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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2012전국도서관평가'에서 대통령상을 비롯해 4년째 내리 좋은 성적을 거둔 한 초등학교 도서관이 있다는 낭보가 있었다. 과연 어떤 특별한 점이 있기에 전국 2,000개의 타 도서관을 제치고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걸까. 호기심이 발동했다. 유년기의 기억 속 학교 도서관은 갈색빛 어두컴컴한 교실과 먼지 쌓인 책들로 대변되는 모습이었는데 최근 달라진 학교의 모습처럼 도서관 역시 달라졌을 기대가 컸다. 그리고 18일 찾은 범서초도서관. 19일이 시험기간이라 텅 비어 있을 거라 예상했던 도서관은 생각보다 여러 아이들의 발걸음으로 북적였다. 책상에 앉아 문제지를 푸는 아이, 푹신한 쇼파에서 만화책을 읽는 아이, '어떤 책을 읽을까' 책장 앞에서 고민에 빠진 아이, 동그란 테이블에 둘러앉아 책을 펼쳐 두고 한바탕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 아이들. 누가 오는 줄도 모르고 책 속에 푹 빠져 있었다.

 

 

 

   
▲ 범서초도서관은 아이들에게 책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일러준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책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지식을 얻고, 그를 통해 느낀 것을 익숙하게 표현할 줄 안다. 그런데 이곳은 최근 지역 주민 2,000여명이 회원으로 등록하는 등 학교 도서관을 너머 지역문화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학생들의 지성과 감성을 키우는 곳에서 지역 사회의 사랑방이자 구심점이 되고 있는 도서관. 한 초등학교 도서관의 변신이 기대되는 이유다.

 

 

 

정규 교과시간외 주말·방학도 오픈
2006년 학생 위주 공간확장 재개장
예산 4% 도서구입 장서 6만권 보유
아침독서·인증제 등 프로그램 다채

# 내집처럼 편안한 분위기 조성
"내일이 시험이라 고학년들은 지금 공부중이고 저학년들은 하고 싶은 대로 책도 읽고 DVD도 보고 있어요"라고 이곳 도서교육도우미 안영숙씨가 긔띔했다.
 심양옥 교장은 "우리 학교 도서관은 학생들이 가장 가고 싶은 장소로 꼽을 만큼 인기가 좋다. 정규 교과시간 외에 주말, 방학 때에도 문을 열기 때문에 연중 책을 빌리고 반납하려는 학생들로 붐빈다"고 말했다.
 장영희 도서부장의 이야기다. "도서관이 활기를 띠기 시작한 것은 2006년 재개관을 하면서였어요. 교실 하나 규모였던 도서관을 3개의 교실을 틔어 넓히게 되면서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분위기로 변신을 시도했죠. 집처럼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바닥에는 보일러 시설을 넣었고, 푹신한 소파, 아지트 같은 느낌이 드는 공간 등 취향에 따라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다양한 공간을 꾸몄어요. 결과는 대성공이었죠"
 분위기를 바꾸고 나서는 사서가 매일 아침 즐겁게 책을 읽어주는 '아침독서시간', '여름방학 독서캠프' 등 학교만의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특히 매일 아침 장영희 도서부장과 서원경 사서는 1학년부터 4학년까지 각 학급별로 차례로 책을 읽어주는데 동화구연을 통해 전해지는 명랑한 목소리에 아이들의 호응도 높다. 이 날 도서관에서 만난 도서교육도우미 안영숙(39)씨는 "처음엔 책 읽어주는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고학년은 싫어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6학년인 우리 아들이 왜 고학년은 안 읽어주는지 도리어 투정을 부리더라"고 했다.
 여름방학 독서캠프는 방학이 시작된 일주일간 북아트 강사, 독서 강사 등 지역의 다양한 독서 전문가를 초빙해 매일 오전 3~4시간씩 즐거운 독서프로그램을 진행에 아이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이외에 요즘 초등학교들에서 활발한 '독서인증제도'도 시행하고 있는데 이 학교 학생들은 대부분 특급이나 1급을 소지할 정도로 독서가 생활화 돼있다고. 장 교사는 인증제도에 대해 "책을 멀리하던 아이들도 한 권씩 읽는 책을 쌓는다는 재미에 도서관을 수시로 들락거린다. 독서기록에는 책 제목뿐 아니라, 책의 분류도 함께 표기돼 학생의 독서 이력을 기록하는 것과 동시에 편독 여부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범서초 도서관에는 교사, 학부모들을 위한 다양한 성인문고가 구비돼있다. 한 학부모가 책을 고르고 있는 모습.

 


# 학생 취향 고려한 도서 목록
범서초도서관은 전국도서관운영평가에서 지난 4년간 국무총리, 문체부 장관상에 이어 대통령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내실있는 프로그램을 갖췄다.
 특히 초등학교 도서관 치고는 장서보유량이 6만권에 달할정도로 많은데 이는 매년 예산의 3~4%는 도서구입비로 책정해 신간을 구입하거나 필요한 서적, DVD 등의 전자자료 등을 구입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 동네 아이들 사이에서는 다른 도서관에서는 못 구하는 책도 범서초 도서관에 가면 있다는 말이 나돌정도.
 심 교장은 "도서관의 환경과 프로그램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아이들이 보고 싶은 책을 주기적으로 들여 놓아야 아이들의 발길이 도서관으로 향할 수 있어요. 또 부모님들의 관심이 필요하죠. 우리 학교는 어머님들이 돌아가며 독서도우미와 리딩 맘으로 활동하고 계세요. 다들 학부모다 보니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을 자기 아이처럼 애정을 갖고 대하시지요"라고 말했다.
 장 도서부장은 "또 아이들이 어른들이 골라주는 책이 아닌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선정하는 희망도서 프로그램 역시 예전과 달라진 도서관의 모습이고 이것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독서논술행사로 골든벨, 책속 보물 찾기, 인형극, 독서릴레이, 연극 등 다양한 행사가 연중 펼쳐진다.
 
# 지역 사회 사랑방 역할 톡톡
또 110여명에 달하는 학부모로 구성된 도우미, 지역 주민의 참여를 연계해 지역사회의 지식의 장이자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 날 만난 안영숙, 신영선(37) 도우미 역시 실제 노태인(6학년), 송선민(1학년)학생의 학부모로 이들은 "범서초의 경우 동네가 작다보니 어머니 도우미들과 학생들이 몇번 보다보면 금새 얼굴을 익히게 된다"며 "가끔 우리 애가 도서관에 준비물을 놔두고 왔는데 좀 챙겨달라는 전화를 받기도 하고 이곳에서 많은 정보교류가 이뤄지기 때문에 지역 사랑방노릇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학부모나 교사를 위한 성인도서도 마련해놓았으며 학부모독서연수, 도서바자회를 실시해 독서의욕을 고취시켜 가정에서도 함께 독서의 생활화가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 6 17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2 전국도서관운영평가' 시상식에 참여한 범서초 (왼쪽)장영희 도서부장과 심양옥 교장이 최광식 문화체육부장관, 용산도서관장 등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독서 바람으로 학업성취도 향상효과도
범서초 역시 몇년전만해도 타 학교 도서관과 별반다르지 않았지만 독서의 중요성을 깨닫고 지원을 아끼지 않은 학교와 교사들의 열정, 학부모의 적극적인 도움 덕택에 이제는 도서관을 중심으로 학교 전체에 독서 바람이 불고 있다.
 김도훈(4학년)군과 김도엽(2학년) 형제는 "하루에 한 번은 꼭 도서관에 온다. 재미있는 책이 많아서 도서관 올 시간만 손꼽아 기다린다"고, 김도훈군은 "도서관에 한 번 올 때마다 두 시간씩 책을 보다 간다"며 도서관에 대한 무한애정을 드러냈다.
 이날 만난 곽경안 교사는 "매주 전 학년이 도서관을 활용한 수업을 하는데 국어, 사회,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지식을 학생들이 직접 찾아보기 때문에 정보검색에 대한 지식도 쌓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아이들이 특히 책을 친근하게 여길 수 있는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했다.
 심양옥 교장의 이야기다. "독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책을 읽는 분위기가 학교 전체에 퍼지고 나니 학업 성취도도 덩달아 높아졌죠. 앞으로도 학생들이 마음껏 책을 읽고 즐길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할 계획입니다."

# 다양한 후원으로 변신하는 학교도서관들
울산에는 범서초와 함께 지난해 대통령상, 올해 특별상을 수상한 무룡초를 비롯, 다양한 독서활동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초등학교 도서관들이 많다. 삼호초의 경우 학생들이 대형서점에 직접 방문해 학교 도서관에 기증할 도서 100여권을 구입해 능동적인 독서활동에 큰 도움이 됐다. 1년전 새롭게 재개관한 남부초의 경우 교실 두 칸의 좁고 낡은 시설을 아름다운 벽화를 새롭게 칠해 말끔히 단장했다. 남부초 도서관경우 남구청의 예산지원 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처럼 최근 도서관의 변신에는 지역 기업, 단체 등의 다양한 후원도 이에 한 몫을 하고 있다. 범서초의 경우 도서구입에 한국수자원공사의 지원(200만원)을 받았고 남부초 역시 롯데장학재단에서 책 기부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최근 진행되는 학교 도서관의 변신에는 학교의 자체노력 뿐 아니라 지역 기업, 단체 등 지역사회가 나서 움직이는 다양한 활동이 함께 펼쳐지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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