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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동성폭력, 친존 성폭력 등 각종 성범죄가 언론의 도마위에 오르기 일쑤다. 한번 조명되면 급물살을 타는 언론의 특성탓인지 그런 얘기들이 더 자주 들려오는 듯하다.


 은수연의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 역시 아버지에게 성폭력을 당하는 등 힘겨운 삶을 살아온 한 소녀가 결국 그 고통으로부터 피하는 것이 아닌 맞서싸우고 이겨낸 과정을 진솔하게 그려낸 책이다.


 어린 나이에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이 무슨 일인지도 모르면서, 아빠의 폭력을 잠시 가라앉히는 도구로 온 가족을 대신해 희생양이 되어야 했고, 아빠의 애를 가졌지만 남들 앞에서는 늦은 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한테 그 짓을 당해 졸지에 임신까지 한 초등학교 6학년이 되어야 했던 지난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저자는 죽음의 공포 앞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산 순간을 낱낱이 밝힌다.


 사실을 말하면 죽게 될지도 모르는 건 자신이 아니라 '그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그에게서 벗어난 저자는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상처를 노출하고, 분노를 표출하고, 자기 치유에 투자하라는 세 가지 지혜를 전한다.


 이 책은 저자 은수연이 4년 넘게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소식지에 매달 연재했던 글을 모은 것으로, 캄캄한 어둠과 침묵 속에서 괴물로 변한 아빠가 어린 딸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았던 시간들에 관한 기록을 담고 있다.


 초등학생 때부터 9년 동안 아빠의 성폭력을 견디다 마침내 탈출할 때까지의 경험을 고스란히 증언하고 있다. 목사라는 직업을 가진 아빠가 저질러온 성폭력, 가정 폭력, 폭언과 폭행, 초경통과 함께 겪은 원치 않았던 임신과 낙태, 탈출했다 다시 잡혀오기를 반복하는 동안 주변사람들이 그녀에게 보인 모습까지 모두 수치심이나 버거움을 숨기지 않고 토로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버티며 살아온 힘겨운 과정들을 보여준다.


 탈출과 가해자 처벌에서 끝나지 않은 생존자의 이야기, 상처를 치유하고 그 상처와 함께 살아가는 법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힘겨운 삶을 살아낸 자신의 비법까지 전수해주는 책이다.


 오랜 세월 치유의 길을 걸어온 자신의 풍부한 경험을 들려주고 아버지에게 용서의 편지를 띄우며 그동안 자신을 붙잡아온 수치심을 함께 날려 보낸 저자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진한 울림과 함께 성폭력 문제에 대해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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