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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이책에서 전자책으로 전환 가속화
울산대학교 아산도서관(관장 강영환)은 울산에서 가장 큰 도서관이자 1970년 울산대학교가 설립 됐을 때 함께 생겨났으니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도서관이기도 하다. 1970년부터 20년간 구 도서관 노릇을 했던 곳은 현재 디자인대학 건물로 쓰이고 있으며 1991년 현재 구관인 아산도서관이 개관, 2005년 아산도서관 신관이 들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 울산 지역 최고의 지식의 보고이자 쉼터로 지난 40년간 우리 곁에 있어 온 울산대학교 도서관. 2005년 아산도서관 신관이 들어서 여러 새로운 변화를 이끌고 있다. 사진은 신관 측면의 모습.

 지난 주말 찾았던 울산대 도서관은 불과 몇 달 전과도 많이 달라진 모습이었다.
 신관 2층에 들어서니 까페처럼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새로 생긴 데다 울산대 교정의 아름다운 모습을 담은 전시인 <교정사진전>이 로비 한켠에서 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해에는 이곳 로비에서 전자정보박람회를 개최하는 등 다채로운 행사를 펼치는 동시에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진화를 꾀했다.

 정준모 학술정보서비스팀장은 이런 변화에 대해 "과거세대는 도서관에서 책에 코를 파묻고 공부를 했지만 지금의 학생들은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공부하는 등 과거와 매우 다른 성향을 보인다"며 "요즘 학생들의 달라진 성향에 맞게 도서관에 대한 친근감을 갖게 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간의 변화 뿐 아니라 이용자들의 자료이용 변화상에서도 시대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1998년부터 최근까지 울산대 도서관의 소장자료는 종이책에서 전자책으로의 꾸준한 변화를 겪어 전자책 자료의 대출수가 종이책을 뛰어 넘은지 오래다.  인쇄자료의 경우 한 해 대출권수가 총 28만권에 그치는 등 매년 감소하는데 반해 전자자료는 최근 매년 48만건씩 대출되는 등 이용자의 자료 이용 경향이 변화했다.

 이처럼 도서관은 매순간 변화하는 생물체다.
 중세 도서관이 신학자들의 천국이었듯, 20세기 한국의 도서관이 지식인들이 악착같이 한 가지 지식이라도 더 머릿속에 담기 위해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던 곳이었듯이 매 순간 시대에 따라 또 사회에 따라 그 모습은 변화를 겪어 왔다.
 
# 울산 최고 규모·역사 자랑
이처럼 시대가 변하면서 대학도서관의 모습도 바뀌고 있지만 그럼에도 대학 도서관은 여전히 책을 위한 공간이자 학생들의 배움터이며 대학의 역사가 스며있는 곳이다.
 그 동안 울산대 도서관은 지역 최고의 지식의 보고이자 지식의 쉼터로서 학생 및 시민들에게 사랑받아왔다.
 하루 1,100여명의 이용자가 이용하며 소장자료 역시 울산에서는 최대인 장서 100만권을 올해 4월말 돌파할 예정이다.

 울산대 도서관의 역사는 그 동안 이 곳에 도서 기증 역사나 소장하고 있는 1800여 종의 고문서자료, 수십년전부터의 신문자료에서 나타난다.
 특히 도서관에 기부의 뜻을 이어간 노일문고, 평리문고, 정정길 문고 등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듣다보면 이 곳 도서관을 아꼈던 숭고한 마음들이 절로 느껴진다.
 
# 시민에게 개방 지역 거점 도서관으로 도약
울산에서 생산되는 모든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울산대도서관에서 최근 설립한 울산학 연구자료 센터는 울산에서만 생산되는 정보, 울산만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를 체계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설립됐다. 게다가 이렇게 생산되는 모든 정보를 울산의 산업체나 기업체, 학계, 연구소 뿐 아니라 전국, 해외 각지의 이들이 이용할 수 있게끔 했다.
 이와함께 국내외 대학도서관을 비롯, 국회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 등 국내최고 도서관들 뿐 아니라 해외 유수의 도서관들과도 협약을 맺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교류할 수 있도록 했다.

 울산 지역 내 모든 정보를 생산하는 장이자 국제 네트워크를 구축해 울산을 타지에 알리는 역할도 하겠다는 것이다.
 울산대 도서관은 지역 대학으로서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있다. 특별회원제도로 졸업생을 비롯해 시민들에게 도서관을 개방하고 있는데 매년 신규 회원이 1,500명에 달하며 갱신 회원이 2,200명에 달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지역 도서관과의 연계망을 구축해 울산의 대표도서관 역할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지역을 대표하는 거점 도서관이자 세계로 뻗어나가는 항구 역할을 하겠다는 당찬 포부다.
 오늘의 하버드가 존재하는 것은 훌륭한 교수나 똑똑한 학생보다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은 도서관과 책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던 누군가의 말처럼 울산대 도서관 역시 24시간 365일 불이 꺼지지 않는 진정한 배움이 넘치는 공간으로서 앞으로도 지역의 불을 밝히는 지식의 등불 역할을 이어나가길 기대해본다.

 

[강영환 관장] "책은 생각과 정보를 교류하는 매개체"

올해로 두 번째 관장직을 맡은 강영환 건축대학 교수는 도서관 전문가는 아니지만 관장직을 맡으며 문헌정보학을 공부하고 새로운 시스템들을 도입하는 등 성실파 관장이다.
 매순간 더 나은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그는 도서관의 비전을 크게 세 가지로 제시했다.

 "새로움, 개방,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도서관"이 그것으로 인쇄자료에서 전자자료로의 변화가 그 첫째요, 울산대를 지역의 거점도서관으로 자리매김시키겠다는 것이 둘째요, 정보, 지식, 문화가 어우러지는 도서관을 만들겠다는 것이 셋째다.
 그의 이러한 비전은 관장직을 맡은 이래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

 울산대 도서관은 어느덧 울산에서 생산되는 모든 정보를 축적하고 지역사회의 누구라도 그 정보에 대한 접근을 가능케 했으며 학생들이 도서관에서 책 뿐 아니라 다른 문화요소들을 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독서인증제를 도입해 졸업할 때 그 학생이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는지 알 수 있도록 해 학생들의 독서량 증가에 노력해왔다.
 그는 최근 도서관을 정보와 지식의 창고로만 여기지 않고 가족과 화합의 장으로 풀어내 화제를 사기도 했다.

 지난 해 초 그는 신입생 학부모 모두에게 편지를 보냈다.
 학부모들이 자식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을 선정해주시면 도서관에서 그 책을 구입해 학생에게 무조건 읽히겠다는 내용을 담은 이 편지에 수 백명의 학부모들이 답장을 보내왔다.
 그에게 책은 이처럼 죽어있는 지식이 아닌 생각과 정보를 교류하는 매개체이다. 도서관 역시 마찬가지다.
 도서관의 효율적인 이용서비스를 누구보다 강조하지만 도서관의 지식은 결국 사람에게 이롭기 위해 쓰여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그의 따뜻한 믿음은 울산대 도서관이 앞으로도 울산을 대표하는 지식의 보고로서 역할을 다 해나갈 것이란 기대와 신뢰를 주기 충분했다.

 

[정준모 학술정보서비스팀장]
31년 울산도서관 터줏대감 역할 "달라진 이용자 맞춤 서비스 노력"

31년간 울산대 도서관에서 오랫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정준모 팀장은 그간 울산대도서관의 산증인으로 그동안의 다양한 변화를 지켜봐왔다.
 그를 거쳐간 학생들만 해도 수십만명에 달할 정도.

 그간 기억에 남는 이용자가 있었냐는 질문에 무더운 여름 시원한 음료수를 가져다 줬던 마음 따뜻한 학생이 있었던 반면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서가에 버젓이 꽂혀 있는 책을 빼달라는 특이한 이용자도 있었다며 웃음을 보였다.
 "도서관과 사서는 이용자를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 그의 철학. 지금도 과거와 달라진 이용자에게 맞춘 서비스를 하기 위해 노력한다.

 인터뷰 내내 시종 겸손함을 보였던 정준모 팀장은 평리, 노일문고 등 기증자료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고문서 등 희귀자료를 공개할 때는 사뭇 진지하면서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의 이러한 태도에서 이 곳을 오랫동안 지켜온 사서로서의 사명감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렇게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왔던 수많은 사서, 교수, 교직원들의 열정과 사명감이 그간 울산대 도서관을 이끌어온 가장 중요한 에너지가 아니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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