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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아름다운 서재] 2.임 석 시인의 '작가촌-숲'
수집광 주인의 성품 그대로 닮은 거대한 자료창고
2012년 05월 24일 (목) 21:25:29 김주영 uskjy@ulsanpress.net

   
▲ 임 석 시인에게 그의 서재 '작가촌 - 숲'은 영혼을 쉬게 하는 산방이자 여가를 즐기는 놀이공간이다. 하지만 남들이 보기에 그의 서재는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많은 책을 비롯해 그가 그린 그림, 각종 골동품, 어쿠스틱 기타, 침대까지 다양한 것들이 공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화가의 아틀리에 같기도 하고 고서점이나 고물상 같기도 한 그의 서재는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곳이다.
지난 주말 임 석 시인이 퇴직이후 그의 작업실이자 새로운 삶의 휴식처로 마련한 서재'작가촌-숲'을 찾았다.
 이곳은 천전리 각석가는 길 입구의 연주사라는 작은 절 근처에 있는데 산골짜기 마을이라 그런지 들어가는 도로는 폭이 좁았고 '작가촌-숲'이 위치한 곳의 바닥 역시 진흙범벅이 따로 없었다. 이런 곳을 힘이 딸리는 승용차로 운전해 가다보니 사실 서재를 보기도 전에 진을 다 빼고 말았다.

 그럼에도 햇볕이 따사로운 날 선선하게 불어오는 산골바람을 맞으며 시골 아저씨 같은 시인을 만난 것은 너무나도 유쾌한 경험이었다.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맞닥뜨린 그의 서재. 바깥에서 보면 비닐하우스처럼 보여 이게 진짜 서재인가 싶었는데 놀랍게도 안으로 들어가니 번듯한 문학공간과 그 옆에 사랑방 같은 진짜 서재가 있었다.
 
# 장르·시대 불문 1만여권의 책 빽빽
그의 서재는 크게 두 공간으로 나뉘는데 한 곳은 집필실이고 나머지 공간은 고서점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공간이다. 특이하게도 이곳엔 무대로 마련된 곳도 있었는데 그 뒤로 만여권에 달한다는 책이 빼곡했다. 그중엔 오래된 문고판들이 눈에 띄었는데 삼성출판사에서 1962년 찍어낸 책부터 최근 인쇄된 책까지 장르도 시대도 다양했다. 예전에 한 공공도서관에서 버리는 책들을 모은 것이란 임 석 시인의 설명을 고개를 주억거리며 주변을 둘러보니 책 뿐만 아니라 온갖 고물건들, 정체를 알 수 없는 물건들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선생님 참 수집광이시네요"란 말이 절로 나왔다.

 곧 그는 자리를 옮겨 '진짜 서재'로 안내했다.
 첫번째 공간과는 달리 사전 몇 권, 세계미술전집 등 미술책 등이 꽂힌 단촐한 모습이었는데 컴퓨터를 할 수 있는 공간도 있고 뒤쪽엔 침대도 마련돼 있어 시인의 일상이 그대로 느껴졌다.
 책이 적다는 얘기에 그는 글을 쓰게 되면 그때그때 책 한 보따리 들고 갔다가 이곳에 다시 가져온다고 했다. 그는 또 이곳을 서재가 아닌 그냥 '산방'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많은 책들이 쌓여 있어 딱딱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부드럽지가 않아서라고 했다.

 이곳은 그에게 어떤 곳일까. 잠시 생각하더니 그는 답했다. "나의 모든 일이 여기에서 다 이루어집니다. 글을 쓰기도 하고, 지역 문화를 연구하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기타도 치면서, 손님을 맞이하기도 하고요, 강의 자료와 글 쓰는 자료도 있고요, 앞으로 5년 후에 쓸 글에 대한 자료도 같이 엉켜 있어서 마치 거대한 자료창고 같은 곳이에요. 누가 보면 쓰레기 더미라고 하겠지요."
 
# 내가 주인공 되는 희곡 한 번 쓰고파
임 석 시인의 고향은 울주군 청량면 율리다. 아버지는 유도선수, 어머니는 수영선수 겸 화가였고 아홉 형제 모두가 제각각 악기를 다루고, 다들 예술을 좋아했다고 했다. 가수, 화가, 시인, 기타리스트, 피아니스트, 무용수 등 전 가족이 예술을 했다는 게 흥미로웠다. 그러다 가세가 기울어 지금은 형제들이 모두 뿔뿔이 헤어지고 그때의 추억만 되새길 뿐이라고 말을 이었다.

 미술을 그렸다는 시인이 시를 쓰게 된 계기 역시 실은 돈 때문이었다고 했다. "그림 그리는 재료가 너무 비싸다 보니 어떻게 하면 좋아하는 예술을 돈 들이지 않고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생각난 것이 글쓰는 일이었죠"
 그래서 동아대 방송통신대학에 입학했고 여기서 박영식 시인을 운명적으로 만났다.

 박영식 시인은 한눈에 임석을 알아보고 "시를 한번 써보라"고 했고 당시 각종 신춘문예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며 조선일보 주간논설위원으로도 유명했던 윤금초선생을 그에게 소개시켜줬다. 그후 5년간 임석은 그에게 사사를 받았는데 그가 서울에 있는 윤금초 선생에게 습작글을 보내면 선생이 교정을 보고 편지에 답장하듯 다시 보내주는 식이었다. 그는 지금도 그 때 주고 받았던 서신들을 갖고 있었는데 글의 전체구성부터 맞춤법 하나 꼼꼼하게 지적했던 윤금초 선생의 열정과 그 가르침을 부단히 받들었던 문학청년 임석의 노력이 엿보였다. 이러한 노력 끝에 임석은 지난 2000년 국제신문 신춘문예등단을 하며 시인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하게 됐다.

   
▲ 그간 그가 모아온 만 여 권에 달하는 책들이 있는 공간. 한 켠에는 시낭송회 등 문인들과의 모임을 위해 무대도 마련돼있다.


 요즘도 시를 주로 쓰냐는 얘기에 지금은 웃고 울었던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희곡으로 써볼까 싶어 희곡 공부를 하고 있다고했다. 소설가 '사르트르'보다 희곡가'사르트르'가 한층 더 매력이 있고 또 자연스럽게 느껴진다는 임 석. 그동안 미술을 했던 그가 시에 있어서도 지금의 역량을 보여준 것처럼 그가 노력한다고 했으니 조만간 그의 희곡작품도 읽을 수 있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작품들 역시 인간을 '바퀴벌레'에 비유하거나 목욕탕안에서 벌거벗은 현대인들을 원시인에 비유했던 그의 감각적이고 통찰력있는 예술가로서의 시선이 한 껏 담길 것이란 기대도 절로 들었다.

[시인에게 묻다 ]  "서재는 나에게 영혼을 쉬게 해주는 휴게실"

△지금 서재가 갖는 의미는?
-2년 전 문화원을 퇴직하고부터 나에게 이 산방은 '영혼을 쉬게 하는 휴게소'가 되었습니다. 화가로 치면 아틀리에고요. 누구나 자유롭게 들락거릴 수 있는 서제공간은 그동안 바쁘게 뛰느라 뒤쳐진 영혼을 편하게 머물게해 쉬게 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이곳에서 천주님께 기도도 하고, 자유롭게 잠이 들거나, TV도 보면서 어떤 새로운 것이 태어나기 위한 준비를 하는 장소이기 때문에 '영혼의 산방'이라고도 합니다
 
△이 공간을 밖에서 보고 그냥 비닐하우스인지 알았습니다. 참 재미있는 공간으로 보이는데요?
-일과 휴식, 이 공간을 만드는 일은 아마 누가 시켜서면 못했을 겁니다. 나에게는 이공간을 이렇게 가꿔나가는 것이 재미있는 놀이이자 휴식을 주는 일입니다. 바로 옆에서는 채소도 재배할 수 있고 그 외에도 다양한 농사일을 할수도 있지요. 그러나 이게 결국 놀이라는 점에서 흥미롭지요.
 일하는 인간인'호모파베르'와 놀이의 인간인 '호모루덴스'는 인간 생활에서 동전의 양면입니다. 휴식의 기쁨과 의미는 일과 노동의 뒤에 옵니다. 에디슨이 80살에도 원기왕성하게 연구할 수 있었던 것은 적절하고 효과적인 휴식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놀이와 여가는 바쁜 일상을 벗어나는 비일상성의 레크리에이션이요, 생활의 활력소입니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는지가 궁금합니다.
-창작과 실력은 모방에서 나오는 거예요. 모방을 전제로 하지 않은 창작은 없습니다. 좋은 것은 따라하는 거고, 착한 것은 본받아서 하는 거고, 그러다 보면 자신의 시각을 갖는 것이고, 특별한 방법은 없습니다. 세상을 많이 봐야 하고, 또 그것이 가지고 있는 내면적인 가치는 책을 통해서 나의 지식을 찾아야 되고요. 또 책을 통해 배우는 거죠. 책을 보면 내적인 힘을 기를 수 있고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사람들을 사랑하고 보살피는 능력이 생기고, 삶에 자신감을 가질 수가 있겠지요. 또 늘 깨어있는 사람, 향기 있는 사람이겠지요. 향기가 나면 벌 나비가 모여들듯이 사람들이 모여들면 외롭지가 않겠죠.

 [임 석 시인이 꼽은 내 인생의 책] '더 나은 삶을 위하여' 읽고 희망 찾아

'더 나은 삶을 위하여'은 베스트 셀러 작가인 35세의 오그 만디노가 쓴 책으로 삶의 고통에 내몰려 자살 직전의 절망의 시절을 이겨내고 성공했던 과정을 진솔하게 보여줌으로써 문학인들 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에게도 용기를 준다.

 소설가이자 알콜 중독자 오그 만디노, 자기가 쓴 원고를 들고 출판사를 찾았으나 거절당한다. 이번이 100번째다. 자기 딸과 아내는 며칠 전에 떠나버렸다. 오그는 더 이상 괴로움에 버티기 힘들어 총기상 앞에 서 있다. 헌 총 한 자루, 총알을 사고 남은 1달러는 동전 양면 중 한 면을 맞추면 머리에 총알을 발사할 것이다. 캄캄한 골목에서 동전의 면을 맞추기 위해 하늘로 올리자 어디서 빛이 동전에 비치어 눈을 잠시 멀게 했다. 그리고 다시 생각한다. 그래 이 어두운 골목에도 어디엔가 빛이 있는데,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된다. 그리고 101번째 출판사를 찾았다. 대단한 작품이라고 평가 한다. 그 뒤 베스트 셀러 작가가 되어 100만 장자가 된다.

 이 책은 후딱 읽고 내팽개치는 그런 종류의 책은 아니다. 오랫동안 읽어도 감동이 우러나는 삶의 가이드북이다. 아무리 삶이 힘들고 어려워도 끝까지 놓지만 않는다면 언젠가 반전의 기회가 온다는 인생의 원리가 이 책에 담겨있다. 진정한 행복은 우리 내부에 있듯이 책을 대하는 자세에 따라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음을 이 책은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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