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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강고성 중심인 사방가는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광장이지만 이 곳을 기점으로 미로처럼 뻗어 있는 상가 골목이 이 곳으로 통하고 있어 관광객들이 구름처럼 모여든다. 나시족들의 전통춤을 추는 곳으로로 유명하다.

#차마고도의 시작 도시
차마고도의 시작점이기도 한 여강은 해발 2500m의 고원도시로 고성(古城), 노성(老城), 신성(新城)의 3구역으로 나누어진다.
 이 가운데 고성은 대연진이라 불리며 800년전 송나라 때부터 건설된 유서깊은 곳으로 중국 혹은 윈난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들르는, 중국을 대표하는 여행지이다. 여기에 더해 1997년 유네스코가 여강일대 전 지역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해 고성을 복원해 운남성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가 됐다.
 '세계문화유산 여강고성'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 참 재밌다. 지난 1996년 이 지역을 강타한 대지진이 신시가지의 콘크리트 건물을 흔적도 없이 무너뜨렸으나 800년 전 건설된 구시가지의 나시족 목재 전통가옥들은 거의 피해를 입지 않아 세계의 유명 건축가와 문화 연구가들의 주목을 받으면서 시작됐단다.
 이 지진으로 인해 외부에 알려지게 되면서 연간 5,000명이었던 관광객이 것이 지금은 년 500만이 넘는 인파가 됐다. 지진이 오히려 이 지역 발전에 큰 보탬이 된 것이다.
 노성(老城)은 여강 거주민들의 생활구역과 상업지역을 말하며 신성(新城)은 고성밖 외곽지역을 가리킨다.
 신성(新城)은 새롭게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지역으로 고성과는 달리 현대화된 건축물과 도로 시설을 갖춘 곳으로 고색창연한 고성과는 뚜렷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 북쪽 산에서 강물이 세줄기로 흘러 들어와

여강고성 초입의 옥하광장. 길이 어느 곳에서든지 이 광장으로 연결돼 었어 길을 잃으면 물레방아를 찾아오면 만날 수 있어 이정표 역할을 한다.
고성은 옥룡설산 밑 해발 2400m에 위치해 있다.
 고성의 지리적 위치는 독특한 것으로 유명하다. 산과 주변의 자연환경을 이용해서 서북의 차가운 바람을 피하고 동남쪽의 빛을 충분히 받을 수 있게 설계돼 있다고 한다.
 마을 북쪽의 상산 아래에서 강물로 나누어져 마을 안으로 흘러 들어간다. 이 강물은 마을 전체로 흘러 들어 집 앞에 강물이 흐른다. 이곳에 사는 나시족은 세갈래의 강물을 가장 윗줄기는 마시는 물로, 중간에 있는 줄기는 밥하는 물로, 가장 아래에 있는 줄기는 빨래물로 사용한다.

 마을에는 총 300여개 돌로 만든 다리가 있다.
 특히 다리, 강물, 초록색의 나무, 오래 된 거리와 오래된 집들이 어우러지며 아름다운 마을 풍경을 구성하고 있어 '동방의 베니스'라고도 불린다.
 여강고성은 중국의 4대 고성 중 유일하게 성을 둘러싼 성곽이없어 아무 곳으로나 출입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 유래는 이 지역을 통치하던 토사(土司, 추장)가 황제로부터 목(木)씨 성을 하사 받았는데 이 곳에 머물며 성곽을 쌓게 되면 '木'자 주위에 담이 감싸는 형태인 '곤할 곤(困)' 자의 형국이 되기 때문에 일부러 성을 쌓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여강'이라는 지역은 예부터 차와 말을 교환하던 중국 상인들이 티베트로 향하던 차마 고도의 경유지였다. 힘든 길 떠나던 사람들이 모여 차 한잔하고, 술 한잔하며, 객잔에서 잠을 청하기도 하고 정보를 교환하기도 하는 중요한 장소였다.
 지금은 여행자들의 발길을 붙잡는 곳이지만 그 옛날 상인들의 왕래가 잦았던 지역이었음을 입증하듯 여강고성에는 수많은 상점과 민박집 등이 광장을 중심으로 골목골목 배치되어있다.
 중국의 다양한 소수민족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데다가, 옛 고성의 정취가 아름답고 특히 마을 위에서 내려다본 고성 마을의 지붕과 처마의 모습은 쉽게 잊기 힘든 감동으로 다가온다.
 
# 만화영화 '센과 치히로의 모험' 배경 모티브
전통방식으로 옷감을 짜고 있는 나시족 처녀.
이곳 여강고성의 골목길 풍경은 일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모험'의 모티브를 준 곳으로도 매우 유명하다.
 골목길은 광장을 중심으로 사통팔달 식으로 이어져있다.
 고성여행의 시작점이기도 하며 고성을 따라 만들어진 여러 수로의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만나는 물레방아가 이정표의 역할을 한다.
 광장의 수많은 관광객 인파를 뚫고 골목에 들어가면 한산하고 고즈넉한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골목마다 물이 흐르게 만들어 놓아 마치 베니스와 비슷한 구조인 듯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고성의 오래된 집과 골목에서는 나이든 나시족 남자들이 그 옛날 전통방식 그대로 쪽빛 물들인 옷에 문화혁명시기의 팔각건을 머리에 두르고 환한 햇살을 받으며  오래된 거리를 여유롭게 걷고 있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나시족들은 주로 여자들이 경제활동을 하기 때문에 이렇게 한가로운 남자들이 많다고 한다.
 고성에 있는 모든 길은 각력암이 깔려있어 우기에는 질퍽대지 않고 건기에는 먼지가 날리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에 닳고 닳아 그 표면이 반질반질해졌다. 마치 고운 사포로 정성들여 광을 낸 건 처럼. 반질반질해진 돌속에 박혀있는 각양각생의 자연 무늬들이 아름답다.
 고성의 중심가인 사방가(스팡지에)에서 왼쪽으로 길을 잡으면 샹그릴라를 거쳐 라싸로 이어지던 차마고도다. 따리(대리)에서 나는 잘 구어진 차를 가득싣은 말이 방울을 딸랑이며 힘겹게 올았을 그 길은 이제 동네 꼬마녀석들의 놀이터가 됐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차마고도를 따라 좀 가파른 길을 오르면 고성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사자산에 다다른다. 사자산에 있는 완구러우가 고성 전체에 대한 최고의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명당자리라고 알려져 있다.
 가쁜 숨을 한 번 몰아쉬고 저 멀리 수평선까지 이어져 있는 수많은 기와 건물들을 보니 여강고성의 규모를 그제서야 실감하고 감탄했다. 걷기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이어서 일행 중 한 분이 굳이 사자산을 오르자고 권하지 않았으면 고색창연한 지붕을 이고 있는 집들의 아름다움을 경험하지 못했으리라. 유네스코 문화유산평가 위원들도 이 모습에 한없이 감탄해 등재를 승인했을 것이다. 티끌없이 맑은 공기로 인해 시야가 탁 트여 기분까지 상쾌해졌다.
 
# 밤이면 홍등밝힌 이국적 풍경 매혹적

고성내로 흐르는 수로를 따라 지어진 전통가옥의 상점들.
미로처럼 얽힌 길을 따라 올랐던 산에서 내려와  사방가에 도착해 광장에서 일행을 기다리자니 주위가 서서히 어두워지면서 홍등이 하나 둘 켜지기 시작한다. 여강에 밤이 찾아오니 일대가 또 다른 모습으로 변신했다. 식당, 가게, 객잔 창가에 드리원진 홍등이 발산해 내는 빛으로 고성은 온통 주황빛으로 물든다. 골목 귀퉁이를 따라 흐르는 물 위는 온통 쏟아져 나온 불빛들이 가득하다. 새로운 풍경이 펼쳐지니 골목을 거니는 느낌이 낮과는 사뭇 다르다.

사방가를 중심으로 미로처럼 연결된 작은 골목에는 주점과 객잔, 카페, 상점 등 이 줄지어 있다.
 고성의 중심광장인 사방가에는 낮시간대보다 더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짐작컨데 낮시간동안 여강 근처 관광여행하고 돌아온 관광객들이 모두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사방가 광장 한켠에서 한무리의 연인들이 소원을 담은 촛불을 밝힌 그들만의 배를 물위에 띄어보내고 있다.
 사방가 오른쪽의 지우빠지에는 시끄러운 음악이 천지를 진동하고 소수민족 전통 의상을 입은 여인들이 호객행위에 바쁘다. 지나다니는 여행객들 또한 바 안에서 행해지는 각종 공연과 호객행위 하는 미녀들 구경에 재미를 느끼는 듯하다.
 수로를 따라 양옆으로 늘어서있는 집들은 대부분 관광객들을 상대로 음식이나 차 주류를 판매하는 상점들이 줄지어 있다.
 잎을 길게 늘어트린 버드나무와 고풍스러운상점 그리고 붉은색으로 치장된 각종장식들이 이곳을 지나는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아름답고 고즈넉한 고성이 밤이 되니 얼굴을 바꾼 것이다.
 뭔가 묘한 중국식 현대 음악의 비트와 중국 특유의 시각적 효과가 만나 이상한 아우라를 내는 거대한 밤무대가 된다.
 한집 건너 하나씩 있는 술집은 중국 내에서도 유명한 관광 명소라고 한다. 테이블 위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보이고, 음악은 실내는 물론 행인들의 심장에까지 전달될 정도로 크게 울려 퍼진다. 관광객으로서는 굉장히 새로운 풍경이고, 재미있는 구경거리였다. 마치 커다란 흑인 남자가 중국 전통의상을 입은 느낌이랄까, 고즈넉한 고성이 밤이 되자 화려한 홍등을 켜고, 중국식 테크노 음악을 크게 틀어놓으니, 서양도, 동양도 아닌 시공간의 경계가 사라진 미래세계 같은 느낌이 들었다.
 동양의 베니스라 불리는 운남성의 고대도시 여강고성의 아름다움을 뒤로 하고 또 다른 여정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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