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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두서의 <은일도>

문인화의 시작은 어디서부터라고 볼 수 있을까. 많은 연구자들은 지적 귀족이었던 문인 사대부들이 자연을 그대로 따르자는 도가의 청담사상에 깊이 빠져 산림에 숨은 채 자연을 담은 수묵풍의 산수화를 그리기 시작했을 때로 그 시작을 여긴다.

복잡한 세상을 등지고 자연과 하나 되어 살아가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삶은 가끔 일상에 지친 우리가 그러하듯, 조선시대 선비들 역시 원하던 것이었다.

산수화 속의 인물을 작가와 동일 시 하거나 옛이야기에 나오는 인물을 등장시켜 화가가 원하던 모습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번 특별전 <조선시대 문인화의 세계>에서는 문인화의 주제별로 작품을 구분 지었는데 여기에서 우리는 인물·산수화에서 자연속에 동화되어 살아가는 옛 선비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중 공재 윤두서의 <은일도(隱逸圖)>를 보면 도끼로 찍어낸 듯한 면을 가지는 바위와 넝쿨이 흘러내리는 좌측면과 우측하부 모퉁이에 한가닥의 선으로 삼각형의 산기슭을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공간에 한 노인이 뒷짐을 지고 측면을 돌려 화면 좌측을 바라보며 서있다. 삼재(三齎) 중에 하나인 공재(恭齎) 윤두서는 해남(海南) 윤씨로 문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유명한 시조 작가 윤선도(尹善道)의 증손자인 그는 22세때 15세에 혼인했던 부인을 잃은 뒤 잇따라 그와 가까웠던 사람들이 차례로 세상을 떠나 대부분의 세월을 상을 치르면서 보냈다.

현실에서 생의 무거움을 떨쳐버리고 자연과 동화되어 살고자 했던 그의 의지를 나타낸 그림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최영하 울산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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