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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20일, 철거민 다섯 명이 목숨을 잃은 크나큰 사건 '용산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3년째다. 용산참사로 실형을 받은 철거민들은 여전히 차디찬 감옥에 갇혀 있고 유가족들의 아픔 또한 씻어지지 않았다. 평범하기만 하던 우리 이웃들은 가족들이 함께 모여 오손도손 지내던 집을 잃었다.


 서로 의지하고 기대던 가족을 떠나보내야 했다. 집을 뺏은 자들은 집과 가족을 빼앗긴 이들을 '떼쟁이'라고 매도한다. 평화로운 도시를 위협하는 '테러리스트'라고 한다.


 도시를 새롭게 바꾸는 정책, 재개발. 화려한 도시는 철거민들의 눈물 위에 세워진다. 용산 남일당, 홍대 두리반, 명동 마리…. 언젠가 내가 살던 고향에까지 재개발은 뻗쳐 올지도 모른다. 철거민들의 시간은 그날 새벽에, 그대로 멈춰 있다.


 도시를 재개발하면 낡은 도시가 새롭게 바뀐다. 그리고 그곳에 살던 힘 없고 돈 없는 사람들은 도시에서 치워진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진실이지만 이는 중세 서양의 시대에도 그랬고 지금까지 계속돼오고 있다. 역사의 발전이란 어디에 있는가? 공허한 물음이 절로 나온다.


 사람의 목숨을 앗으면서 이루어지는 이 청소가 과연 옳은가? 무차별하게 일어나는 개발을 멈추게 할 수는 없을까? 고민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용산참사에 대한 보상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자, 슬그머니 고개 숙이고 있던 재개발은 곳곳에서 다시 빳빳하게 고개를 쳐들었다. 일산 덕이동, 성남시 단대동에서는 용산참사가 있기 전부터, 용산구 신계동과 부천시 중3동, 동작구 상도4동은 용산참사가 있을 즈음부터 강제철거가 일어났다. 그러나 이런 현실을 아는 사람은 없다.


 만화가 '여섯 명'이 다시 모였다.《내가 살던 용산》에 이어 철거민들의 목소리를 담은 두 번째 만화책, 《떠날 수 없는 사람들》.


 왜 이런 현실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 것일까?
 평범한 사람들의 집을 빼앗고 죽음으로까지 몰고가는 '재개발 제도'와 '강제철거의 현실'을 근본부터 살펴보기 위해 《내가 살던 용산》을 그렸던 작가들을 주축으로 만화가 여섯 명이 다시 마음을 모았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에 대해 끊임없이 이어져 온 재개발의 역사에 대해, 철거를 둘러싼 정책과 행정기관의 태도에 대해, 철거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무지막지하게 벌어지는 용역들의 폭력에 대해, 철거민의 시선으로 모든 것들을 파헤친다.


 이 책은 《내가 살던 용산》의 후속권이지만, 단순한 속편이 아니다. 앞서 늘 존재했던 땅 소유와 개발논리의 근본적 모순, 개발 과정의 절차와 문제 관심에서 가려진 철거 항의자 인권 유린, 다른 철거민 동네의 싸우는 사연 취재기, 그들의 이야기를 극화한 것 등이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작가들의 마음을 한 장씩 넘기며 당신도 마음에 묘비 하나 세워 주기를. 우리가 잃은 이웃들을, 살아남아 여전히 싸우는 이웃들을. 기억한다는 일은 언뜻 초라해 보이지만 사실은 힘이 세다고 믿는다. 그린 사람들이 그러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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