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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0여명 재능기부로 살아 움직이는 도서관
평일 오전 북구 농소3동 도서관. 이 곳의 아침은 평소보다 부산하다. 봄을 닮은 초록빛 앞치마를 입은 아주머니들의 손길도 덩달아 분주하다. 지난주부터 새 책 700권이 줄지어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책 짐을 풀고 바코드를 매겨 등록한 후 서가로 이동시키기 까지 모든 과정이 이들의 손길을 거친다. 이제 막 세상에 나온 책들이라 그 손길은 조심스럽기 그지없다.

▲ 고층빌딩 숲 사이에 나지막히 자리한 농소3동 도서관. 규모는 작지만 지난 2005년 개관한 이래 지식에 목말라있던 북구 주민들의 대표적인 지식창고 역할을 톡톡히 해오고 있다.

 도서관에서 신간이 들어오는 날은 참 설레기도 한 반면 막중한 일의 부담으로 다가온다. 특히 사서나 관장을 포함해 도서관 전 직원이 4명뿐인 이 도서관의 경우 프로그램개발, 이용자서비스 등 기본적인 업무만 따져도 할 일이 태산 같은데 신간이나 수서정리 업무는 꿈도 꾸지 못한다.

 이 곳의 일일 이용객은 평균 662명으로 규모가 더 큰 북구중앙도서관과도 큰 차이가 없다. 많은 이용객수에다 시행하고 있는 프로그램도 많기 때문에 따라서 겨우 4명인 이곳 직원들은 자원봉사자나 주민들의 도움 없이는 도서관 운영자체가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주민들의 재능기부야말로 도서관을 움직이는 핵심요소란 얘기.

 이곳 자원봉사자는 1,000여명에 달한다. 일반인이 100여명, 청소년이 900여명인데 그냥 자원봉사자로 등록되는 것이 아니라 분류에 따라 그에 맞는 소정의 과정을 거친다. 특히 사서도우미 자원봉사의 경우 몇 주간 교육기간을 갖는다는 점에서 기본적인 사서로서의 소양도 쌓게 된다.

▲ 신간은 도장, 마무리 작업 등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을 거쳐 서가로 향한다.

# '자봉단서 전문교사로' 평생교육의 장
흥미로운 것은 자원봉사자로 처음 도서관을 찾은 이들 중 북아트 전문가, 독서코치 등 독서전문가의 길을 걷게 되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다는 것이다. 자원봉사로 시작해 독서 프로그램 강의까지 맡게 된 홍은희씨와 홍영은 씨도 그 주인공. 도서관에 관심이 많아 견학팀장으로 활동했던 은희씨는 현재 이를 발판으로 대학교 보육교사 평생교육원과정까지 듣고 있다. 영은씨 역시 색동어머니회 자원봉사로 시작했다가 지금은 도서분류법, 팝업북 만들기 과정의 강의를 담당하게 됐다.

 이는 도서관이 단순한 책을 대출하는 공간이 아닌 평생교육의 장으로서 기능하고 있는 것으로 지역도서관이 지역주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이 날 신간정리를 위해 도서관을 찾은 임미애씨 역시 책이 좋아서 처음 오게 된 도서관에서 자원봉사자로 첫 인연을 맺은 후 현재는 주5일제를 대비한 도서관 교육프로그램의 일환인 토요돌봄교실의 강사로 활약하게 됐다.

 미애씨는 "신간작업 뿐 아니라 강의까지 맡게 되면서 책임감은 조금 더 커진듯 하지만 처음 봉사하는 마음은 별반 달라진게 없다"며 "도서관에 내가 작은 역할이라도 하고 있다는 마음, 어쩔때는 나 없이는 도서관이 굴러가지 않겠다는 괜한 걱정에 더 열심히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있다"며 수줍은 웃음을 보였다.

 물론 도서관의 모든 정책들이 자원봉사자들의 도움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이들의 도움은 말그대로 도서관이 잘 굴러가는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것이지 이 모든 프로그램의 뒤에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프로그램을 어떤 식으로 진행할까를 고민하는 사서들이 있다. 이 곳의 사서 이주영씨와 이은혜씨 역시 마찬가지.

 가령 똑같은 북스타트 운동이라고 하더라도 기존의 프로그램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좀 더 아이가 책과 가까이 갈 수 있게 하고 각 연령대에 맞게 부모가 어떻게 독서지도를 해야하는지, 책과 접목해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뭐가 있을지 늘 고민한다.
 이주영 사서는 독서교육도 중요하지만 책을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며 흥미롭고 즐거움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 4만권 장서 보유한 북구 최초 공공도서관

▲ 도서관 한켠 마련된 포토존

울산시 북구 아진 1로 47(천곡동 421-12)번지. 고층아파트가 들어찬 이곳엔 책 향 가득한 작은 쉼터가 자리하게 됐다. 아파트 빌딩의 숲에 가려져 그 모습을 찾기가 쉽진 않지만 지난 2005년 9월 문을 연 이래 북구주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온  농소3동 공공도서관이다.

 사실 농소3동 공공도서관이 개관하기 전만 해도 울산 북구지역에는 어린이도서로 특화된 기적의 도서관을 제외하고 공공도서관이 하나도 없었다.
 도서관을 가기 위해 먼 곳까지 갈 필요 없이 한 걸음에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지식에 목말라왔던 북구 주민들에게는 말그대로 단비 같은 곳이다.
 총 지상 3층 건물로 일반자료실을 비롯해 어린이자료실, 다목적실, 문화강좌실, 독서실 등이 있으며 좌석 수는 총 256석, 보유장서는 4만권에 이른다.

 특히 이 곳 어린이자료실 역시 온돌방 형식으로 아이들이 신발을 벗고 편하게 슬리퍼로 갈아 신고 책을 볼 수 있도록 해두고 있다. 앉기에 편안하게 디자인 된 소파가 눈에 들어오고 아이들이 편안하게 자기 방처럼 누워서도 책을 볼 수 있게 해둔 공간도 눈길을 끈다.

 개관한지 어느 덧 7년을 맞이한 이곳은 그간 북구의 지식창고의 역할을 해오고 있을 뿐 아니라 규모가 큰 공공도서관에서 시행될법한 강연, 공연, 전시, 나눔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도 제공하고 있어 작지만 내실 있는 공공도서관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다.

 올해 1월 부임한 임춘근 관장은 "우리 도서관이 도서관의 역할 뿐 아니라 양질의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문화센터, 주민들이 정겹게 얘기를 나누는 동네 사랑방, 때로는 쉼터 역할까지도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민들과 함께 이 공간을 만들어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주민들과의 소통에 앞장서 그들의 요구를 만족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앞으로의 포부를 전했다.

 책 읽기 좋은 북구, 도서관을 소통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임춘근 관장을 비롯한 직원들, 자원봉사자들의 마음이 하나가 돼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지식창고 역할을 앞으로도 이어나가길 기대해본다.
 

[도서관에서 만난 사람-이은혜 사서]

작은 도서관 주민과 소통 적합 구조
요구사항·불만 반영 성장 '밑거름'

△ 북구에는 작은 규모의 공공도서관이 많다. 큰 규모의 도서관들과 차별되는 점이 있다면?
-"작은 규모의 도서관이긴 하지만 그래서 더욱 의미 있는 일들을 많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주민들이 한 걸음에 달려올 수 있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보니 늘 주민들의 얘기에 귀 기울이고 서로 소통할 수 있습니다."

△ 주민들과 소통한다는 것이 참 좋기는 하지만 그만큼 요구사항이나 불만사항을 더 많이 듣게 될 텐데. 힘든 점은 없나?
- "도서관을 자주 찾으시는 분들은 오히려 저희를 더 도와주시는 분들입니다. 책을 좋아하고 도서관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자주 도서관에 오시기 때문에 이 분들때문에 힘들기보단 오히려 이 분들에게 묻어나는 책의 향에 함께 취해 즐거울 때가 많습니다. 또 요구사항이나 불만사항을 말씀해주셔야 저희가 앞으로 갈 방향인 주민과 함께하는 도서관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그보다 안타까운 것은 직원과 사서수가 부족하다보니 도서자료실 등 이용자들의 곁에서 좋은 책을 소개해 준다거나 소장자료를 찾아줄 수 있는 사서로서의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이런 현실이 개선돼 이용자들에게 보다 질 높은 도서관 본연의 기능에 충실할 수 있는 농소3동 도서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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