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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의존환자 중에는 그의 행동에서 어머니에 대한 의존의 문제가 직접 드러나서 알코올중독은 모성콤플렉스 문제이구나 하고 알 수 있는 케이스가 있다.
 삼십세 가량의 한 남자 환자가 그런 케이스인데 어린애같이 행동하며 집에 보내달라는 요구를 매일 떼를 쓰듯이 한다.
 

 "집에 가서 딴 것 안하고요 뜨거운 물에 푹 담그고 올게요 술은 안 마셔요"라는 표현을 쓰는데 그 말을 들으면 만족 탐닉이라는 단어가 연상된다. 그리고 물이라는 것이 모성과 연결되며 '양수'도 연상이 되는데 이런 단어 연상과 관련없이 그는 실제로 목욕탕 가기를 좋아한다.
 어머니가 아이를 보살핀다고 하는 것에는 정말 많은 것이 들어있다는 생각이다. 심리학의 대부분 지식은 아마도 어머니와 아이의 관계에 대한 것 아닐까 할 정도로 애착 관계가 어떻게 잘 해결되느냐 하는 것은 평생을 좌우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이 남자 환자에서도 집에 가겠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어머니에게서처럼 보호도 받고 욕구도 채울 수 있게 해달라는 퇴행적 욕구의 표현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려서부터 그 환자가 어떤 식으로 그의 본능적 욕구를 해결해 왔을까 이 문제는 정말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그 남자환자에게서 과잉보호나 과잉충족이 있었지 않았나 의심한다. 욕구와 절제가 저울에서 균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할 때 절제가 부족하게 기울어 버린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어쨌든 그는 지금 자신의 갈망과 충동을 자제하지 못하고 그 충동적 위험에서 격리되어있다.
 

 얼마 전 울산에서도 묻지마 형태의 사건이 있었다. 27세 남자인데 어려서 부모가 이혼하는 바람에 집에서 제대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성장했다고 한다. 주로 혼자서 지내왔다고 하며 경제적으로도 어머니가 주는 20만원 가량으로 생활을 해야 했고 마트에서 1년 일을 한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도 해고되었던 적이 있다고 한다.
 

 이 남자의 경우는 반대로 정상적 욕구충족이 박탈된 것이며 부모로부터의 애정도 결핍되어 그것이 자기 자신과 사회에서 소외되도록 한 출발점이 된 것일 수 있다. 그렇게 소외되고 고통을 당하면서 분노와 우울이 번갈아 생겨났을 것 같고 좌절도 많이 겪었을 것 같다. 
 

 애증관계가 교차되는 부모와의 애착관계에서 그것을 원만히 성장시키지 못한 사람이 이후 대인 관계에서 애정을 제대로 표현하여 자신에게 맡겨진 업무를 자신감 있게 해결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그가 일자리라고 얻은 마트에서 1년 만에 해고된 것은 그런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세 번째 케이스는 23세 여성 환자인데 얼마전 남자친구에게 심한 폭행을 당했다. 그렇게 폭행을 당하기에는 너무 '여린'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할까 이후 "사탄이 나타난다"며 불안해하고 횡설수설하여 병원에 입원했다. 심리적 평가를 위해 그린 그림에는 5살난 여자 그림과 도끼와 몽둥이를 든 성인 남자 그림이 있어 그의 마음이 어떻게 나누어져 있는가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5살난 예쁜 여자와 도끼를 든 성인 남자라…. 우리 사회가 어떻게 하다가 이런 식으로 마음이 나누어져있는가 참으로 안타깝다. 5살난 예쁜 여자아이 그림을 보면서 특히나 그 아이의 리본에 달린 선명한 꽃송이 그림을 보면서 폭력이라는 것이 마치 벌레처럼 꽃송이를 파먹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 사회는 지금 이런 식으로 서로 격리되어있다. 과잉으로 욕구를 만족시키려다 원래는 생명의 뿌리인 모성적 보살핌이어야 하는 것이 모성콤플렉스로 전락되어 해결할 수 없는 갈망 또는 충동에 사로잡혀 병동에 스스로를 가두어버린다.
 또는 그 보살핌으로부터 사회로부터 소외된 것으로서 성장하지 못한 것이 거기서 생기는 분노를 처리하지 못하여 교도소에 격리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 복잡하고도 충격적인 경우인 것이 한때 가까이 지냈는데도 폭행하는 자로 다가온 '악(惡)'에 의하여 저질러지는 3번째 케이스일 것이다.
 사실 격리될 자는 도끼를 든 성인 남자인데 순진무구한 그 여성의 마음이 분열되어 있는 것이다. 이 5살 여자아이 그림을 그린 여성 환자는 분명 온갖 정성으로 치유되어야 한다. 그것이 의사의 소명일 것이다. 그러나 그 도끼를 든 남자도 격리되기만 하여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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