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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면 희디 흰 이팝나무 꽃잎들이 지천으로 뿌리던 위양못. 9월 여름은 그 찬란한 봄 대신 진초록의 신록으로 우거져 또 다른 맛을 선사한다. 위양못은 밀양 연극·고가 탐방로의 끝이자 절정을 선사한다. 가운데 작은 기와집이 안동권씨 문중의 완재정이다. 그옆으로 우거진 이팝나무 숲들이 반영을 이뤄 색다른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위양못 잔 물결위에 내리던 그 환한 봄빛의 기억,
5월 이팝나무 꽃잎이 싸래기눈처럼 내리던 봄날을 꿈꾸었다.
사람의 기억은 단순한 것이어서
농밀한 볕, 9월 속에 서있어도 늦여름의 이미지를 유추해내지 못했다.

꽃을 버린 나무들은 더없이 울창해 진초록으로 채워졌고
하얀 꽃잎으로 표백된 수면에는 부레옥잠이 자리를 잡았다.
가벼운 바람이라도 건성으로 불어오면 산색으로, 하늘색으로 물결이 흔들렸다.
그제야 5월의 풍경이 물러서고 9월이 들어왔다.
그 풍경 너머로 밀양의 길이 열렸다.
글·사진=김정규기자kjk@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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