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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세 이 모씨는 최근 쉽게 피곤해지고 잠을 설치는 일이 잦아졌다. 별 거 아닌 사소한 일에도 신경이 쓰이고 걱정거리도 많아졌을 뿐더러, 이유 없이 가슴이 답답해지는 등 만사가 다 귀찮아졌다. 자식들을 모두 결혼 시키고, 남편과 둘이서 살고 있는 이 씨는 최근 월경까지 멈추면서 극심한 우울증에 빠졌다.

'중년의 사추기'라고도 불리는 여성의 갱년기. 이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인생의 한 과정이다. 이 시기를 원만하게 보내야만 남은 여생을 훨씬 건강하게 살 수 있다. 보다 건강한 노후를 위한 갱년기 관리법 등에 대해 위드여성병원 천근수 원장에게 들어봤다.


# 심하면 심혈관 질환·골다공증
그리 오래되지 않은 옛날 조선시대에만 해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수명은  50세가 채 되지 않은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여러 가지 요인들로 인해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겠습니다만, 오늘날 우리나라 여성들의 평균수명은 80세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건강을 위협하는 질병으로부터 상당부분 보호받고 있으며, 의학의 발달과 건강에 대한 관심의 증가로 이런 추세라면 평균수명 백세가 불가능해 보이지도 않습니다.
 좋은 일이긴 하지만 어떤 좋은 일도 혼자서는 오지 않지요. 그 이면에는 길고긴 노년의 삶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경제적인 어려움과 노환, 독거의 고통 등으로 노년의 자살률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 그 예가 아닐까요? 완벽한 노후대책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에서 벗어난다고 가정해도 노년은 그 자체로 자칫 쓸쓸해 질 수도 있겠습니다.
 생리가 끊어지고 심리적으로 큰 변화를 겪으며 여성의 중년은 크게 요동을 칩니다.
 어린이가 성인이 되기 전에 겪는 충격적인 육체적 정신적 변화를 사춘기라 한다면 중년여성의 이것을 사추기에 비유하기도 하지요.
 우리나라 여성들의 평균 폐경 연령은 약 50세 전후입니다. 이에 여성들은 폐경 후에도 약 30여 년 간을 더 살아가야 하는데 이는 일생의 1/3이 넘는 긴 시간입니다.
 이 기간 동안을 잘 살아가는데 갱년기(폐경기)의 이해와 그 대처가 매우 중요하다 할 것입니다.
 40대 이후 여성난포의 소실이 가속화되고 체내에 인히빈이 감소하며 FSH라는 호르몬이 증가합니다.
 이에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이 감소하면서 호르몬의 결핍으로 인한 여러 가지 증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월경의 불규칙과 중단, 안면홍조와 발한, 불면 등 신체적증상과 심리적으로 젊음의상실과 노화에 대한 걱정, 초조 불안 우울함, 성욕의 감퇴 등의 증상이 발현되기 시작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초기증상에 비해 건강에 큰 지장을 줄 수 있는 심혈관 질환의 증가, 골다공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러한 수많은 증상들을 묶어서 갱년기 증후군이라고 합니다.
 
#  호르몬 처방·생활습관 개선등 적극적 치료
이러한 증상 중 초기증상의 완화에 호르몬 대체요법이 상당히 효과적으로 생각됩니다.
 이 요법은 몇 몇 보고에서 유방암의 증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호르몬 대체요법으로 인한 유방암의 증가는 아주 미미한 수준이며, 대체요법 없이 지낼 경우 생기는 골다공증과 심혈관 질환의 해악이 훨씬 큰 것으로 알려져 대부분의 부인과의사는 이를 처방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골다공증에는 호르몬요법 이외에도 수 많은 치료제가 개발 되고 있어 골다공증치료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갱년기 증후군의 치료에는 규칙적인 운동과 칼슘 비타민 등 적절한 미네랄의 공급, 금연, 절주, 커피 절제 등 생활습관의 개선도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인생의 사춘기라고 명명되는 이 정신적 육체적 혼돈의 시기에는 더욱 중요한 것들이 있습니다.
 먼저, 가족 간의 사랑을 통한 심리적 안정이 매우 필요한 시기라고 할 것입니다. 가족 간의 대화를 통해 불편한 상황에 대해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며 격려하는 마음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겠습니다.
 적절한 사회활동을 통해 대인과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인생의 긍정적인 측면을 많이 고려하여 자신과 타인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려고 노력해야합니다. 또 종교생활을 통한 자아성찰이나, 봉사활동 사랑의 실천을 통한 삶의 의미찾기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인생의 전환기를 잘 극복해 나간다면, 갱년기 이후의 긴 시간이 젊은 시절과는 또 다른 매우 풍성하고 유익한 나날이 될 것입니다.  
 
# 균형 식단·규칙적 운동
신체적, 심리적 요인으로 균형된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적당량의 음식을 골고루 섭취해야 합니다.
 기름진 음식, 특히 동물성 지방, 단 음식, 정제된 가공식품을 많이 먹지 않도록 주의하고, 살코기, 생선, 달걀, 두부 등의 단백질 음식을 적당량 섭취합니다. 또 비타민, 무기질, 식이성 섬유소가 풍부한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밖에 갱년기에 따른 호르몬 변화가 생기기 때문에 복부 비만과 심장혈관계 질환의 위험이 높아지는 시기가 갱년기 입니다. 이에 예방을 위한 영양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하며, 여성호르몬 감소로 인해 골다공증의 발생 위험이 높으므로 골다공증 예방을 위한 영양소도 섭취해야 합니다.
 콩류에 함유되어 있는 '이소플라본'이라는 성분은 여성호르몬과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갱년기 증상을 완화시키는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동물성 지방이 많은 육류 섭취를 줄이고 대신 콩단백질 섭취를 늘리는 것은 전체적인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자신의 몸에 맞는 적절한 운동을 꾸준히 병행한다면 건강한 노후 생활을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김은혜기자 ryusori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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