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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신문은 연중공동기획 '책 읽는 도시, 울산을 만듭시다'와 더불어 2016년 울산 대표도서관 개관에 대한 제언으로 '아름다운 도서관 갖기 운동'을 벌여나간다. 국내 도서관 뿐 아니라 세계 각지의 아름다운 도서관을 소개함으로써 울산시민들도 아름답고 훌륭한 도서관을 가질 수 있다는 꿈을 공유하는 기회의 장이 되었으면 한다.

 

▲ 뉴욕 맨해튼 42번가와 5번가 교차점에 자리잡고 있는 100년 역사를 간직한 고풍스런 석조건물의 뉴욕공공도서관. 세계 유수의 컬렉션을 자랑하면서도 낮은 문턱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개방적이라는 이 도서관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자료를 찾아 해외에서도 많은 이들이 찾아온다. 사진제공=뉴욕 공공도서관

실제로 뉴욕 공공도서관을 방문해 살아있는 도서관 현장을 소개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이랴. 현장의 목소리라도 담자 싶어 혹시 하는 마음으로 뉴욕 공공도서관에 이메일을 보내 서면인터뷰와 사진자료를 요청했다. 그런데 웬일. 며칠 후 뉴욕 공공도서관으로부터 답변과 풍부한 사진자료가 도착했다. 사진은 보도용으로만 사용해달라는 전제를 달고. 역시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는 도서관다운 면모였다.

# 이민자 지식배움터 역할 톡톡

▲ 눈 내린 겨울전경.

뉴욕공공도서관을 처음 찾는 이들은 우선 그 웅장한 외관에 압도당한다. 맨해튼 한복판에 자리 잡은 그리스·로마양식의 석조건물은 방문객들로 하여금 신선한 충격을 주기 충분하다.
 정문 앞에는 두 마리의 석조 사자상이 떡 버티고 앉아 있는데 이 사자상은 1930년대 뉴욕 시장이던 라가디아가 공황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견뎌내고, 새로이 개척정신을 다짐하자는 뜻에서 세운 것으로 '인내'와 '불굴'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이 사자상은 도서관의 상징으로 각종 도서관 행사 등에 사용되는데 대대적인 공사가 진행될 때는 사자상에 작업모를 씌워 상황을 알리고 뉴욕 양키스와 메츠가 경기를 벌일 땐 머리에 야구모를 씌어 뉴요커들의 흥을 돋운다. "도서관 때문에 맨해튼에서 이사를 갈 수가 없다"는 팬들이 많을 만하다.
 정문으로 들어서면 나타나는 넓은 홀은 영화 <섹스 앤더 시티>의 결혼식 촬영 장소인데 실제 결혼식장으로 임대되고 있다. 이곳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거대한 '장미열람실(Rose Reading Room)'이 나오는데 열람실 천장의 대형 샹들리에가 곳곳에서 빛을 발할 뿐 아니라 각 좌석의 개인 독서등이 불을 밝히고 있다.
 장미는 책과 연관이 많다. 유네스코가 정한 4월 23일 '세계 책의 날'에는 장미를 선물하는 전통이 그대로 남아 우리를 비롯한 세계 80개 나라가 기념한다. 장미열람실 역시 '지식의 길잡이'로 자처하는 뜻을 암시한다.
 
# 철강왕 카네기 '통큰 기부' 결실
▲ 인내·불굴의 상징 '사자상'.

뉴욕 공공도서관은 애스터 도서관과 레녹스 도서관을 발판으로 설립됐다. 이 두 도서관은 정부의 보조금으로 운영됐기 때문에 시 입장에서는 돈만 들어가고 시민의 불평이 끊이지 않는 골칫덩어리였다. 이에 뉴욕 주지사 사무엘 틸든이 두 도서관을 통합 1911년 새로운 도서관으로 탄생한 것이 오늘의 뉴욕 공공도서관이다.
 1901년 26대 대통령 루스벨트는 미국의 지도력을 세계에 알리고 뉴욕을 국제적인 도시로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는 시민에게 지적만족을 주고 세계문화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도시 위상에 걸맞은 도서관이 꼭 필요하다고 여겼다. 자유의 여신상이 이민자를 환영하는 희망의 등불이라면 도서관은 그들이 정착하는 데 필요한 피난처이자 생활의 근거지로 봤던 것이다.
 이 무렵, 도서관 발전사에 중요한 인물이 등장한다.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가 520만 달러를 기부, 워싱턴 의회도서관보다 더 많은 예산으로 뉴욕의 도서관을 세우도록 한 것이다. 카네기는 공공도서관의 기능과 가치를 잘 알았던 사람이다. 그는 자선사업의 대상으로 도서관을 선택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나는 대중을 위한 가장 좋은 기관으로 도서관을 택했다. 왜냐면 도서관은 이유 없이 아무것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도서관은 스스로 돕는 자만을 돕고 사람을 빈곤하게 만들지 않는다. 큰 뜻을 품은 자에게 책 속 귀중한 보물을 안겨주고 책 읽는 취미는 더 낮은 수준의 취미를 멀리하게 한다."
 
#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뉴욕도서관은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을 위한 곳이기도 하다. 어린 아이들이 즐겁게 책을 접하도록 해주고 취학 아동의 책에 대한 흥미를 끌어내 책이나 자료를 활용한 학습방법을 습득하도록 돕는다. 딱딱한 학교와 달리 느긋한 분위기 속에서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으로 다가서기 위한 노력이 분주하다. 육아로 고민하는 부모들을 위한 공간도 있는데 방대한 자료 뿐 아니라 독서상담 창구, 바쁜 부모들을 위한 식사반입이 가능한 강좌 등 다양한 서비스가 준비돼있다.
 
# 시민과 지역의 활력소
시민들에게 도서관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자료가 있다. 뉴욕시 전체 도서관 방문자 수는 시내의 모든 문화시설 방문자와 메이저 스포츠 팀 관전자를 합친 수를 능가한다. 또 도서관은 뉴욕의 시민 서비스 중에서 항상 1위에 랭크된다.
 보유장서 750만권, 하루 이용자가 10만 명이 넘을 정도로 활기 넘치는 뉴욕공공도서관. 외지인이 뉴욕에 이사 오면 자유의 여신상이 환영 인사를 하고 도서관이 오리엔테이션을 시켜서 진정한 뉴요커로 만들어 준다는 말이 있다. 유난히 타지에서 온 이들이 많은 울산. 우리에게도 울산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시켜 줄 수 있는 또 하나의 공간이 될 도서관이 생기길 바래본다.

▲ 영화 촬영지로 유명해진 결혼식장.


 

[레이몬드 펀 사서·엘리자베스 버드 어린이자료실 담당자 e-메일 인터뷰]

도서관은 다음 세대 요구까지 만족시켜야하는 공간


# 레이몬드 펀 사서
뉴욕공공도서관은 뉴욕 나아가 미국과 전세계의 모든 이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도맡고 있다.
 특히 어떤 나라에서 왔건 어떤 언어를 쓰는 이용자에게도 그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한다는 데 우리 도서관의 가치가 있다고 본다. 우리는 뉴욕시민들에게 최상의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늘 고군분투한다. 정보의 홍수에서 시민과 학자 그리고 평생 동안 배우려는 사람들을 위해 더 나은 정보를 창조해내는 일. 그것이 우리의 역할일 것이다.
 
▲ 울산시립도서관(예정)이 울산의 대표도서관으로 거듭나는데 한마디 조언을 해준다면?
-도서관이 진실로 훌륭한 곳이 되기 위해서는 충실한 사업계획이 마련돼야할 뿐 아니라 실전에서 그 계획들이 잘 맞아들어 제역할을 해야한다.
 무엇보다 시민들이 도서관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도 참 중요하다. 도서관은 늘 시민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므로 시민들이 도서관을 지원한다면 시민과 도서관 모두에게 이익이 되리라 믿는다. 서로가 신뢰하고 지원할 때 도서관은 시민들을 위한 진정한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
 
# 엘리자베스 버드 어린이자료실 담당자
▲ 뉴욕공공도서관은 뉴욕시민들에게 어떤 역할을 하는 곳인가
-뉴욕공공도서관은 말그대로 뉴욕시민을 위한 곳이다. 우리 도서관은 그 동안 구축된 시스템과 방대한 자료량으로 어떤 나라에서 온 어떤 언어를 쓰는 이용자의 요구도 만족시킬 수 있다. 때문에 뉴욕 시민들 뿐 아니라 세계 모든 이들이 이용할 수 있다. 게다가 갓난아기들이 보는 책부터 창업서적까지 어떤 주제라도 이용자가 필요로 하는 책을 제공한다는 자부심이 있다.
 
▲울산시립도서관(예정)이 울산의 대표도서관으로 거듭나는데 한마디 조언을 해준다면?
-무엇보다 시민들이 원하는 바를 들어야 한다.
 훌륭한 도서관은 지역사회의 요구 그리고 다음 세대의 필요와 요구까지 만족시키는 공간이다. 옛것과 새 것을 조화시켜 그 동안 성공적이었던 것은 이어나가고 필요 없는 것은 과감히 쳐내는 것도 중요하다. 언제나 이용자들을 위해 더 나아지기 위해 생각하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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