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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성균관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1993년 <작가세계> 여름호에 시를 발표하고, 1994년 장편소설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로 제3회 작가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상복도 많다.


 소설집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로 2003년 동인문학상을, 소설집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로 2005년 대산문학상을, 2007년 단편소설 <달로 간 코미디언>으로 2007년 황순원문학상을, 2009년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으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외에 장편소설 <사랑이라니, 선영아>,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밤은 노래한다>, 소설집 <스무 살>, <세계의 끝 여자친구>, 산문집 <청춘의 문장들>, <여행할 권리>, <우리가 보낸 순간> 등이 있으며, 역서로 <뉴욕에 간 귀뚜라미 체스터>, <창문닦이 삼총사>, <발명가가 되고 싶다고>,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등이 있다.


#에피소드
그는 한 인터뷰에서 "잘 쓴 소설은 실패한 소설"이란 얘기를 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김씨는 2007년 여름 <작가세계>에 발표된 <세계의 끝 여자친구>란 소설로 그 해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했지만, 이 작품을 일러 '실패한 소설'이라고 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시저스 팰리스 호텔의 간판을 발견하고는 1982년 이 호텔 특설링에서 열린 경기 도중 쓰러져 끝내 숨진 김득구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으나 그 고통을 도저히 쓸 수 없을 것 같았고, 김득구의 사연을 모티브로 한 영화 '챔피언'을 보며 그 불가능을 더욱더 확신했지만, '그래도 그 고통을 쓸 수 있다면?'이란 희망으로 쓴 소설이라는 것이다.


 "김득구를 쓰기 어려워서 김득구 옆에 있는 사람 중에서도 거리가 있는 사람으로 '라스베이거스에 같이 간 코미디언'을 설정했고, 그것도 쓰기 어려워서 코미디언 옆에 있는 딸을 생각했고, 거기서 더 옆에 있는 사람을 화자로 만들었죠. '타인의 고통을 쓸 수 있는가?'에서 시작했는데 제 결론은 '쓸 수 없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는 덤덤하게 "잘 쓴 소설은 실패한 소설"이라고 했다.


 자신의 소설 중 전문가와 독자 일반의 평이 고루 좋았던 소설은 거의 모두 원래 쓰려던 내용을 제대로 쓰지 못한 실패한 소설들이었다는 말이다.


 작가의 터닝포인트가 된 장편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과 단편 '다시 한 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은 모두 '무하마드 깐수'로 알려졌던 정수일씨에 관해 쓰려다 실패한 소설이란 말도 덧붙였다. "그럼에도 우린 안단 말이에요. 김득구가 너무 슬펐을 거라는 거. 그게 뭔지 표현하고 싶었던 거죠"


▲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최근 인기작
김연수 작가의 이 신작은 무수한 풍문이 한 소녀를 어떻게 죽음으로 몰고 갔는지를 추적한 이야기다.
 미국 입양아 카밀라는 친모를 찾아 고향인 해안 소도시 진남으로 온다.


 그가 가진 단서는 어린 여고생이었던 친모가 강보에 싼 갓난아기를 안고 친구들과 함께 동백꽃 핀 교정에서 찍은 사진뿐. 사진 속 학교를 찾아간 카밀라는 문집에서 엄마 정지은의 글을 찾아내고 자신의 이름이 희재임을 알게 된다.


 작가는 희재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17살 엄마 지은이 어떻게 바다에 투신자살했는지를 추리형식으로 끌어간다.


 "이 세상에 객관적 진실은 있다. 그러나 전모를 아는 사람은 없다. 부분적 진실이 모여 진실에 다가간다"는 생각으로, 희재를 둘러싼 풍문 혹은 진실을 한 겹씩 모아간다.


 이 과정에서 희재는 진남여고 교장 신혜숙과 그녀의 남편이자 교육감 입후보자인 옛날 진남고 교사 최성식을 만난다.


 최성식은 제자 지은에게 호감을 품었고 교내에는 이들의 관계에 대한 풍문이 떠돌았다. 부인 신혜숙은 지은이 아기를 낳자 그 아기를 남편의 애로 생각하고 입양시켜 사건을 해결했다. 그런데 희재를 찾아온 최성식은 한사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한다.


 한편 지은의 친오빠 재성은 당시 최성식을 칼로 찌르는 바람에 여동생과 근친상간을 저질렀으며 실제 아기 아빠란 의심을 받는다. 이렇게 작가는 답을 주지는 않은채 독자들을 추리의 세계로 끌고 가고 희재 역시 자신보다 지은의 불행한 삶에 다가가면서 정체성을 찾는다. 지은의 죽음에는 격렬한 노사 대립, 노동자 아버지의 죽음, 청소년기 특유의 독단, 욕망, 사랑 등이 녹아 있다.
 김주영기자 us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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