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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 시대 미국의 참혹한 현실을 그린 이 작품은 존 스타인벡에게 존퓰리처 상, 노벨 문학상을 안겨주며 미국의 대표 작가로 거듭나게 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산업자본주의가 대두되던 시기의 농촌을 배경으로 정직하게 살다 하루아침에 이주 노동자로 몰락한 조드 일가의 상황을 통해 당시 현실을 생생하게 포착했다는 평을 받았다.


 3대에 걸친 조드 가족은 가뭄과 모래 한파와 지주들의 횡포에 못 이겨 트럭으로 개조한 중고차를 타고 일자리가 있다는 캘리포니아로 떠난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에 다다를수록 꿈꾸던 이상향이 아님을 알게 되지만 멈추지 못한다. 이미 돌아갈 고향은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일자리를 찾아 캘리포니아로 온 사람들은 굶주리는 가족을 돌보기 위해 무슨 일이든 찾고자 하지만 이미 일자리는 없다. 남은 일자리마저 자본가들의 횡포로 터무니없이 싼 임금을 강요받게 된다. 정착할 수 있는 땅이 없음을 알게 된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목숨을 담보로 나선 길 위에서 떠도는 것 말고는 없다.


 캘리포니아로 가는 길은 가족의 해체를 강요받는 길이었다. 오랜 여행에 지치거나 희망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어쩔 수 없는 선택에 의해 목숨을 잃거나 도망자 신분이 된다. 이런 암울한 현실에서 그나마 기댈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는 그런 의미에서 주목받는 작품이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직시하고 그 속에서 울고 웃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만 그 속에서 겪게 되는 좌절과 우울, 소외, 죽음과 같은 부정적 요소보다는 배려와 나눔, 따뜻한 인간애 등에 주목해 인간성 회복의 희망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의 결말은 임신한 아내를 버리고 떠난 남편에 대한 절망감과 굶주림 등으로 사산을 한 로저샨이 굶어 죽어가는 사람에게 불어난 젖을 먹이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이는 절망 속에서도 끝내 발견하는 '희망'과 인간의 생명력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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