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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테랑 국립도서관에 자리를 내줬지만 여전히 프랑스 국립도서관의 살아있는 역사를 지니고 있는 리슐리외 도서관. 철제구조물로 지어진 내부홀이 특히 눈길을 사로잡는다.

# 프랑스인들의 긍지
지금으로부터 125년 전, 조선 말기 개화운동가였던 유길준은 미국과 유럽의 여러 나라를 순방하고 돌아와 우리나라 최초의 국한문 혼용체 저술인 <서유견문>(1885)을 펴냈다. 책은 모두 20편으로 구성돼있으며 그중 서적고 편은 오늘날의 도서관을 이야기하는데 그 내용에 파리 국립도서관이 등장한다.
 "각국의 유명 도서관으로는 영국 런던에 있는 것과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 그리고 프랑스 수도 파리에 있는 것들인데 파리 국립도서관은 수장 도서수가 200만 권에 달해 프랑스 사람들은 항상 긍지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전깃불도 없던 시절 프랑스 국립도서관의 장서 수가 불과 몇 해 전 우리나라 국립중앙도서관의 장서 수와 비교될 정도였다는 점이 참 놀랍지 않은가.
 과거의 전적이 이어온 것인지 현재 프랑스에는 파리에만 20곳 이상의 대형도서관과 30곳 이상의 대학도서관이 있다. 지방에는 1,500곳 이상의 공공도서관과 작은 도서관들이 산재해 있으며 지금도 계속해서 어린이도서관과 청소년도서관을 집중적으로 짓고 있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은 파리 외곽 13구에 있는 미테랑 도서관을 비롯해 2구에 위치한 리슐리외 도서관, 4구에 있는 아스나 도서관, 그리고 9구에 있는 오페라 도서관·박물관 등을 합친 것을 말한다.
 이곳은 단행본 1,300만 권, 기록물 및 필사본 17만 종, 잡지 35만 종 인쇄 및 사진자료 1,500만 종, 음반 100만 건, 그리고 수십만 종의 비디오 및 멀티미디어 자료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미테랑 대통령의 회심의 역작 미테랑 도서관과 유길준 선생이 방문했다는 리슐리외 도서관을 소개한다.
 
# 세계 최신식 규모·시설 자랑하는 미테랑 도서관
미테랑 도서관은 1988년 미테랑 대통령이 직접 부지를 선정하고 설계공모를 한 결과 당시 서른여섯에 불과했던 무명의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가 1992년에 착공, 1995년에 완공한 도서관이다.
 이 도서관은 미테랑 대통령이 재임기간 14년 동안 가장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다. 그는 재임 중 루브르 박물관 유리 피라미드, 바스티유 오페라극장, 라데팡스의 새 개선문 등 많은 문화시설을 건립해 문화 대통령으로 일컬어진다.

 도서관 부지는 약 2만 평이며 길이 200미터, 폭 60미터의 직사각형 대지를 파 바닥에 수목정원을 조성했다. 건물 전체가 모두 네모상자 꼴이며 외부는 색유리를 입혔고 열람석은 낮은 건물에 서고는 각 타워에 배치했다.
 이 건물은 규모가 워낙 커서 4개의 탑은 멀리서 보아도 금방 눈에 띄고, 파리 시내 관광지도에도 건물모형을 그대로 그려놓았기 때문에 찾아가는 데 별 어려움은 없다.
 하지만 일단 도서관에 들어서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건물 내부가 매우 복잡해 안내자 없이 혼자 돌아본다면 마치 나침반 없이 항해하는 것처럼 막막해질 정도라고 한다.

▲ 미테랑 도서관을 중심으로 한 파리 외곽 13구역의 눈부신 야경.

 
# 쓰레기 처리장을 교통 중심지로
파리 외곽인 이 지역은 원래 철도 기지창과 쓰레기 처리장으로 쓰였는데 국립도서관이 들어서면서 도시가 새로 바뀌어 이젠 교통의 중심지가 됐다. 또 정부 핵심기관인 재정부 청사가 건립된 후 인근교육도시로 변모하는 등 이곳은 이제 파리의 '미래의 땅'으로 평가받는다.

 도서관을 사방에서 감싸고 있는 4개의 타워는 18층으로 통일해 2층부터 11층까지는 서고가 차지하고 7층은 사무실로 쓰고 있다. 도서관 이용자들은 여러 문을 통해 들어갈 수 있는데 건물 바닥은 벽돌색 나무 바닥재가 깔려있어 들어갈 때는 나무 바닥을 밟고 지나가게 된다. 도시에서 시멘트만 밟다가 종이의 원료인 나무를 밟고 들어 가다보니 그 촉감도 좋고 보기에도 아름다워 많은 이용자가 좋아하지만 한편으로 환경보존에 무관심하고 자원을 낭비한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각 타워 사이의 공간은 미식축구 경기장 2개 넓이만하며 타워가 만들어낸 직사각형 공간은 약 4,000평에 달하는 초대형 정원으로 만들어 마치 도심 속의 오아시스 같다. 수령이 50년 이상에 키가 40미터가 넘는 소나무가 빽빽해 이 공간만 보면 도서관이 아닌 오래된 숲이 펼쳐진 느낌이라고 한다.
 각 타워는 주제별로 구분되며 1타워는 인문·역사·지리, 2타워는 법학, 3타워는 이공계, 4타워는 문학·언어·예술을 담당, 이용자들이 원하는 주제에 따라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 프랑스 국립도서관 역사, 리슐리외 도서관
루브르궁이 있는 파리의 중심가 리슐리외 거리에 위치한 리슐리외 도서관은 1994년 1월 3일 법령으로 하나의 국립도서관이 탄생하기까지 국립도서관으로서 모든 것을 관장했던 곳이다.
 이 도서관을 설계한 건축가 앙리 라브루스트는 엄청난 장서를 수용할 대안을 찾아 화재에 최대한 대비하고 이용이 편하도록 장치를 마련하며 책 분실을 방지하기 위해 새로운 건물을구상했다.
 19세기 초만 해도 인간이 만든 구조물은 대부분 석재, 목재 또는 시멘트 등을 건축자재로 이용했지만 프랑스의 구스타프 에펠이 순전히 철제만 사용한 구조물을 만들어 이른바 '철의 시대'를 열었다. '지식의 경기장'이라 불리는 리슐리외 도서관 역시 철을 재료로 거대한 원통형의 아치 천장을 만들어 건물의 측면엔 서가를 배치하고 건물 중앙엔 이용자를 불러들여 마치 고대 원형 경기장 한복판에서 검투사가 목숨을 걸고 싸우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동시에 그 당시 지식인들이 고대의 철학자처럼 학문을 토론하는 진지한 모습을 재현했다. 

 게다가 하늘창으로 들어오는 햇살마저도 이용자들을 직접 방해하지 않도록 설계한 이 열람실은 당시의 건축수준이 얼마나 과학적이고 치밀했는지 짐작하게 한다.
 고전적 아름다움과 현대적 미가 적절히 섞인 이 아름다운 열람실은 리슐리외 도서관의 자랑으로 프랑스 도서관을 알리는 홍보자료로도 많이 활용된다.
 이곳에는 또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로 간행한 <직지>가 소장돼있기도 하다. 이 책의 반환문제는 아직까지 해결을 맺지 못하고 있으며 직접 관람 역시 할 수 없도록 돼있다.

 이곳에는 <직지>를 비롯해 이른바 '지옥'이라 불리는 금서와 상당수 귀중본들이 보관돼있기도 하다. '지옥'은 이른바 도서관이 지정한 특정구역으로 금서만을 보존하는 비공개 장소를 일컫는다. 여기엔 정치적 목적으로 절대왕권을 비판하거나 왕실의 비리를 폭로하고 또 미풍양속을 해친다 하여 금서가 됐던 책들을 모아놓았다. 현재는 이용자들의 접근도 제한하고 있다.

 또 주위에는 갖가지 미려한 조각상들이 놓여있는데 지금은 이 공간도 새로운 공간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어 과거의 아름다운 모습들을 잃을까 걱정하는 이들도 많다.
 보유장서 1,300만권, 하루 이용자가 20만 명이 넘을 정도로 규모가 크고 활기 넘치는 프랑스 국립도서관. 에펠탑과 개선문에 이어 프랑스 파리를 알리는 랜드마크로 우뚝 선 프랑스 국립도서관처럼 2016년 울산에 들어설 대표도서관 역시 울산을 빛내는 아름다운 랜드마크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참고 최정태 <지상의 아름다운 도서관>, 사진 = 프랑스 국립도서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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