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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민규 작가의 파괴적 상상력, 이를 아우르는 스타일리시한 문체와 유머는 낯설고 새로운 것에 대한 독자들의 경계와 긴장한 마음을 책장을 펼치는 순간 무장해제 시켜버린다.
#작가소개
1968년 울산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일찍이 한국 소설사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세계관을 보여준 박민규는 단편소설에서 그 세계관을 유지하며 독특한 상황과 인물, B급 영화의 상상력, 감각적인 문체 등 자신만의 스타일을 심화 발전시키고 있다.


 밑바닥 삶에 대한 애정, 자본주의 비판, 지구 밖으로 뻗어나가는 파괴적 상상력, 이를 아우르는 스타일리시한 문체와 유머는 박민규 소설의 큰 특징으로 다음과 같은 작품에서 이를 충분히 보여준 바 있다.


 2003년 『지구영웅전설』로 문학동네작가상을,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으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았다. 장편소설로 『핑퐁』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소설집으로 『카스테라』가 있다. 2007년 '누런 강, 배 한 척'으로 이효석문학상, 2009년 '근처'로 황순원문학상, 2010년 '아침의 문'으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에피소드
많은 사람들이, 많은 평론가와 작가, 독자들이 '그는 다르다'고 말한다. 물론 그는 다르다. 그러나 돌아보면 그를 차별화시킨 그 독특한 상상력은 곧 우리의 것이었다. 그의 소설이 상쾌하고, 통쾌하고, 유쾌한 것은, 그 상상력이 전혀 새로운 것, 그저 낯설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곧 평범한 우리들에게서 빌려간 것들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전혀 낯선 것, 전혀 새로운 것, 이질적인 것은 우리를 당황하게 하고, 뒷걸음치게 만들고, 저항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의 소설은 많은 독자들로 하여금, '서슴지 않고' 다가가게 만든다. 우리를 경계하고 긴장하게 만드는 대신 책장을 펼치는 순간 무장해제 시켜버린다.


 그는 자신의 문학하는 이유에 대해 한 인터뷰에서 "조금은 격렬해지고 싶어 문학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치열하고 가슴 뛰고 긴장되는 그런 것, 너무 하고 싶은 것, 보통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꿈…"


 "사진으로 치면 노출의 문제인데, 노출이 적정해서 좋은 사진이 있는가 하면 그것이 부족해서 좋은 사진도 있고 오버해서 찍었을 때 좋은 사진을 얻기도 합니다. 사진을 찍으면서 느낀 건데, 모든 사진이 적정으로 찍는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이것저것 가리지 않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고 싶은 것을 하다보면 저절로 이런저런 것들이 나올 거라고 믿고 있어요"


 여유로워 보이고 자유로워 보이는 그이지만, 실제 그는 잠시도 몸을 놀리지 않는 치열한 파이터다. 동작을 멈추고 딴생각을 하는 순간 복서는 쓰러지고 만다. '무규칙 이종 소설가'인 그의 싸움은 정통 복싱이다. 변칙을 쓰지 않는 정직한 복서, 이야기로 승부하는 단단한 복서가, 바로 그인 것이다.
 

   
▲ 카스테라
#최근 인기작
『지구영웅전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선보이며 한국 소설계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온 소설가 박민규가 등단 이 년 만에 선보인 첫 작품집 『카스테라』. 2003년 여름부터 2005년 봄까지 각종 문예지에 발표한 단편 열편이 실려 있는 이 작품집은 유쾌한 글쓰기의 모범을 보여준다.


 미 제국국주의를 만화적 상상력으로 희화하고 비판한 『지구영웅전설』, 프로가 되길 종용해 인간의 삶을 포기하게 만드는 자본주의의 음모를 폭로하고, 자발적 비주류로 살아가는 즐거움을 설파한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두 장편소설로 일찍이 한국 소설사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세계관을 보여준 박민규는 단편소설에서 그 세계관을 유지하되 독특한 상황과 인물, B급 영화의 상상력, 감각적인 문체 등 자신만의 스타일을 발전시키고 있다.


 전생에 훌리건이 아니었을까 싶을 만큼 시끄러운 냉장고와 동거하는 자취생('카스테라'), 링고 스타와 함께 버스를 타고 떠나는 우주여행('몰라 몰라, 개복치라니'), 집안이 어려워 돈을 벌기 위해 지하철의 '푸시맨'이 된 고등학생('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 후 친구 집을 전전하다 이르게 된 쪽방 같은 갑을고시원('갑을고시원 체류기') 등에서 볼 수 있듯, 밑바닥 삶에 대한 애정, 자본주의 비판, 지구 밖으로 뻗어가는 파격적 상상력, 이를 아우르는 스타일리시한 문체와 유머는 박민규 소설의 큰 특징이다.

또한 대왕오징어, 거대한 개복치, 프로레슬러 헐크 호건, 팝스타 링고 스타 등 어디서도 만나기 힘든 등장인물들은 독자들의 허를 찌른다.  김주영기자 us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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