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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침 그것 나에게 다오
기침 아니라 그보다 더한 것
아무래도 터지지 않는 종기 같은 것
그것 나에게 다오 그까짓 것
귀찮고 귀찮은 것 급체
더러운 코딱지 같은 것
흥 하고 내뱉는 잔주름 같은 것
부스럼 같은 것 어두운
무덤 같은 것 통곡 같은 것
호시탐탐 잠복해 있다가 쳐들어온
나태 같은 것 세포 같은 것
암 나부랭이 같은 것 껄렁한
좀도둑 같은 것 나쁜 놈의 음담패설 같은 것
자지러지는 저주 같은 것 그까짓 것
백 배 천 배 그보다 더한 그까짓 것


■ 시작노트
사랑이란 본디 내가 아끼는 것을 주고 싶은 것이기도 하지만  '더러운 코딱지', '암 나부랭이'같은 싫고 더러운 것은 그 사람만큼은 가지지 않고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일 것이다. 부모들이 아이가 아프면 차라리 내가 더 아팠으면 하는 마음, 연인들이 상대가 기침이라도 하면 뭔가 큰일난 것같이 요란스러움을 떨게 되는 것. 그렇게 상대가 나보다 더 큰 마음. 그게 아마 사랑아닐까.
최영철 1956년 경남 창녕 생. 198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찔러본다>, <호루라기>, <그림자 호수> 등 다수. 백석문학상, 최계락문학상, 이형기 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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