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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에 비친 하늘처럼 내 안에서 누가 본다
고요의 무게 속에 피고 지는 생각들을
없는 듯 그가 숨 쉬며 지켜보는 이 한때
 
잎 지는 소리를 듣고 있는 내가 있고
듣고 있는 나를 보는 이 뿌리는 무엇인가
계절도 걸음 멈춘 채 유리창에 타고 있다


■ 감상노트
심령세계에서나 통할 법한 현상이 이제는 현실이 되었다. 다시 말해 자신은 자신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주에서는 위성 안구가 지상의 면면을 읽어대고, 거리 곳곳에서는 햇빛 플래시를 반사하는 백미러가 양심이란 거울을 꺼내들고서 움직이는 모든 것의 일거수일투족을 인화한다. 더구나 앞으로는 인간의 눈보다 폐쇄회로의 수가 더 많아지리라고 생각하면 결코 자타를 불문하고 이유 없는 사찰을 비껴갈 방법이 없다. 일찍이 천재 시인 이상은 '거울'이란 작품에서 문명이 운영하는 틀에 서서히 족쇄가 채워져 가는  오늘 날의 이런 현상을 예견했는지도 모른다. 역으로 정해송 시인의 '응시'는 이러한 이기의 몽환적 병리를 치유하고 있어 다행이라 하겠다. 박영식(울산시조시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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