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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 네이트
만화와 함께 왈가닥 주인공 생활을 엿보다
# 빅 네이트(링컨퍼스 글·그림)= "누나란 존재는 꼭 십 대가 아니어도 왕재수지. 말하자면 날 때부터 원래 그런 존재라고 봐. 혹시 누나가 있는 사람은 내 마음 딱 알 거야. 실컷 당해 봤을테니까 내가 얼마나 괴로운지 잘 알 걸"


 * 엘렌 누나가 짜증스러운 가장 큰 이유 5가지.
 1. 나를빼고는 아무도 누나가 얼마나 밉상인지 새까맣게 모른다. (등 누나가 짜증나는 이유 4가지가 더 열거된다.)


 아뿔싸! 세상의 모든 남동생은 이런 마음인걸까?


 남동생이 하나 있는 '누나'인 나로서는 네이트의 이 얘기가 어찌나 와닿았던지. 어릴적 동생과 싸우곤 하면 동생이 늘 내게 하던 말들과 네이트의 얘기는 토씨하나 틀릴게 없었다.


 어린이 책이 어린이들에게 재미있고 동시에 어른들에게도 재미있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렇게 어른들 역시 한 때는 그런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게다가 사건이 생길 때마다 가지처럼 뻗어 나가는 네이트의 기발한 생각들이 직접 쓱쓱 그린 듯한 만화로 되어 있어 잠시도 지루할 틈이 없다.


 그런 점에서 빅 네이트는 비록 국내서는 아니지만 우리들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말 그대로 아이나 어른이나 누구에게나 재미있는 책이다. 이점이 이 책을 39주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로 등극시킨 힘일 것이다.


도서관에서 마음을 나눠가는 어른과 아이들
# 코끼리 아줌마의 햇살 도서관(김혜연)= 아주 평범했던 동네에 이금례 도서관이라는 이름의 작은 도서관이 생기면서 일어나는 5가지의 이야기들을 5명의 주인공이 등장하여 들려주는 옴니버스식 연작 동화.


돈을 기부한 이금례 할머니의 이름을 딴 '이금례 도서관'을 배경으로, 수다쟁이가 꿈인 말더듬이 엄마, 햇살을 모으고 싶은 여섯 살 진주, 북적대는 식구들 속에서 자기만의 고독의 방이 필요한 수정이, 코끼리만큼 덩치가 큰 사랑에 빠진 사서 아줌마, 수학 점수는 15점이지만 축구라는 자기의 끼를 찾아내는 정호까지, 각기 다른 5인 5색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특히 이번 동화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까지 주인공이 되어 등장한다. "때론 어른들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아이들이 극복할 힘을 주기도 한다. 어른과 아이는 책 속에서도 현실에서도 서로 조력자"라는 작가의 말처럼, 이 이야기들 속에는 고민 많은 아이들처럼, 어른들이 등장하여 자신의 고민과 슬픔을 토로하고, 어른과 아이는 진정 마음을 나누는 친구가 된다.


 "일단 김혜연 작가의 글은 읽는 맛이 찰찰 넘치고, 아이들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이 뚝뚝 묻어난다. 마을에 도서관이 들어서고 도서관을 찾게 되는 세 아이의 이야기가 한 보따리 한 보따리 펼쳐진다. 도서관의 사서인 진숙씨는 코끼리처럼 큰 몸집과 목소리 때문에 아이들을 겁먹게 하지만, 마음은 햇살처럼 보드랍고 포근하다. 그 햇살 아래서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꿈꾸고 그 꿈을 키워 가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모두에게도 햇살 한 다발쯤 푸짐하게 안겨 주리라 믿는다" - 김진경 이미애 선정위원의 2011년 2분기 우수문학도서 선정의 말에서


▲ 몽실 언니
한국전쟁 그 시절의 삶, 간접경험 통해 이해
# 몽실 언니(권정생)= 중학교 때 읽었던 이 책을 얼마전쯤 초등학생인 사촌동생에게도 선물한 적이 있다.


요즘 초등학생들이 읽기에는 가볍고 유쾌하지 만은 않은 이 책을 그 아이는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했다. 처음에는 삽화가 화려한 다른 책부터 읽더니 나중에서야 이 책을 읽고서야 이 책도 참 재미있고 내가 그 때 태어나지 않았던 것을 감사해야 할 거 같다는 감상을 전했다.


 어린이서는 물론 재미와 맑은 동심을 전해줘야 하지만 자신의 아버지, 어머니는 어떻게 살아왔는지 지나온 삶에 대해서도 누군가는 얘기를 해주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어른들에게는 지금 아이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고통스럽게 살아온 날들이 있었고 지금도 지구 한 편에는 그러한 삶을 사는 아이들이 있는데 책을 통해서 그러한 삶을 간접경험해 보는 것도 남을 이해하고 나를 이해하는 중요한 체험 아닐까.


 책 속 세상은 지금 아이들은 상상하기 힘든 세상이다. 한국전쟁 이후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목숨을 이어 갈 삶이라는 전쟁으로 더 많은 괴로움을 겪는다. 총알이 날아오는 전쟁이 그친 후에도 계속되는 비극.


생존을 위한 혹독한 댓가를 치러내는 한 소녀의 성장기를 따라가는 것은, 눈을 돌리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운 체험이다. 극심한 가난과 이념 갈등이 한반도를 집어삼킨 6.25 이후, 전쟁이 할퀴고 지나간 세상에 짓밟히지 않고 인간다움을 잃지 않았던 위대한 인물의 초상 앞에 한없이 숙연해진다. 여전히 믿을 수 없는 이유로 사람이 사람을 해치는 오늘의 세상을 부끄럽게 한다.


▲ 자동차 아래 고양이
아이 눈으로 바라본 우리네 모습 담은 동시집
#자동차 아래 고양이(김시민)= 울산에서 시를 쓰면서 아이들에게 동시 수업을 하는 김시민 시인이 두 번째 동시집을 냈다.


 전작 <아빠 얼굴이 더 빨갛다>로 많은 사랑을 받은 바 있는 그는 이번에도 역시 바쁜 도시에서 살아가는 우리네 모습을 아이의 눈으로 담아냈다.


 언제 집에 왔는지도 모르게 늦게 퇴근했다가 새벽같이 출근하는 아빠. 심지어 휴일에도 회사에 가야 할 정도로 바쁘다. 집안 살림에 아이까지 챙기면서 회사에 가야 하는 엄마는 아침 한술 못 뜨고 양말도 못 신은 채 집을 나선다.


 아이 또한 마찬가지다. 하루 일 마친 개미들도 종일 꿀들을 모았던 벌들도 한바탕 노란 봄 등을 켠 개나리도 졸음에 겨워 엄마 품속에 잠드는데('학원이 많은 우리 동네' 중), 학교 수업을 마친 아이는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 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집으로 돌아와서도 아이는 일찍 잘 수 없다. 늦은 밤까지 해야 할 숙제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왜 이럴까 엄마가 얼마나 열심히 가르쳤는데"- '받아쓰기'중
 시험을 망치고 죄책감마저 느끼는 아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의 시는 이처럼 우리네 일상을 잘 포착해 그려냈다. 따스한 햇살 아래 여유로운 고양이가 부러워 마냥 쳐다보기도 하고, 학원 가기가 싫어 꾀병도 부려 본다. 그래도 결국은 자신의 모습을 보며 웃어주는 엄마, 아빠가 있기에 오늘도 가방을 메고 식탁에 앉는다.


 도시에서 숨 가쁘게 뛰어야만 하는 우리 시대의 모습을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보고 아이들의 마음을 담아, 아이들의 말로 표현해 낸 53편의 동시를 모아 담은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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