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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글이 호박
길쭉이 오이
수염 난 옥수수가
버스 타고
시장에 간다
 
봄부터 키워준
할머니 모시고
오일장에 간다
 
고등어 한 손
신발 한 켤레
사 드리러
버스 타고 간다.

■ 가을입니다. 들판에는 곡식들이 자기만의 색깔로 익어가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시는 풍성한 가을을 느끼게 하는 시입니다. 호박, 오이, 옥수수가 봄부터 자신들을 키워준 할머니를 모시고 오일장에 갑니다. 할머니가 그들을 싣고 가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할머니에게 고등어 한 손과 신발을 사 드리러 장에 간다는 역설적인 표현이 아주 절묘하며, 정감이 가는 시입니다. 이맘때쯤이면 시골버스에 이런 풍경들이 보이겠지요. 김이삭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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