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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3색. 대권도전의 선수가 정해졌다. 좌와 우, 중간쯤 되는 세 명의 주자들이 레이스에 나섰다. 한 사람은 제법 앞서갔고 두 사람은 비슷한 시기에 뛰어들었다. 객관적 사실로는 그렇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이번 대선에 나선 세 명의 주자는 이제 출발이다. 상대 없는 경쟁은 의미가 없다. 상대가 정해지고 정체성이 드러나야 진정한 승부다. 이념이든 정책이든 역사인식이든 한판 그럴듯하게 붙어볼만한 판이 짜여 졌다는 이야기다.

 가장 늦게 출마를 공식화한 안철수 후보 이야기부터 해보자. 안 후보는 공식 출마 선언과 함께 상승세를 타고 있다. 출마선언 직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후보를 앞지르고 문재인 후보와의 각축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실체가 드러난 안 후보는 문 후보 쪽보다 박 후보 쪽의 표를 가져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 요인은 그의 출사표와 국립묘지 참배로 집약될 수 있다. '타이밍 정치'의 길목을 아는 그는 출마 회견을 통해 국민의 궁금증에 대한 답변은 군더더기 없이 명쾌하게 전했다.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평생 정치인의 길을 걷겠다는 선언까지 했으니 그야말로 정치인 안철수의 데뷔무대였다.

 문제는 그의 정체성이다. 정치판에서 그를 두고 여전히 '검증'을 요구하며 '신출내기' 로 몰아붙이는 이유도 결국은 그동안 보여준 그의 정체성 때문이었다. 그런 그가 기존정치판과 확실한 선긋기를 했다. 기존의 정치는 구태정치이자 패악정치며 국민들의 외면을 받는 쓰레기 정치라는 선언을 했다. 한술 더해 그는 야권단일화도 상대자인 민주당의 개혁 없이는 무의미하다고 가시적인 야권의 환골탈태를 요구했다. 정치신인이 정치9단들을 향해 판을 갈아엎으라고 주문한 셈이다. 갈아엎고 새로 만들어 보여주면 그때 가서 단일화든 뭐든 생각하겠다는 이야기다. 그리곤 보란 듯이 국립묘지를 찾아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등 전직 대통령 묘역과 박태준 등 일반묘역, 일반 병사 묘역까지 두루 참배했다.

 조국 교수의 '문안드립니다'를 얼른 베낀 문재인 후보 측은 연일 '문안 콘서트'를 띄우다가 머쓱해졌다. 공동정부론에 책임총리까지 온갖 전리품으로 안철수의 환심을 사려했던 문 후보 측은 뒤통수를 긁적이며 밤을 도와 대책을 세워야 했다. 그리고 나온 것이 '후보 단일화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였다. 한참 서두르다 대뜸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는 스스로도 낯부끄럽지만 김칫국부터 마신 민주당 지도부에게 충격파로 다가온다.

 박근혜 후보 측은 연일 밤샘이다. 아침이 되면 또 누가 검은 돈을 뒷주머니에 챙기다 들켰는지 화들짝 놀라는 게 일상이 된 터라 아침이 두렵다. 역사인식 문제에 측근비리까지 초반 악재가 한꺼번에 쏟아진다. 결승선만 바라보고 뛰어야 할 판에 참모들과 임원들이 발목을 잡는다. 한참 하수로 보이던 문재인과 안철수가 어느새 코앞까지 쫓아왔다. 상황이 어찌됐든 문제를 풀어가야 하는 쪽은 박 후보다. 스스로 책임져야 할 부분은 확실하게 정리해야 결승점이 보인다.

 박근혜 후보의 난제는 두 가지다. 과거사에 대한 입장정리와 국민대통합에 걸맞은 측근 정리다. 아버지 시대의 역사에 스스로가 묶여버리면 미래는 없다. '승어부(勝於父)'라는 말처럼 아버지를 극복하는 후보의 모습을 기대하는 국민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아버지의 시대는 역사의 판단을 이야기 할 정도로 오랜 기억이 아니다. 국민들 가운데 상당수가 아버지 시대의 아픔을 가지고 있고 그들의 2세가 대한민국의 주역이 되고 있다. 스스로 역사가 되어 아버지를 넘어서는 판단을 할 때 올곧은 박근혜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측근문제 역시 그렇다. 썩은 정치를 이야기하고 냄새나는 정치인을 이야기하는 국민들은 측근비리가 터지면 측근보다 후보를 향해 손가락을 움직인다. 인적쇄신과 참모진의 재구성이 박근혜 후보에게 필요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정치 신인 안철수가 출사표를 통해 '낡은 정치와 미래의 선택'이라는 이분법을 제시한 것은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 모두에게 아프다. 정책대결을 선언하며 페어플레이를 위해 세 사람이 함께 만나자는 안철수의 선제공격은 신문 제목으로 선명하게 찍힐 만 했다. 선관위 행사나 의례적인 동석이 아니라 아메리카노 한 잔 뽑아들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야기 할 수 있느냐는 사실이다. 어쩌면 많은 국민들은 가을빛이 물들기 전, 덕수궁 돌담길 돌아 세종로 한켠에서 아메리카노 한잔씩 들고 이야기를 나누는 그들을 보고 싶어 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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