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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하 소설가.
#작가소개
'파격'과 '도발'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소설가 김영하(44)는 경북 고령에서 출생해 연세대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1995년 계간 '리뷰'에 <거울에 대한 명상>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그는 하룻밤에 단편소설 1편을 쓰는 속필로도 유명하다.


 신세대의 도회적 감수성을 냉정한 시선과 메마른 감성으로 그려낸다는 평을 듣는다.


 자살청부업자라는 도구로 소설문학에 판타지 양식을 도입하며 제1회 문학동네 신인작가상을 받은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가 대표작. 이 작품은 1998년 프랑스어로 번역됐고 2003년 한·프랑스 합작 <파괴>란 영화로 만들어졌다.


 또 정신과 심리상담자인 화자와 피상담자인 여자와의 사랑이야기를 통해 사랑의 본질을 탐색한 <당신의 나무>는 제44회 현대문학상을 받았다.


 2004년 동인문학상을 받은 <검은꽃>은 100년 전 멕시코 농장으로 팔려간 조선 최초 멕시코 이민자들의 비극적 운명을 그린 작품. 저서로 장편소설 <퀴즈쇼>, <빛의 제국>, <검은 꽃>과 작품집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오빠가 돌아왔다>, 산문집 <랄랄라 하우스>, <굴비낚시> 등을 펴냈다. 그의 작품은 현재 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10여개 국에서 번역 출간되고 있다.
 
#에피소드
"도대체 왜 우리가 한국 문학을 읽어야 합니까"


 2006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독일 기자가 김영하에게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김영하는 이렇게 답했다.


 "우린 여러분이 앞으로 겪을 많은 문제를 미리 경험하고 있습니다. 한국 작가들은 첨단미디어가 발전해 책을 안보는 상황에서 필사적으로 생존하려고 애씁니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남는지 살펴보면 도움이 될겁니다"


 이처럼 '문학한류'의 가능성에 김영하는 일찍부터 주목했다.


 등단 4년차인 1998년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가 프랑스에서 출간된 이후 그의 작품들은 해외 10여 개국에서 번역됐다. 그는 지난 7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문학한류' 가능성을 일찍이 점친 것 같단  질문에 "1995년 등단했고 1998년 '나는 나를 파괴할…'이 프랑스에서 나오자 그게 작가의 일상사인 줄 알았죠. 예술가가 초기에 어떤 경험을 하느냐가 행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다른 나라 독자들에게 읽히는 작가가 될 수 있겠구나'라고 비교적 젊은 나이에 생각하게 됐죠"라고 답했다.


 그는 또 "세계문학은 불평등한 세계"라며 "정신적 교류의 장에서 기존에 문학 시민권을 가진 여러 언어가 있는데, 한국문학은 이제 시민권을 부여받는 과정인 것 같다"고 말했다.


   
▲ 너의 목소리가 들려.
#최근 인기작
김영하는 새 장편소설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17세 고아의 삶과 죽음을 다루면서 자신의 소설세계의 전환을 예고한다.


 세련된 형식적 완결성을 택하는 대신 제이와 그를 스친 인물들의 시점으로 구성된 이야기를 연결해놓음으로써 목소리들이 서로 울리도록 장치했다.


 그는 이 소설이 나오기 약 1년 간 자신의 '목소리'를 거의 들려주지 않았다.


 지난해 2월 영화감독 최고은의 죽음을 둘러싼 논쟁, 인터넷 인문학 카페 '비평고원'에서 '소조'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문학평론가 조영일씨와 예술관에 대한 온라인 설전에 휩싸이면서 블로그와 트위터 중단을 선언했다.


 그 후 새 소설로 돌아온 작가는 10대임에도 난교(亂交)를 벌이는 등 '사회의 소음'이라고 취급받을 만한 새 소설 속 주인공 제이와 동규의 분노와 비애를 통해 고아들의 폭력이 버려진 자들의 슬픔에서 비롯된 삶의 방식임을 말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세상의 손이 닿는 곳마다 아픈 까닭은 사실 자신이 아프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스스로 햇빛을 가리고 빗속을 걸으며 그는 인간의 존재는 곧 고아와 같다고 속삭인다.


 그는 스스로 우울 속으로 걸어 들어가 이 소설을 썼다고 했다.


 커튼을 내린 골방 안에서 녹음된 빗소리를 들으면…. 소설의 기저에 슬픔 덩어리가 몸을 한껏 웅크리고 있는 이유다.
 김주영기자 us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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