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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가 <밤은 노래한다>(2008) 이후 사 년 만에 새 장편소설을 선보인다. 2008년 봄부터 2009년 여름까지 청소년문예지 <풋>에 총 4회를 연재했던 <원더보이>가 연재를 중단한 지 꼭 삼 년 만에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났다.


 <원더보이>는 성장소설이기도 하고 또 그렇지 않기도 하다.


 "이 세계의 모든 것들이 그렇게 되기로 한 것처럼 스스로 그렇게 되리라는 사실을 그저 믿기만 하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은, 대부분의 어른들도 아직 모르는 일이니까.


 이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우리는 알게 된다. 우주에 이토록 많은 별이 있는데도 우리의 밤이 이다지도 어두운 것은 "우리의 우주가 아직은 젊고 여전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서로를 껴안은 우리의 몸이 그토록 뜨거운 것은 "그때 우리가 아직은 젊고 여전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슬픔과 슬픔이 만나면 슬픔이 두 배가 되는 것이 아니라 위로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세상은 다행하게도, 변하고 있다. 소설 속 강토 형은 길가에서 담배를 피우며 말한다.


 "남자들은 길에서 다른 사람 눈치 안 보고 담배를 피울 수 있으니까 세상에 그런 자유도 있다는 걸 모르겠지. 마지막으로 우리 그 자유를 만끽해볼까? (……) 이건 1986년에만 맛볼 수 있는 자유야. 여자가 종로 한복판에서 담배를 피워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 날이 곧 올 테니까. 네게도 이 자유는 곧 끝날 거야. 이 년만 있으면 넌 어른이 될 테니까. 그러니 이제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흐른대도 1986년에 우리가 종로2가 YMCA 건물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자유를 누렸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돼"


 삼십 년 사이, 이제는 여자들이 길거리에서 아무렇지 않게 담배를 피우는 시절을 지나 흡연자들이 오히려 길거리에서 맘 놓고 담배를 피울 수 없게 됐다. 시간은 그렇게 흘러간다. 그리고 세상은 그렇게 변해가고 있다.


 <원더보이>를 읽고 나면 이 세상에 여전히 크고 작은 많은 기적들이 있음을 믿고 싶어진다.
 그 기적은 어쩌면 매일매일 마주하고 만질 수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고, 꽁꽁 언 땅을 열고 싹을 틔우는 새싹이기도, 함박눈이 쏟아지는 아름다운 순간이기도 하다. 마지막 순간에, 우리가 가장 행복한 시절로 떠올리는 것이 바로 너무나 평범한 일상들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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