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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에 합격하기 위해서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입시 준비를 하던 때가 엊그제인 듯한데 지금은 아들 딸들의 입시를 바라보는 입장이 되었다.


 수능은 끝났지만 자기와의 외로운 싸움을 해야 하는 더 큰 어려움을 맞게 됨을 고3 수험생들에게 먼저 경험한 인생 선배로서 한가지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 부디 도움이 되길.
 이제 한우물만 파야 성공한다고 하던 시대는 지났다. 현대는 만능 엔터테인먼트가 환영받는 시대다. 예를 들어 요즘은 가수들이 노래만 잘하는 게 아니라 연기와 춤실력까지 갖춰야 생명력이 오래 간다. 이른바 한류열풍을 타고 세계무대에 명함이라도 내밀려면 영어실력은 필수고 유머감각 또한 무시 못할 조건이 된다.


 연예계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도 그렇다. 학교에선 공부만 잘하는 학생이 인기 없는 것처럼 조직구성원으로서 사회생활을 할 때도 단순한 일벌레는 그다지 좋은 평판을 받기 어려운 현실이다.
 장래의 목표가 세워졌다고 해서 문과나 이과 어느 한쪽에만 치우치는 건 그런 면에서 다고 바람직하지 못하다. 문과를 전공한 학생이라고 해서 문과쪽 친구만 사귈 필요는 없다. 이과도 마찬가지다. 물론 서로 분야가 달라서 처음엔 대화가 통하기 어려운 면도 있겠지만 호기심을 갖고 접근해보면 색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흔히 공대생이라고 하면 딱딱하고 거친 이미지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막상 문학이나 예술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여겨지던 사람이 그 방면에도 조예가 깊다는 것을 알게 되면 사람들이 보는 눈이 달라진다. 문과 지망생 역시 마찬가지다. 얼핏 생각하기엔 꿈만 먹고 살아갈 듯한 감성의 소유자가 전자공학이나 수리능력에도 밝은 재능이 있다는 건 얼마나 멋진 일인가. 건축가 출신의 시인이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전공이 정해졌다고 해서 다른 분야에는 도통 관심이 없다면 앞뒤가 꽉 막힌 샌님 취급 당하기 십상이다. 좀더 융통성 있고 유연한 사고방식을 기르기 위해선 부전공이나 복수전공을 택해서 전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보는 것도 권할 만하다. 이것은 될 수록 다양한 재능을 개발함으로써 자신의 퀄리티를 높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언젠가 성형외과 전문의라는 분이 방송에 나와서 우리나라 고대 역사에 관한 강연을 하는 걸 보았다. 강연내용도 재미있었지만 전공 외의 분야에 그토록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이 분이 역사를 공부하게 된 이유가 꽤나 재미 있었다.


 "대학시절 틈틈이 역사를 공부한 건 동아리에서 튀어볼려는 욕심 때문이었습니다. 의학도라고 해서 시도 때도 없이 수술이나 해부 이야기만 하면 사람들이 좋아할 리 없잖아요? 한 마디로 잘난 척하고 싶었던 거죠."
 청중들이 그 말에 박장대소를 하는 모습을 보니 나 역시 웃음이 나왔다. 잘난 척하려고 시작했든 공부든 호기심 때문이든 어쨌거나 그 분은 확실히 튀는 면이 있었다.


 퀄리티를 높인다고 해서 꼭 학문에 관계된 것만을 뜻하는 건 아니다. 공부와는 전혀 관계 없는 악기 다루는 법이나 스포츠, 댄스, 공예 등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깨고 튀어보일 수 있는 취미활동은 무궁무진하다. 단, 말 그대로 '딴 우물'을 파려면 이것 조금, 저것 조금 하는 식으로 흉내만 내는 것으로 그칠 게 아니라 한 가지를 하더라도 완벽하게 제대로 배워두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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