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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假定)이지만, 백퍼센트의 가정이지만 만약 현대그룹의 창업주 정주영 회장이 아직 살아있다면 애지중지 키우며 잔뜩 기대를 걸었던 아들 정몽준 의원에게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얘, 몽준아! 너는 인생을 아버지에게서 배우고 사회를 FIFA에서 배웠다고 했지 않았느냐? 아버지가 너의 인생을 바꾸어 놓을 일을 그렇게 가르치던..... 사내가 칼을 빼는 일만은 신중히 해야 되고 칼을 뺐다면 썩은 짚단이라도 내려치든가 그것도 두 번이나 변죽만 울리다가 슬그머니 꼬리를 감출 걸 왜 뜻을 가졌느냐 말이야. 그리고 몽준이 너에게 하는 말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하는 말처럼 박정희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정주영도 그렇게 크지 못했을 것이고 오늘의 현대가 아예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소리들은 아버지도 부정하지 않는 긍정적으로 받아 들이는 말이야. 그런데 너는 대선 예비후보가 되는 날부터 그 대통령의 딸에게만 쓴 소리를 퍼부어 대다가 중도하차를 한 게 아버지로서는 심히 못마땅한 일이었던 것 같다. 일을 이 지경으로 해 놓고 다시 나선다고 할 것인가? 으음 참 기가 막혀!"
 

 나름대로 생각하기에 달렸겠지만 대체로 맞는 말인 것 같다. 이 글을 쓰는 필자도 씁쓸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데 아버지의 심정은 오죽 하랴.
 정몽준 의원, 최다선 의원으로 집권당의 당 대표를 지낸 분에게 또 대기업의 총수에게 감히 그림자를 밟고 옆자리에 서지도 못할 필자가 이렇게 외람된 글을 쓰자니 당돌한 행동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드는 것 같다. 그러나 정 의원의 대권접기는 아무리 덮으려 해도 허망한 감이 들고 그를 아는 전국의 많은 사람들에게도 실없는 정치가로 비칠 것이란 생각이 들고 있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정 의원은 시종일관 오픈 프라이머리를 주장하면서 소속 정당인 새누리당에 민주주의가 사라져 당이 사당화 되었다고 지적하다가 바람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당이 민주화 되지 않는다는 것은 당규를 무시한다는 뜻으로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당규대로 치르자는 것이 잘못이라면 당 대표로 있을 당시 제도적으로 바로 잡아 두었어야 할 일이었다. 다른 후보들은 한결같이 국민을 위한 공약을 발표하고 있어도 거기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 같았다.
 

 기껏 끄집어든 것이 핵무장을 하자는 것이었다. 우리의 핵무장은 한발짝만 나가보면 도저히 불가능한 것으로 실익을 따지기에 앞서 그 가능성 자체가 없어진다고 하는 것이 이제 일반화된 상식이 되고 있지 않는가?
 

 필자는 정몽준 의원이 처음 정치에 뜻을 두고 국회의원이 되려 했을 때 그 뜻을 이루지 못했던 과정을 비교적 상세히 알고 있다. 우연하게 인연이 닿아 정몽준 국회의원 만들기 작업을 하는 캠프에 참여한 적이 있었고 정 의원을 제치고 공천을 받은 김태호 후보측의 사정을 생생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체육관 대통령이 정 의원 대신 김태호 전 의원을 공천할 것을 완강하게 뜻을 보였고 정주영 회장에게 수모에 가까운 압력을 가한 것이 그렇게 된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옳을지 모른다.
 그때 정 의원이 출마할 수 있었다면 정몽준 의원은 보나마나 7선이 아닌 8선의원이 돼 있을 것이다.
 

 그런 인연이 있은 터에 그후 국회의원이 되고나서 또 그의 후원회가 열린 자리에 나서게 되었다. 발디딜 틈 없이 빽빽이 들어선 대중들 앞에서 나는 그를 큰 정치인으로 키워야 한다는 내용으로 열을 올리며 연설을 했었다. 이런 일들 외에도 그후 그가 보인 가식이 없는 진정성과 아기자기한 인간애 등으로 사실 나는 정 의원의 열렬한 팬이었고 그의 정치행보에 각별한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는 쪽에 서 있게 된 셈이다.
 아니 정치적으로 대성하기를 진정으로 바라는 사람이었다. 이런 그가 너무도 허망하게 실없는 정치인처럼 비치게 될지 모르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안타깝고 서운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정 의원에겐 아버지 정주영 회장 특유의 의지와 도전정신, 그 불굴의 의지와 도전성이 있음을 나는 믿는다. 그것은 정 의원이 소속당을 떠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 증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몽준 의원의 길은 정해져 있는 것이다. 소속당의 대선후보가 누가 되든, 장차 한 사람으로 결정될 그 후보를 위해 내 일처럼 뛰어주는 것이 도리요, 보다 더 성숙한 정몽준을 내보이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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