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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여름이다. 기온이 무려 사람 체온과 같은 36도를 넘어서니 아침나절에 듬뿍 물을 준 화초들이건만 오후가 되면 잎이 축축 늘어진다.
 이런 더위에 너나 없이 모두들 에어컨을 켜 대다보니 예비전력율이 6%에 그친다고 한다.
 

 학교는 에너지 비상대책에 따라 관리실과 행정실의 실내온도가 28℃, 학생이 수업을 하는 교실은 26℃ 이상일 시 에어컨을 켜도록 내부방침을 정해두고 각 교실마다 커다란 온도계를 달아두었다.
 도심에서 떨어진 시골의 학교라 막힌 곳도 없고 복사열도 적어 창문만 열어도 이 더위 쯤은 견딜만하다. 그러나 실내온도가 29℃를 넘어서니 어쩔 수 없이 선풍기를 틀었다.
 에어컨을 켜도 누가 뭐라할 사람도 없지만 나 한 사람이라도 전기를 덜 쓰면 국가 동력조정에 도움이 될까싶기도 하고 더 크게는 지구 온난화를 눈꼽만큼이나마 막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거룩한(?) 생각에 생활 신조를 '좀 불편하게 살자'라고 정하고 스스로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언론에서 전기요금을 아끼느라 학생들이 찜통 더위에 수업을 하도록 한다는 보도를 보고 참 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을 함부로 틀어놓고 샤워를 해대는 아들 더러 물을 아껴 쓰라고 타일렀더니 녀석이 하는 말이 "어머니, 수도요금이 그렇게 아까워요? 우리 식구 한 달 실컷 써봤자 2~3만원도 안되는데…" 이건 뭐가 잘못된 것이다. "임마, 나는 수도요금을 아끼는 것이 아니고 물을 아끼려는 것이야. 내가 조금 줄이면 고지대 사람들이 좀 수월케 물을 사용할 수 있고, 물을 정화시키느라 들어가는 돈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지 않겠냐?"며 야단을 쳤지만 뼛속 깊이 새기고 실천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시키지 못했음에 영 씁쓰레하다.
 

 우리 아들뿐만 아니라 요즘 사람들이 가지는 보편된 생각들일 것이다. '그까짓 물, 그까짓 전기요금'하면서 우선 쾌적하고 편리한 것부터 찾는 게 대부분이겠지.
 그렇다면 수도요금도 전기요금도 엄청 더 올려야 한다, 납부할 돈이 아까워서라도 아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려면.
 우리나라 수도요금과 전기요금은 너무 싸다. 물가 안정을 위해 요금을 더 이상 올리지를 못하고 생산해 내는 단가에 비해 거둬들이는 수익금이 더 적으니 계속적인 적자로 부채가 쌓이고 그 빚들은 나중에 또 우리가 다 떠 않게 되겠지. 
 

 그건 나중 문제고 우선 제 돈이 아까워서라도 물과 전기를 아끼게 하려면 요금을 더 올리는게 맞지 않나? 얼마 전까지 찬물 등목욕과 부채 하나로 더위를 이기다가 선풍기가 나왔을 때 얼마나 신기해 하고 감사해 했던가?
 허나 이젠 그것도 싫댄다. 에어컨 스위치 하나면 시원한 찬공기로 쾌적하게 지낼 수 있는데 그까짓 전기요금 쯤이 대수인가?
 그러면서 요금을 올리면 극구 반대만 해대고. 원자력 발전소의 위험도를 보면서 그 불안한 시설은 더 이상 설치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전기는 그렇게 마구 써대니 참 이율배반적인 행동들이다.
 

 에너지를 아껴쓰는 것은 아마 학교와 관공서가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녹색성장과 에너지절약을 얼마나 강조하고 있는가? 교육과 실천은 함께 해야 한다고 본다. 체격에 비해 체력이 떨어진 요즘 아이들에게 더위를 이기는 힘과 추위를 이겨내는 힘도 길러주고 에너지 절약의 필요성을 체득시켜주어야 할 것이다.
 학교는 전기요금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 전기 아끼는 것을 교육시키고 실천해 가야하는 곳이다.
 아울러 언론도 고발성 사안만 찾지말고 에너지 절약의 선봉에 서서 전 국민이 전기의 심각성을 알고 절약해 갈 수 있도록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야 할 의무와 책임이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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