상가들과 아파트 등 주택가가 줄지어 있는 이곳에 나지막히 자리잡은 북구 중앙도서관은 2008년 개관한 북구의 대표 공공도서관이다.

# 걸어서 5분 거리 도심속 작은 도서관
최근 국내 많은 도시들이 5분 걸어 찾을 수 있는 도서관 등 다양한 이름아래 작은 도서관 짓기 운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가운데 울산에서는 북구가 그러한 운동의 중심에 있어왔다. 2003년 한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통해 개관한 북구 중산동 기적의 도서관을 시작으로 농소 3동, 1동, 중앙도서관, 염포양정도서관까지 이 흐름을 이어왔다. 다른 구에 큰 공공도서관이 한 개씩 건립돼 있는 것과 달리 북구에서는 이처럼 구립도서관이긴 하지만 규모가 작은 도서관이 여럿 건립되면서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 온돌방등 안방에 온듯한 편안한 분위기
이 작은 구립도서관들의 맏형인 중앙도서관의 이용시설을 보면 1층에는 어린이자료실이 있고 2층에는 종합자료실, 멀티미디어실이 자리하며 3층에는 북까페와 열람실이 있다. 어린이자료실은 온돌방 형식으로 아이들이 신발을 벗고 편하게 슬리퍼로 갈아 신고 책을 볼 수 있도록 해두고 있다. 앉기에 편안하게 디자인 된 소파가 눈에 들어오고 특히 독립된 공간으로 아이들이 편안하게 자기 방처럼 누워서도 책을 볼 수 있게 해둔 공간도 눈길을 끈다.
 종합자료실 역시 타 도서관에 비해 도서관 곳곳에 앉을 좌석을 마련해 이용자들의 편의를 돕고 있었다. 도서관을 찾은 날이 한가로운 평일 낮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종합자료실 내에 마련된 좌석은 사람들로 빈 곳이 없을 정도였다. 작지만 야물 차게 동네도서관으로서 자리매김한 중앙도서관의 모습을 재확인 할 수 있는 면이었다.


   
 

 
# 자원봉사 힘 보태 직원 빈자리 채워
중앙도서관의 소장자료 수는 장서 9만9,222권, 비도서 459점, 정기간행물 92종으로 규모가 크고 오래된 다른 구의 공공도서관에 비해서는 적은 편이다. 하지만 회원 수는 어느덧 3만 1,000명이 넘었고 일일 이용자 수가 1,029명, 하루 평균 대출권수도 634권에 달한다. 이렇듯 이곳은 작은 규모의 도서관 치고는 많은 이용자를 자랑한다.
 그에 비해 도서관을 운영하는 직원들의 실정은 좀 열악한 편이다. 총 직원 수는 7명으로 이 중 2명이 사서이지만 1명은 육아휴직을 신청해서 실제 이 도서관 전체를 맡고 있는 사서는 이하나 사서 혼자뿐이다. 이렇듯 부족한 인력 때문에 이곳 자원봉사자들의 활발한 활동은 도서관 운영에 매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중앙도서관에서 주기적으로 봉사에 참여하는 자원봉사자는 성인 자원봉사자만 41명으로 이들은 장서정리 뿐 아니라 훼손된 책을 수선하기 등 도서관이 매끄럽게 움직이는 데 윤활유 역할을 한다. 실제 도서관 층에는 이들을 위해 마련된 동아리실 등 별도공간도 있다.
 
   
 

# 베이비요가등 이색 프로그램 인기
중앙도서관에 대한 서준영 과장과 이하나 사서의 설명을 가만히 듣다보니 다른 도서관에 비해 특별한 프로그램도 많음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엄마와 함께 하는 베이비요가, 뮤직가튼 등은 다른 도서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이곳만의 특징적인 프로그램으로 시민들이 최근 선호하는 도서관의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요구를 충실히 잘 반영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해 10월부터 12월까지 세 달간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만 212명에 달하는 등 반응도 꽤 좋다고 했다.
 이처럼 북구 중앙도서관은 그 동안 열악한 문화시설로 이름이 드높았던 북구에 도서관의 역할 뿐 아니라 문화센터 역할, 주민들이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동네 사랑방 역할, 때로는 쉼터 역할까지도 해내는 팔방미인이었다. 책 읽기 좋은 북구, 도서관을 소통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서준영 관장을 비롯한 직원들, 자원봉사자들의 마음이 하나가 돼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도서관의 역할을 앞으로도 잘 이어나가길 기대해본다.

 #도서관에서 만난 사람-이하나 사서

"본래 기능에 다양한 요구도 충족해야"

현재 도서관 전체에서 유일한 사서로 활약 중인 이하나 사서는 막중한 일의 무게에 지쳤을 법한데도 인터뷰 내내 친절한 태도로 성심성의껏 도서관에 대한 소개를 해주었다.
 그녀는 "도서관이 우선 이용자가 필요한 책을 적재적소에 제공해야한다는 도서관 본래의 기능에 충실하되 최근 늘어가고 있는 시민들의 도서관에 대한 다양한 요구에도 충분히 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녀의 이런 말은 말로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결과로 나타나기도 했다.
 또 힘든 일이 많지만 도서관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찾으시는 90대 할아버지 등 도서관을 늘 찾아주시는 분들을 보면 힘이 나고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사서로 일한지 6년이 돼간다는 이 사서는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네 다섯 살 꼬맹이였던 아이들이 어느 덧 커서 초등학생이 돼 도서관을 찾는 것을 보면 확실히 어릴 때의 독서교육의 중요성을 실감하기도 하고 사서로서 이 아이들이 더 나은 방법으로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렇듯 넘치는 업무량에도 좋은 책을 선정하고 프로그램들을 개발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 사서가 가진 이용자들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 때문이 아닐까.

[서준영 중앙도서관장] "다문화학교 등 각종 프로그램 사람들 이어주는 다리 됐으면"

   
 

중앙도서관에 갓 부임한 서준영 관장은 사실 사서출신이나 도서관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간 다양한 업무를 통해 실력을 겸비해온 행정전문가다. 서 관장은 북구의 도서관들의 경우 울산 시내 타 공공도서관이 교육청 산하에 있는 것과 달리 북구청 산하 도서관과라는 행정 부서에 속해있어 도서관 정책과 관련 업무를 보다 효율적으로 펴 나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그가 생각하는 북구 중앙도서관의 역할은 무엇일까.
 서 관장은 우선 북구 주민들이 도서관을 찾음으로써 가족이나 이웃 간의 소통을 활발히 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된 정착이 힘든 이주여성들을 포함한 이민가족들이 보통 사회의 음지에 머무는 경우가 많은데 도서관 활동을 통해 사회에  활발히 참여함으로써 서로 비슷한 처지에 있는 친구들을 만드는 등 도서관이 사회에서 사람들을 이어주는 다리역할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실제 중앙도서관에서 시행중인 '책이랑 놀아요'란 프로그램은 두 살이 채 되지 않는 10명의 다문화가정 아이들과 한국인 아이들이 참여해 부모들끼리 서로 친해지고 이해하는 시간도 만들어가고 있다. 이외에 다문화학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도서관이 주민들이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는 통로로서 그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서 관장은 이처럼 도서관의 무궁무진한 역할에 대해 언제나 고민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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