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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 런던이 세계의 중심이 된다. 한 때 지구의 중심이던 대영제국의 심장, 런던은 이번 하계 올림픽 유치로 지구상에 유일한 세 번의 올림픽 개최 도시가 됐다. 지구촌에서 올림픽은 스포츠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약소국가들은 엄두도 못내는 올림픽 개최는 그 자체로 국력의 상징이 됐고 개최 국가는 올림픽을 통해 전 세계인에게 자국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보여주려 한다. 이 때문에 올림픽 개최국은 개막식 행사에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 바로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그 좋은 예다. 중국은 세계의 문명이 중화로부터 시작됐음을 세계인에게 각인시키기 위해 개막식을 구성했다. 그 결과 화려함과 웅장함을 동시에 갖춘 역대 최고의 개막 쇼라는 평판을 듣기도 했다.
 

 벌써 세 번째 올림픽을 유치한 영국도 이번 기회에 대영제국의 위상과 영국문화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려고 특별한 개막행사를 준비하는 모양이다. 모든 행사를 극비로 한 채, 리허설조차 철저한 보안 속에 이뤄져 자못 개막식이 궁금해진다. 영국이 어떤 나라인가.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이 닉네임으로 따라다니는 나라가 영국이다. 바다의 시대가 열리던 19세기, 대륙에서 떨어진 낙후된 섬나라 영국이 대영제국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도전정신이 바탕이 됐다. 엘리자베스부터 빅토리아 여왕까지, 여왕의 시대에 영국은 바다를 열었다. 그 저력은 섬나라였지만 대륙을 지향하고 다른 문화를 배우고 수용하는데 관대하면서도 스스로의 전통은 보존하고 다듬어 더 나은 전통으로 계승하는 일에 충실했던 역사에 있었다.
 

 그런 기질을 품은 영국이 주말 새벽, 어떤 개막행사를 펼칠지 기대가 크지만 역시 우리에게 올림픽은 한민족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할 경기와 선수들의 투혼을 지켜보는데 의미가 있다.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처음으로 출전했던 올림픽이 1948년 런던 올림픽이니 이번 올림픽을 바라보는 우리의 의미는 남다르다. 당시 우리 선수들은 비행기로 11시간이면 가는 곳을 배를 타고 부산에서 출발해 홍콩∼태국 방콕∼인도 봄베이∼이탈리아 로마를 거친 고단한 여정 끝에 21일 만에 런던에 도착했다. 당시 한국은 7개 종목 선수 40여 명을 포함해 약 70명의 선수단이 참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태극기를 앞세우고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에 출전한 한국은 역도와 복싱에서 동메달 2개를 땄다. 무려 64년 전의 일이다.
 

 세월이 흘러 우리도 몬트리올에서 첫 금메달을 따는 낭보가 전해졌다. 그러나 우리에게 올림픽 금메달은 참 어렵고 힘든 목표였다. 그 목표를 현실로 만든 확실한 종목이 양궁이었다. 1984년 LA올림픽에서 금메달 사냥을 시작한 대한민국 양궁은 이후 무려 27년간 부동의 세계 정상을 유지하고 있다. 1965년 이 땅에 양궁이 처음 들어왔으니 20년이 채 되지 않아 세게 정상을 움켜쥔 셈이다. 바로 그 저변에 우리 민족의 유전인자에 녹아 있는 활쏘기 문화가 있다.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 우리 양궁 팀은 전 종목 석권을 노리고 있다. 지난 LA 올림픽 이후 세계 양궁은 타도 대한민국으로 일관해 왔다. 우리 선수들의 독주를 막기 위해 대회마다 룰을 바꾸고 사거리를 조정하는 촌극을 벌였지만 태극 낭자의 시위는 언제나 명중했다.
 

 양궁 이야기가 나온 김에 스포츠와 대한민국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 우리는 역대 올림픽에서 주로 양궁과 태권도, 유도, 레슬링 등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상대적으로 육상이나 수영 등 기록경기에서 약세를 보인 것에 대해 많은 이들은 기초체력에 대한 투자를 문제 삼았다. 하지만 유전학적 요인으로 볼 때 우리는 기록경기보다 양궁이나 격투기에 강할 수밖에 없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기마민족의 후예로 태고 적부터 말을 타고 달린 우리의 조상들은 튼튼한 하체보다는 공간적 감각과 육박전에 강한 유전적 기질을 남겼다.
 

 특히 활쏘기는 그 어떤 유전적 요인보다 특출했다. 고구려 수렵도에 나타난 활 쏘는 장면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하고 있다. 동이족이라는 우리민족의 명칭도 활을 잘 쏘는 민족이라는 뜻이 녹아 있는 이름이다. 그 이름만큼 우리에게 활은 특별하다.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는 "읍루는 그 활의 길이가 4척이니 그 힘이 노(弩)와 같으며, 화살은 광대싸리 나무를 사용하니 그 길이가 1척8촌이며 청석(靑石)으로 화살촉을 만든다. 옛날의 숙신국은 활쏘기를 잘하여 사람을 쏘매 모두 맞고 화살촉에 독을 발랐으므로 사람에게 맞으면 모두 죽는다"는 기록이 보인다. 여기서 읍루는 연해주 지방에서 헤이룽 강(黑龍江) 유역에 걸쳐 거주한 고대 부족으로 부여 옥저 등과 같은 동이족의 한 뿌리였다.
 그 유전인자가 오늘의 양궁으로 부활해 올림픽의 효자 종목이 됐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수천 년을 이어 내려온 활과 격투의 유전인자가 우리에게 한민족의 자긍심을 높이는 금맥으로 되살아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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