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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차량에 고래와 암각화
신호등 음향은 귀신고래 합창
감성·창조·문화의 힘 새겨서
지역 정체성 자랑하면 어떨까


세계 어느 나라를 가든지 자동차에는 그 나라만의 번호판이 달려 있다. 모두 제 나라에서 정한 규격에 맞춰 만들어진 번호판이다. 자동차 번호판은 사람에 비유하자면 '이름표'나 '주민등록증' 이라고 할 수 있는데 번호판의 크기나 규격, 색상은 나라마다 또는 지역마다 제각각이다. 하지만 한 가지 공통된 점은 자동차 번호판의 모양만은 거의 사각형이란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전국 어딜 가나 통일된 규격에 맞춰져 획일적이지만 미국은 주마다 서로 다른 색상과 스타일을 갖고 있다. 또 개인 취향에 따라 내용과 색상, 무늬 등을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 유럽 역시 크기만 통일되어 있을 뿐 국가별로 색상이나 글씨체 등은 모두 다르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번호판에는 광역시 이상의 도시나 도에 따라 이름이 적혀 있고 숫자는 네 자리이다. 또 사업용 차량과 비사업용인 자가용의 번호판을 색상으로 구분해 놓았다. 단순하고 획일적이다. 도로에서 흥미롭게 보지 않는다. 단지 숫자만 기억할 뿐이다.

 90년대에 가본 미국에서 자동차 번호판을 보니 흥미로웠다. CALIFORNIA 같은 글씨를 필기체로 쓰고 알파벳과 숫자를 조합한 7자리로 구성되어 있었다. 더욱이 뉴욕에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건물을 새겨 놓았고 올랜드에는 오렌지를 그려 넣는 등 주마다 자기 땅을 상징하는 사물이나 동물을 번호판에 새겨 놓았다. 어느 차 번호판은 자신이 사는 주의 슬로건을 새겨 놓기도 했다. 이것이 개성을 나타낸 것인지 아니면 강한 지방자치제도 영향인지는 모르지만 도시 디자인이란 측면과 시민 각자의 다양한 취향을 보여주는 것 같아 보기 좋았다.
 2000년대 초 일본의 구마모토에 갔을 때 횡단보도나 교차로 신호등에서 녹색불이 들어올 때마다 새소리가 울리는 것을 보고 부러웠다, 구마모토를 상징하는 까마귀 소리를 들려주고 있었는데 삭막한 도시의 도로에서 새들의 지저귐에 잠시나마 서정을 느끼게 해주었다. 건널목에서도 소리는 달랐다. 뻐꾸기 소리가 나는 곳도 있었고 꾀꼬리 소리가 들리는 건널목도 있었다.

 이제 우리도 감성과 창조, 문화의 힘을 도로와 자동차 등에 새겨 보았으면 한다. 울산의 차량에는 고래나 암각화를 새긴다든지 하는 아이디어를 활용해보자. 시민 모두가 공감하는 아이덴티티 디자인으로 울산의 문화 정체성을 드러내고 울산의 고유성과 독창성을 자랑해보면 어떨까?
 건널목이나 횡단보도의 신호등 음향도 귀신고래 합창이나 떼까마귀 소리로 바꾸어보자. 그냥 단순한 한글 몇 자 적고 숫자를 나열한 번호판보다는 고래 그림이 더해지면 훨씬 더 눈에 띄고 보기도 나을 것이다.
 관련법을 먼저 살펴야 하고 지자체 스스로 번호판을 디자인할 수 있는지를 검토해야겠지만 자동차 번호판은 말 그대로 움직이는 설치미술이다. 울산을 홍보하고 울산임을 나타내는 좋은 환경미술이 될 수 있다. 이런 차원에서라도 자동차마다 울산의 정체성을 그려 넣어 더 멋진 자동차, 눈이 즐거운 도시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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