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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하나 푸른 몸으로 자리잡고 있다
생각 속에 서 있는
햇빛들 틈에
서어나무 하나 자라고 있다
바람이 다가와
생각의 푸른 몸을 잡고 가만히 흔들 때
서어나무는 햇빛을 붙들고 노래한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서어나무는 '생각' 속에 싱싱하다
나무뿐이 아니다
산 아래 쪽에 도랑이 꽃처럼 환한데
거기 노랑어리연이나 마름
또는 그 뿌리를 간질이는 붕어 피라미 빠가사리도
늘 싱싱하다
산뿐이 아니라
세상엔 여기저기에
이런 푸르스름한 것들이 있다


■ 시작노트
한 송이 자줏빛 꽃으로 남은 무덤 같은 세월은, 자주색이 왕이나 천자를 상징한다는 점에서, 소멸해버린 역사에 대한 감각을 확연하게 보여준 표현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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