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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올림픽이 개최되었다. 인류의 스포츠 제전이 시작되었다.
 그리스 올림피아 경기장에서 채화된 성화는 성화 봉송 선수들의 멀고먼 대장정에 마침내 런던 리밸리 스타디움 성화대에 점화되었다.
 성화대에 불이 오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지구촌 화합의 다섯 수레바퀴는 황금빛 불꽃과 함께 활활 타오르며 하늘을  뒤덮는다.
 

 성화대에서 하늘로 솟구치는 엄청난 불의 위용을 바라보며 전 인류는 화합과 영원한 번영을 갈구한다.
 이렇게 거침없이 타오르는 불과 더불어 축제의 도가니에 빠진 사람들 속에서 소방관인 나로서는 불의 의미를 되새겨 보려니 남모를 감회에 빠져든다.
 다른 것도 아니고 왜 하필, 위험한 불을 피워놓고 그것도 엄청나게 큰불을 질러 놓고 인간은 축제에 빠져 정신을 놓는 것일까?
 물이 생명탄생의 모태였다면, 불은 인류 문명 탄생의 모태가 아닐 수 없다. 불의 사용으로 인간은 비로소 인간다운 모습을 갖출 수 있었다.
 

 불을 피워 사냥해온 고기를 익혀먹고, 불로 추위와 맹수들을 물리칠 수 있었으며, 인간 생활의 영역을 넓혀나갔다.
 자연에서 불로 철을 발견한 후부터 비약적인 발전으로 인류문명을 탄생시켰다.
 철의 생산으로 농기구를 만들어 농업생산량은 증대되었고, 길고 길었던 이동생활은 정착생활로 바뀌었으며, 늘어난 여가시간은 과학과 예술 문화를 비약적으로 발달시켜 비로소 오늘날 인류 문명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다.
 

 몸에 털이 없어 추위에 떨고, 힘이 약해 맹수에 기고 맹수의 먹잇감으로 전락했던 나약했던 인간이, 불의 힘으로 모든 약점을 장점으로 승화시켜 만물의 영장으로 재탄생 된 것이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신으로부터 불을 훔쳐 인간에게 전해 준 프로메테우스에게 그토록 가혹한 벌을 내린 이유가 어쩌면, 인간이 불을 사용하여 신과 인간의 경계를 허물 것을 미리 예견했었기 때문일 것이다.
 

 실로 "현대사회는 불에 의해 탄생된 사회이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은 이미 우리의 몸을 이루는 물이며, 물속에 녹아든 영양분과 다를 바가 없다.
 우리 주위에 불이 아닌 것이 그 어느 것이 있는가?
 발전소에서 불은 터빈을 돌리고, 석유를 추출하며, 밤과 낮을 바꾸었으며, 온 세상을 찬란히 밝혀주고 있는 것이다.
 

 예로부터, 불은 희망과 번영의 상징이었고 타오르는 불꽃은 솟아오르는 생명력을 상징하는 것으로 여겨졌고, 또 그 파괴력은 더럽고 사악한 것을 물리쳐 주는 정화의 표상이라 여겨졌다.
 그리하여, 옛날에는 신성한 제사나 의식에는 불을 사용하여 왔으며, 불을 신성시 하여왔다.
 그렇기에 우리는 저 커다란 성화대에 거대한 불을 지펴놓고 인류의 희망과 건강과 번영을 기원하며 혼신의 힘을 다한 축제의 제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식을 줄 모르는 열대야의 열기도, 작열하는 8월의 태양도 인류의 행복과 번영을 갈구하는 우리들의 뜨거운 열기보다는 뜨겁지 못하리라.
 경기장 한마당에 성스러운 불꽃이 피어나고, 경기장 가득 애국가가 울려퍼지고 단상 높은 곳에 태극기를 가슴에 품은 선수들의 우뚝한 모습을 한껏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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