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2005년 개봉한 영화 <웰컴투 동막골>을 기억하는지. 강원도 태백산맥 깊은 산골에 자리 잡은 마을, '동막골'에서 펼쳐지는 한국전쟁의 한 장면을 그린 영화다. 영화에서는 국군과 인민군, 미군이 한 마음이 되어 연합작전을 펼치는 모습은 치열했지만 결국 인류애가 남아있었던 전쟁의 내면을 보여준다. 그리고 지난해 관객들에게 선 보인 영화 <적과의 동침> 역시, 남한의 한 평화로운 시골마을에서 펼쳐지는 인민군과 마을사람들 사이의 정을 표현했다. 영화 속에서 한국전쟁은 민족애를 나눌 수 있는 훈훈한 만남의 장이 그려졌다. 하지만, 실제 한국전쟁은 그리 따스하지 못했다. 같은 민족으로써 불신할 수 밖에 없었던 한국전쟁. 울산지역도 예외는 아니었다. 전쟁 중 울산지역에서 발생한 신불산, 대운산  공비토벌작전 등은 지우기 어려운 뼈 아픈 역사다. 같은 민족 끼리 싸워야 했던 한국전쟁의 책임은 그 누구에게도 물을 수가 없다. 단지 남겨진 후손들이 해야 할 일은 이들이 나라를 구하기 위해 혼신을 바쳤다는 점. 우리는 그 역사를 기억할 수 밖에 없다. 오는 25일은 제62회 한국전쟁 기념일이다. 눈물 서린 역사도 역사이기에, 오늘 조심스레 그들의 이야기를 꺼내 펼쳐본다. <도움말=울산보훈지청>

▲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장렬히 산화한 선열의 뜻을 기리기 위해 울산대공원 내 건립된 '현충탑'. 이창균기자 photo@ulsanpress.net

같은 민족끼리 총부리를 겨눈 아픈 역사
거친포화의 참상은 다행히 비켜갔지만
신불산·대운산·아미산 등 곳곳서 격전
호국보훈의 달에 떠나는 뜻깊은 추모길

# 신불산 공비토벌작전
'영남알프스'와 '자연 휴양림' 등으로 잘 알려진 가지산~신불산 능선. 이 곳은 사계절 내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여름이면 석남사와 자연휴양림을 찾는 관광객이 봇물을 이루는데, 석남사에 들렀다면 한 번쯤 입구 주차장에 세워진 '신불산 공비토벌작전 기념비'를 봤을 것이다. 천혜의 자연을 품고 있어 많은 사람들의 휴양지로 사랑받고 있는 이 곳이지만, 사실 이 곳은 한 때 무장한 인민군들이 숨어 지내며 침입을 노리던 아픈 역사를 가진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선 매년 6월 초 당시 토벌작전 참전용사와 희생자 유가족, 군 및 경찰 관계자 등이 조촐하게 호국영령의 넋을 기리고 있다.

 신불산 공비는 6·25전쟁 전후 서부경남 전선에서 패한 북한군과 여수·순천반란사건 때의 공비들이 지리산으로 숨어들었다가 그 일부가 울산으로 이동해오면서 활동이 시작됐다.
 400여명의 공비들은 신불산과 주변 가지산, 고헌산, 대운산, 아미산 등에 아지트를 구축하고 울산은 물론 인근의 경주, 양산, 밀양에서까지 양민 학살과 군경초소 습격, 철도파괴 등의 후방교란을 했다. 특히 울주군 두서면 선필마을과 전읍마을 피습, 두동면 이전마을 피습, 호계역사 피습, 삼남면사무소 피습 등을 통해 양민 200∼300명을 학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공비를 토벌하기 위한 군.경과 민간 의용대의 작전은 1949년 말∼1954년 초까지 4년 넘게 계속됐다. 이에 따라 군과 경찰, 의용대가 북한 남부군 제5지대장 김원팔 등 450여명을 소탕했다. 1952년 2월4일∼3월6일까지 한 달간은 수도사단 기갑연대와 울산경찰서, 의용대가 미 공군의 화력지원을 받아 대대적인 토벌작전을 벌이기도 했다.

 공비활동과 토벌작전 과정에서 희생당한 울산지역의 우익인사와 경찰관, 의용대, 군인은 140여명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당시의 상황이 정확하게 기록되지 않아 참전자들이 설움의 세월을 보내야 했으며, 지난 2003년 8월에야 참전이 확인된 64명이 처음으로 '참전유공자 증서'를 받았고 2004년에 47명, 2005년에 10명이 추가로 유공자 증서를 받는 등 아직도 유공자 찾기가 진행중이다.
 토벌작전 종료 이듬해인 1955년 당시 울산경찰서(현 울산 중구 북정동) 앞에 희생자의 이름을 새긴 충혼탑을 세웠으나 역사의 현장인 가지산 기슭에 기념비를 세운 것은 2001년 6월이다.
 
# 한국전쟁 기념비
한국전쟁 격전지는 모면했지만, 그 기간 중 인민군은 울산지역의 대운산, 신불산, 아미산 일대에 아지트를 구축해 전투를 벌였다. 이로인해 많은 군인과 경찰, 공무원, 지역주민들이 희생됐다. 지역 곳곳에는 이들의 희생을 추모하는 기념탑과 충혼비가 세워져 있다.
 한국전쟁으로 인해 순직한 애국선열들의 넋을 기리는 기념탑은 대표적으로 '현충탑'과'충혼탑'이 있다.
 현충탑은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장렬히 산화한 선열의 뜻을 높이 기리기 위해 지난 1996년 9월에 건립한 것으로, 호국영령의 위패가 봉안돼 있다. 탑의 높이는 33m로 탑신전체가 선열들의 충·의·위·훈을 기리기 위해 엄숙함과 경건함을 나타내고 있으며, 탑신 하단부 '영원한 호국의 불꽃' 청동군상은 30인의 수호상으로 이뤄져 있다.

 또, 울산광역시 중구 북정동 1-3번지에 위치한 충혼탑에는 경무관 김종신 등 148위의 위패가 봉재돼 있다. 
 울산 호국선양기념사업단은 두서 아미산 전투와 대운산 공비토벌작전에서 희생된 경찰관 등의 애국정신을 기리고 전후세대에게 안보의식의 산 교육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기념비와 탑을 세웠다.
 한국전쟁 대운산전적기념탑은 지난 2007년 3월 먼저 세워졌으며 울주군 온양읍 운화리 산 159-1번지에 자리잡고 있다.

 1년이 지난 후 2008년 11월 세워진 두서전적기념비는 아미산전투에서 희생된 경찰 등을 기리는 기념탑으로, 울주군 두서면사무소 내에 위치하고 있다.
 한국전쟁에 참전해 전몰된 장병들을 모시는 충혼비도 북구 농소동에 안치돼 있다. 1953년 한국전쟁에 참전한 전몰장병 163위의 유해가 농소면사무소에 봉환된 이후 유족들이 연금을 모아 매년 합동위령제를 실시하고 있다. 위령제는 성암사 옥천암에서 지내다 지난 1991년 울산시의 지원으로 충혼비가 건립돼 호봉사에 위패를 봉안해 매년 한식일에 합동위령제를 봉행한다.

 한 집안의 4형제가 전쟁에서 산화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는 사연도 전해진다. 한국전쟁뿐만 아니라 월남전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이다 목숨을 바친 4형제는 장남 이민건, 차남 이태건, 삼남 이영건, 그리고 월남전에서 산화한 육남 이승건 씨다. 위령비는 지난 1997년 울주군 언양읍 평리 선산에 건립됐다. 2000년 1월 두동면 구미리 111번지로 이전해 매년 6월 6일 추모행사를 거행하고 있다.
 또, 울주군은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에서 참전해 공을 세운 울주군 출신 무공수훈자들의 위훈과 충정을 기리기 위해 지난 2009년 울주군 두서면 서하리 86번지 두서화랑체육공원에 호국무공수훈자전공비를 세우고 이들의 애국 정신을 보존하고 있다.

 오는 23일에는 아미산 전투와 대운산 공비토벌작전의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행렬이 이어진다. 우선 오전 10시 두서전적기념비 앞에서는 한국전쟁 울산지구 두서전투 전사자 추모제가 열린다. 이어 오후 2시 대운산 대운산전적기념탑 앞에서는 한국전쟁 울산지구 대운산전투 희생자 추모제가 개최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