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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노조의 공동투쟁에 대해 현대차 현 집행부와 노조 내 현장 노동조직들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현대차 노조 내 가장 많은 조합원을 확보하고 있는 현장노동조직은 물론, 다른 현장조직도 공동투쟁이 '득보다 실이 많다'고 주장하며 현 집행부를 연이어 비판하고 있어서다. 이들 조직은 강성 성향의 현 집행부와 달리 실리 성향으로 분류된다.

"현대-기아차 순이익등 차별불구 공동투쟁은 모순"
강성 집행부와 달리 실리성향 현장조직 중심 반발
노조내부 세력 막강 실력행사땐 노-노갈등 불가피
 노동계 "현장조직과 소통 통해 공동투쟁 추진해야"

   
16일 오후 현대자동차 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 제114차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대의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유은경기자 usyek@ulsanpress.net
#"현대차 조합원 의사 무시"
16일 현대차 현장노동조직인 '현장혁신연대(이하 현혁대)'는 '누구를 위한 현대·기아차 공동투쟁인가'라는 유인물에서 "현대·기아차 노조의 올해 임단협 공동투쟁은 기아차 노조를 위한 투쟁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조직은 "현대차 노조원들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등을 감안했을 때 실질적으로 기아차보다 더 많은 성과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과연 기아차와의 공동투쟁이 성공할지 다시 한 번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현혁대는 "현 집행부의 공동투쟁은 결과적으로 임금교섭과 병행할 수 밖에 없다. 공동투쟁의 틀에 묶여 우리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등이 전혀 다른 기아차와의 차별성을 포기하겠다는 것인가"라며 공동투쟁의 모순점도 지적했다.
 노노갈등을 암시하는 주장도 나왔다. 이 조직은 "노조 집행부가 일방적으로 공동투쟁을 전개한다면 현장의 거센 비난에 직면해 조합원들이 모래알처럼 흩어지고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동투쟁에 대한 현장노동조직의 반대 목소리는 이 뿐만이 아니다. 현혁대는 지난달 28일에도 유인물을 통해 "현장조합원들의 동의를 얻지 못한 공동투쟁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8일에는 현대차 노조의 전(前) 집행부를 이끌었던 '전진하는 현장노동자회(이하 전현노)'가 "무조건 공동교섭에 응하도록 압력을 행사하면 현대기아 사측이 쉽게 교섭에 응할 것이라고 판단해서는 안된다"며 공동투쟁에 신중을 기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현장조직 안고가야"
이처럼 공동투쟁에 대해 반대하는 현장조직들은 '공동투쟁이 득보다 실이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이들 조직의 성향과 부합한다. 강성 성향으로 분류되는 현 집행부(민주현장·금속연대)와 달리 '전현노'와 '현혁대'는 실리 성향이기 때문이다.
 특히, '전현노'와 '현혁대'는 현대차 노조 내 세력이 가장 막강하다. 이들이 현 집행부 방침에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나선다면 노조간 갈등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이 때문에 현 집행부는 대의원대회 의결 등 소통을 통해 현장조직을 설득하고, '공투'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혁대의 한 관계자가 "공투가 선언적 의미가 아니라 진정한 공투를 추진하려면, 세부계획을 마련해 임시대의원대회 등에서 논의하고 의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역 노동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 내 세력이 가장 큰 현장조직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현 집행부가 소외감을 느끼는 현장조직을 안고 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재필기자 uscjp@
  
☞현장노동조직은 조합원들 간 성향에 따라 나눠진 일종의 '당(黨)'과 같은 개념이다. 현대차 노조에는 국민파(NL 성향)와 중앙파(PD 성향), 현장파, 실리파(중도합리) 등의 조직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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