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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년전 필자는 우리 공사가 관리하는 어느 댐을 조사차 방문한 일이 있었다.
 댐상류 도로변에 차를 세우고 수면을 관찰하고 있던 중, 바로 옆에서 한 초로의 신사가 도로옆 공터에 세워진 비석과 댐수면을 번갈아 쳐다보면서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는데 그 분위기가 하도 처연하여 필자도 비석을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새겨져 있었다. 永世不忘望鄕碑! 처음에는 다소 형식적이고 구태의연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날 이후 곰곰이 생각해보니 다시는 볼 수 없는 고향을 그리는 애틋한 마음을 참으로 잘 표현한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말로 쉽게 풀어보면 '영원히 잊지 못할 고향을 그리는 마음을 새긴 비석'이라고나 할까?
 우리나라는 1960년대 이후 계속된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경제개발계획에 따라 여러가지 사회간접자본을 건설해왔는데 그중 하나인 대규모 다목적댐의 건설과 유지관리는 한국수자원공사가 담당해왔다.
 그동안 건설된 다목적댐들은 폭발적으로 늘어난 물수요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하여 공업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국가의 산업화로 인해 도시로 몰린 국민들의 문화생활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게 되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듯이 댐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따랐다.


 고향마을이 물에 잠기는 모습을 보아야만 했던 사람들도 있었고 길이 끊어지거나 삶의 터전인 농토가 물에 잠겨 더 이상 고향에서 살 수 없는 사람들도 있었다.
 비록 보상이 있었으나 농사일 외에는 특별히 잘하는 일이 없어서 살아가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렇다고 국가가 이 모든 어려움을 다 보상해줄 수 있을 정도로 재원이 넉넉한 것도 아니어서 국책사업이 벌어지는 지역에서는 항상 애환이 따를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기도 했다.
 필자는 여러 다목적댐 건설에 참여하면서 나라의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었던데 대해 나름대로 큰 보람을 느끼면서도 고향을 떠났던 사람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이 사실이다.


 울산지역에 건설된 대곡댐의 경우만 하더라도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지원사업이 이루어졌다. 우선 환경 측면에서는 댐건설로 인해 하류하천 수질이 나빠지지 않도록 하수종말처리장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댐주변 주민들의 생활여건 개선을 위해 체육공원 조성사업은 물론 도로개설과 확포장사업도 추진되었다.
 나아가서는 생활이 어려운 계층을 위한 직접적인 생계지원과 장학사업을 실시하고 댐지역에서 출토된 문화재전시관 건립, 워터투어등 문화혜택에까지 그 범위를 확대하였고 앞으로도 지속할 계획이다. 


 올해에도 댐주변지역을 위한 여러 가지 사업이 추진되었고 이에 따라 많은 보람도 있었지만 필자가 부임한 이후 본격적으로 추진된 명절 벌초·성묘객을 위한 선박지원은 특히 기억에 남는다.
 댐에 물이 차면서 길이 끊어진 조상묘에 이르기 위해서는 배가 없을 경우 산을 넘어 길을 만들어가면서 찾아가는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런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시작한 명절 선박지원은 고향을 찾는 많은 사람들의 호응에 힘입어 해마다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마음 한편으로 뿌듯한 느낌을 가져보기도 한다.


 사실 댐으로 인해 일반시민들이 누리는 여러 가지 혜택은 매우 크다. 같은 물이라도 낙동강물은 시민들이 가능한 마시지 않으려고 하는데서도 알 수 있듯이 대곡댐 같은 청정한 물은 더더욱 소중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울산지역에서는 대곡댐을 위해 희생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마음으로나마 시민들이 격려를 해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들의 양보가 있었기에 오늘도 맑은 물을 마시고 휴일이면 대곡댐의 아름다운 수변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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