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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책을 700권 읽은 가족이라니.'
 지난 번 울주도서관 정재승씨네 가족처럼 매주 주말 아침을 부지런하게 보내겠지란 생각을 했지만 실제 이번에 만나게 된 이 가족의 모습은 오히려 평범했다. 소연씨네 주말 아침 풍경은 여느 집들처럼 여유롭다. 소연씨는 평일아침을 바쁘게 보내는 애들이 안쓰러워 주말만큼은 늦잠을 자게 놔둔다고 했다.
 한가로운 아침을 보내고 오후 1시가 되서야 도서관을 향한다. 첫째 승이(16)양은 중학생이다보니 엄마가 책을 대출해 줄 때가 많고 둘째 세민(10)이만 엄마 손을 잡고 도서관을 찾는다.


▲ 지난 1989년 울산의 두 번째 공공도서관으로 설립돼 많은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지식의 쉼터, 남부도서관은 23년간 시민들의 요구를 반영하면서 꾸준한 발전을 이뤄왔다.

 남부도서관에 들어서자 세민이의 발걸음이 향하는 곳은 3층 디지털자료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세민이에게 이 곳은 천국.
 최근에는 한국 에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을 어찌나 많이 봤는지 장면도 일일이 다 외울 정도다. 책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릴까봐 일부러 책을 읽게 하진 않았다는 소연씨. 그렇지만 학습만화 등으로 책 읽는 즐거움을 주고자 노력했다고.

 그래서인지 이집 아이들은 동네에서 착하고 공부잘하는 애들로 소문이 났다. 특히 승이는 얼마전 중3이 되면서 영어 수학 단과학원을 처음 가게 된 것 빼곤 학원 한번 안다녔지만 성적은 반 1~2등, 전교에서도 상위권이다. 그 비결은 책과 엄마의 사랑에 있다.
 스무살을 갓 넘기고 결혼하게 되면서 공부와 자기개발을 마음껏 하지 못한 소연씨는 애들이 큰 후엔 한 사이버대학교의 상담심리학을 전공하며 공부를 하며 틈나는대로 애들에게 책을 읽어줬다. 또 교육학, 보육서를 많이 읽었단다.

 엄마가 공부하는 모습은 애들에게 공부는 특별한 게 아니라 공기처럼 늘 주변에 있는 당연한 것이 됐다. 평소 부지런한 소연씨는 인터넷, 책, 신문에서 각종 필독서 목록을 찾아 애들의 기호에 맞게 읽히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승이는 자연스레 각종 글짓기대회에서 입상을 할 정도로 뛰어난 국어실력을 보이기 시작했고 어휘력과 사고력이 길러지자 다른 공부를 이해하는 것도 편해졌다. 사교육에 의존하는 학부모들이 한번 쯤 귀기울여볼 만한 대목이다.

 도서관 뿐 아니라 나들이겸 부산 해운대의 큰 서점을 찾기도 한다는 소연씨네 책 사랑은 이처럼 아이들이 어떤 일을 해 나가든 큰 발판이 될 지식으로 쌓여가고 있다.
 
# 1989년 울산 두번째 공공도서관으로 탄생
지난 1989년 울산의 두 번째 공공도서관으로 설립된 남부도서관은 그간 많은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도서관을 찾았던 이 날도 모든 자료실이 사람들로 가득 차 발 디딜틈이 없었다. 둘러보니 특색있는 곳과 프로그램들이 눈에 띈다.
 먼저 지난 1월 문을 연 북까페가 눈에 들어 온다. 지하 1층의 이곳은 도시락과 컵라면을 먹던 기존 매점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고 지인들과 담소를 나눌 수 있는 문화사랑방이다. 이용자들의 입맞에 맞는 일반인을 위한 취미와 인테리어, 여성·청소년을 위한 잡지 등 총 50여종의 잡지를 비치 아늑하고 책 읽기 좋은 공간으로 거듭났다.
 
# 주말학교·다문화학교 등 다양한 프로그램
주5일제 시행으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주말학교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사실 도서관은 이처럼 지역사회가 더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늘 고민하는 곳이다.
 주말학교에서는 동화구연, 북아트, 과학과 마술의 만남, 팝송으로 배우는 영어표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박물관, 공원, 산업체 및 공공기관 견학 활동 등도 더해져 아이들의 열띤 참여를 이끌예정.
 다문화 가족들을 위한 한글수업, 장애아 어린이와 책을 읽어주는 자원봉사자의 만남인 독서짝꿍 역시 남부도서관의 자랑거리다.
 
# 사서들이 뭉친다 '책과 도서관 연구회'
사실 사서일을 하다보면 바쁜 업무시간 때문에 책 읽을 틈 내기가 어렵다고들 한다. 이 때문에 이 곳 사서들은 한 달에 두 번 정기적인 독서토론을 갖는다. 신간을 읽고 토론하거나 시 낭독, 시사토론도 한다. 이용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처럼 남부도서관은 남녀노소 국적불문 다양한 이용자들의 필요와 입맞에 맞는 자료확보와 프로그램 개설을 통해 지식창고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 매순간 바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겉은 평온하지만 그 안서는 다양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 바로 요즘 도서관들의 모습이란 생각이 들었다. 모든 열정과 노력은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남부도서관의 앞으로의 변신이 기대되는 이유다.


▲ 도재환 관장과 한복희 사서과장.

[도서관에서 만난 사람-한복희 사서과장] "다시 태어나도 이 일 할 것"

지적인 풍모에 야무진 말솜씨까지 더해져'사서'라는 직업이 참 잘 어울리는 한 사서과장에게 물었다.
△ 30년을 넘게 사서로 일해왔다. 당신에게 사서란 어떤 직업인가.
- 다시 태어나도 사서로 일하고 싶을 정도로 애정을 갖고 있다. 책속에 늘 둘러싸여 있고 평생 닦아온 역량으로 이용자의 필요를 채워줄 수 있는 것. 그 일을 하는 자체로 행복한 직업이 바로 사서다.
△ 특별히 뿌듯하거나 기억나는 순간은
- 물론 그간 힘든 적도 많았지만 이 일을 하다보면 이용자들이 기뻐할 때 가장 뿌듯하다. 예전에 석사학위 논문을 준비하던 한 이용자가 시급히 자료를 찾아달라고 도움을 요청했는데 찾아보니 그 책이 국회도서관에 소장돼 있었다. 대출불가로. 하지만 여러 노력을 거쳐 그 책을 결국 기일 내 대출해 줬던 때가 생각난다. 사서의 존재의미란 그런 것이다. 이용자가 있기에 사서가 있다.
 "다시 태어나도 이 직업을 택하겠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에게서 자신의 직업에 최선을 다하는 프로의식과 사명감이 동시에 느껴졌다.
 이곳에서 만난 곽둘림 독서교육지원팀장, 이경숙 종합자료실팀장 등 다른 사서들 역시 도서관과 자신들의 역할에 열정을 다하는 모습들이었다.

[도재환 남부도서관장] "도서관은 울산의 미래… 장서 확보 노력"
올해로 남부도서관에 부임한 도재환 관장의 첫 인상은 '변화에 대한 열정과 의욕이 가득한 사람'이었다.
 그와 직원들이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니 문득 선장이 배를 일두지휘하고 그에 따라 선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들이 그려졌다.
 이처럼 도 관장은 남부도서관이란 배가 더 나은 곳으로 항해하도록 늘 방향키를 조정하고 선원들이 모진 해풍과 도처에 깔린 암초를 이겨나갈 수 있게 독려하는 선장이다.
 울산의 도서관들은 여전히 인력, 예산, 공간 부족이라는 현실적인 암초에 직면해 있다. 도 관장은 사서들이 이 암초를 피하거나 헤쳐나갈 수 있게 늘 자신이 먼저 해결방향을 고민하고 실행하는 사람이다. 예산,장서확보를 위해 행정지원에 총력을 다하고 직원들의 각종 아이디어에도 열린 태도를 보여준다.
 스스로가 아이디어 뱅크로 소문 난 도 관장의 도서관 철학은 한 마디로 "도서관은 울산의 미래!"다.
 미래를 가늠하기 위해선 우선 과거에 대해 잘 알아야 하듯 그는 울산과 남구의 향토자료를 더 수집하기 시작했다. 또 도서관 본연의 기능인 장서 확보를 위해 애쓰고 있다. 특히 그간 울산에서 많이 부족했던 전문서적들도 더 확보하겠다고 하니 기대가 큰 부분이다.
 이처럼 도서관의 전체운영방향, 본연의 기능, 홍보까지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는 도 관장을 보니 남부도서관의 미래, 나아가 울산의 미래도 밝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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