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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아니고, 그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니라는데
꽃인 듯 눈물인 듯 어쩌면 이야기인 듯 누가 그런 얼굴을 하고
간다 지나간다. 환한 햇빛 속을 손을 흔들며
아무 것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니라는데
온통 풀냄새를 널어놓고 복사꽃을 올려놓고 복사꽃을 올려만 놓고
환한 햇빛 속을 꽃인 듯 눈물인 듯 어쩌면 이야기인 듯
누가 그런 얼굴을 하고

■ 시작노트
아름다운 이별. 참으로 역설적인 이 장면이 오감을 건드는 시어와 운율 넘치는 문장으로 되살아났다.
김용택 시인은 김춘수의 시에 대해 "문학을 한답시고 시건방을 떨며 까불 때 나는 이 시인의 모든 시와 산문을 읽었다. 그냥 아무렇지 않게 눈에 보이는 사물들의 모양을 그려놓은 것 같은 그의 시들은 그러나 내게 설명할 수 없는 매력으로 다가왔다. 무의미함 속에 숨은 그의 '시적 의미'가 나를 사로잡았던 것이다. '꽃인 듯 이야기인 듯'그런 얼굴을 하고 말이다."고 일찍이 얘기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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