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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희경 작가.
#작가소개
30대 중반의 어느 날, '이렇게 살다 내 인생 끝나고 말지' 하는 생각에 노트북 컴퓨터 하나 달랑 챙겨 들고 지방에 내려가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은희경의 인생을 바꿨다.


 19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 <이중주>가 당선되어 등단했으나 알아주는 사람이 별로 없자, 산사에 틀어박혀 두 달 만에 <새의 선물>을 썼다.


 이 작품이 제1회 문학동네 소설상을 수상하면서 필명을 날리게 되었다. 한 해에 신춘문예 당선과 문학상 수상을 동시에 한 작가는 이문열과 장정일 이후 처음이었다.


 1959년 전북 고창에서 출생했고 숙명여대 국문과와 연세대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 졸업 후 출판사와 잡지사에서 근무했다.


 오늘을 살아가는 인간의 고독과 내면적 상처에 관심을 쏟는 작품들을 잇달아 발표하여 젊은 작가군의 선두 주자가 됐다.


 등단 3년만에 『아내의 상자』로 제22회 이상문학상을 수상며 소설가로서 확고한 자리를 잡았다.
 1997년 소설집 『타인에게 말 걸기』로 제10회 동서문학상을, 1998년 단편소설 『아내의 상자』로 이상문학상을 수상, 2000년 단편소설 『내가 살았던 집』으로 한국소설문학상을 수상했다.
 
#에피소드
은희경의 최근작 태연한 인생의 소설가 주인공 류는 사실 소설이 잘 안써지는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제인 오스틴 소설 같이 클래식한 세태소설이자 연애소설, 운명에 대한 소설 같은 걸 쓰려고 했었다. 30년 전 여자 기숙사에서 시작해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여러 여자들의 삶의 굴곡에 대한 이야기들. 그런데 써보려고 했으나 뭘 생각하든 간에 다 누군가가 썼거나, 심지어 내가 썼던 이야기밖에 안 나오는 것 같았다. '내가 지금 완전히 패턴에 사로잡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을 쓸 수 있을까,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연재 마감 한 2주 남았을 때였나, 그냥 지금 이 이야길 쓰자고 마음먹었다. 소설이 안 써지는 작가 이야기를. 그래서 첫 회를 일단 썼다"고 했다.


 그래서 소설 속 에피소드 역시 그녀가 직접 겪은 일들이 많다.


 그는 "무조건 소설을 쓰는 순간 나한테 일어나는 일들을 소재로 썼다. 그게 이 소설에 영화 이야기나 외국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이유다. 내가 이 소설 쓰는 동안 여행도 많이 하고, 영화제 시나리오 심사도 했거든. 어차피 에피소드가 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다루느냐가 중요하지만, 그래도 구체적인 에피소드가 없으면 쓰는 게 너무 막막하거든. 소설이란 에피소드에다가 자기가 하고자 하는 말을 입히는 건데. 내가 원래 에피소드부터 심각하게 구상을 하는 편인데, 이번엔 에피소드 자체는 아무거나 가지고 와서 글이 좀 거친 부분이 있어서 조금 불안하기도 하다. 반면에 부담 없이 쉽게 읽히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 태연한 인생.
#최근 인기작
태연한 인생 (은희경·창비) = 사랑의 상실과 고독에 대한 문장들이 빛나는 소설이다.


 저마다의 외로움과 오해 속에서 흘러가고 얽히는 관계들, 그 속에서 우리 내면의 나약함과 비루함이 드러나는 순간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예리하다.


 냉소적이고 위악적인 소설가 요셉과 신비로운 여인 류, 그들을 둘러싼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한때 요셉을 열렬히 사랑했지만, 마지막에 그를 떠났던 류. 한 글자도 쓰지 못하고 있는 퇴락한 작가인 요셉에게 예술가들을 다루는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과거의 제자 이안이 찾아온다.


 이안은 영화를 통해 과거 요셉의 추문을 폭로하는 복수를 계획하고, 요셉은 이안을 경멸하면서도 그를 통해 류를 만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영화 출연을 결심한다.
 그리고 발칙하고 도발적인 여자 도경, 요셉의 소설의 주인공이 되고자 하는 여자 이채가 나타나는데….
 이 소설은 요셉의 일상과 류의 과거를 교차시키며 두 세계의 겹침과 엇갈림을 그려나간다.


 자신을 포함한 타락한 세계를 향해 던지는 요셉의 독설은 날카로우면서도 씁쓸한 연민을 자아내고, 언뜻 드러나는 류의 서사는 이야기를 서정적인 색채로 물들인다. 작가는 사랑이라는 관계를 통해 매혹과 상실, 고독과 고통, 오해와 연민 등에 대해 탐구한다. 우리 시대 인생과 사랑에 대한 깊은 통찰이 작가 특유의 섬세한 문장들로 펼쳐지며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김주영기자 us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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