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가장 화제가 된 청소년문제라면 단연 '학교폭력'이다. 학교폭력의 원인은 여러 가지로 꼽을 수 있는데, 그 중 '온라인 게임'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에 중독된 아이를 둔 부모라면 '우리아이도 혹시나 학교폭력을….'하는 걱정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청소년들이 게임에 중독되고 학교 폭력까지 휘두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러한 청소년 문제와 관련, 과잉행동을 불러일으키는 'ADHD'에 대해 마더스병원 황병주 소아청소년정신과장에게 들어 봤다.

▲ 마더스병원 황병주 소아청소년정신과장이 ADHD에 대해 상담하고 있다.

일부는 선택적 집중력 발휘로 조기발견 애로
약물로 70~80% 부작용 없이 행동 개선 효과
놀이·사회성 훈련 병행하면 치료 효과 배가

# 뇌 전두엽기능 이상시 발생
울산 남구에 사는 이 모(38)씨는 초등학교 2학년 딸을 데리고 소아청소년정신과를 찾았다. 최근 아이와의 사이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남편과 함께 직장을 다니고 있는 이 씨는 등교준비로 꾸물대는 아이와 매일 아침 실랑이를 벌인다. 그는 딸이 숙제나 공부를 시키면 집중하지 못하고 딴 짓을 하며 10분이면 끝낼 과제를 1시간 넘게 끌며 애를 닳게 한다고 말했다. 엄마가 지키고 있지 않으면 금방 자리를 이탈해 버리는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란다.
 검사결과 아동은 주의력결핍으로 인한 과잉행동장애 'ADHD'로 진단됐다. 이 씨는 평소 아이의 행동이 과격하거나 크게 부산스럽지 않아 ADHD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며 혼란스러워 했다.

# 게임중독·학교폭력 요인으로 거론
주의력 결핍-과잉행동 장애(ADHD)는 아동기에 많이 나타나는 장애로, 지속적으로 주의력이 부족해 산만하고 과다활동, 충동성을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증상들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아동기 내내 여러 방면에서 어려움이 지속되고, 일부의 경우 청소년기와 성인기가 되어서도 증상이 남게 된다.
 ADHD는 두가지 유형이 있다. 첫 번째는 '과잉행동-충동형'으로, 몸을 잠시도 가만두지 못하고 움직임이 심하면서 교우관계에서 잦은 마찰을 일으키는 유형으로 비교적 발견이 잘 된다. 두 번째는 부주의형이다. 과잉행동증상이 미미해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지만, 과제 시 주의집중이 어려워 '수업 중 멍해 보인다'거나 준비물을 빠뜨릴 때가 잦다. 또 '할 일을 잊어버릴 때도 있다'는 지적을 교사로부터 흔히 받는다. 이 유형은 여아에게 많으며, 늦게 진단되는 경우가 많아 치료가 늦어져 대개 예후가 더 나쁘다.
 
# 성인 사회 부적응 까지 이어 질수도
이처럼, ADHD에 대한 오해로 인해 조기발견이 늦어지는 경우는 또 있다. '우리 아이는 만들기나 컴퓨터게임 할 때는 집중을 잘 한다'며 진단을 받아들이지 않는 부모님도 있는데, 아무리 산만한 아동이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일부 활동에는 선택적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다. 문제는, 지루하거나 자기 관심사가 아닌 것에도 집중할 수 있어야 하는데 ADHD 아동은 이것이 힘들다.
 또 다른 문제는 약물치료에 대한 오해이다. 약물치료를 최후의 수단으로 여기고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이나 심리적 치료를 전전하다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흔히 부모님들은 약물치료에 대해 부작용 혹은 중독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로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른 편견에 불과하다. ADHD는 뇌의 전두엽기능이상으로 인해 발생하고, 이를 정상화시켜주는 약물치료가 전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ADHD의 핵심증상 개선에는 약물치료가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 의학적으로 입증되어 있고, 70-80%의 환자에서 큰 부작용 없이 치료효과를 얻을 수 있다. 약물치료를 권유받는다고 해서 병이 심각하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고, 증상개선을 통한 기능회복의 경과를 보면서 놀이치료나 사회성훈련 등을 병행하면 최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ADHD를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학습장애, 또래관계 문제 등으로 학교적응에 곤란을 겪기 쉽고, 자존감 저하로 이어져 청소년기 우울증이나 인터넷중독, 비행행동의 중요한 원인이 된다. 또한, 일부의 경우 성인기까지 증상이 이어져 알콜의존, 직업적 기능손상, 성격장애 등의 후유증을 겪을 수 있는 중요한 질환인 만큼, 조기에 전문의와 상담을 요한다. 김은혜기자 ryusori3@

[■ ADHD 자가진단 테스트]

1. 주의력 결핍과 과잉행동 장애의 진단은 1)또는 2)번 중 한 가지일 때 가능하다.
1) '부주의'에 관한 다음 증상 가운데 6가지 이상의 증상이 6개월 동안 부적응적이고 발달 수준에 맞지 않는 정도로 지속된다.
- 흔히 세부적인 면에 대해 면밀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거나, 학업, 작업, 또는 다른 활동에서 부주의한 실수를 저지른다.
- 흔히 일을 하거나 놀이를 할 때 지속적으로 주의를 집중할 수 없다.
- 흔히 다른 사람이 직접 말을 할 때 경청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 흔히 지시를 완수하지 못하고, 학업, 잡일, 작업장에서의 임무를 수행하지 못한다.(반항적 행동이나 지시를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님)
- 흔히 과업과 활동을 체계화하지 못한다.
- 흔히 지속적인 정신적 노력을 요구하는 과업(학업 또는 숙제 등)에 참여하기를 피하고, 싫어하고, 저항한다.
- 흔히 활동하거나 숙제하는 데 필요한 물건들(예: 장난감, 학습 과제, 연필, 책 또는 도구)을 잃어버린다.
- 흔히 외부의 자극에 의해 쉽게 산만해진다.
- 흔히 일상적인 활동을 잊어버린다.
2) '과잉행동-충동'에 관한 다음 증상 가운데 6가지 이상의 증상이 6개월 동안 부적응적이고 발달 수준에 맞지 않을 정도로 지속된다.
- 과잉행동 증상
- 흔히 손발을 가만히 두지 못하거나 의자에 앉아서도 몸을 꼼지락거린다.
- 흔히 앉아 있도록 요구되는 교실이나 다른 상황에서 자리를 떠난다.
- 흔히 부적절한 상황에서 지나치게 뛰어다니거나 기어오른다. (청소년 또는 성인 경우에는 주관적인 좌불안석으로 제한될 수 있다)
- 흔히 조용히 여가 활동에 참여하거나 놀지 못한다.
- 흔히 "끊임없이 활동하거나" 마치 "자동차(무엇인가)에 쫓기는 것"처럼 행동한다.
- 흔히 지나치게 수다스럽게 말을 한다.
- 충동성 증상
- 흔히 질문이 채 끝나기 전에 성급하게 대답한다.
- 흔히 차례를 기다리지 못한다.
- 흔히 다른 사람의 활동을 방해하고 간섭한다(예: 대화나 게임에 참견한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