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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뮤지엄 큐레이터'라고 소개하는 저자가 그동안 거쳐왔던 박물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은 책이다. 박물관 학예사로도 표현되는 '뮤지엄 큐레이터'는 역사, 과학 등 여러 분야의 박물관 유물과 자료를 수집, 보존, 연구하고 이를 전시로 옮기는 일을 한다. 예술 작품이나 작가에 대한 연구를 토대로 전시를 기획하는 미술관 큐레이터와 구분된다.


 저자에게 세상은 살아 있는 박물관이다. 시장은 매순간 바뀌는 기획 전시관이고, 거리는 개인적 추억과 도시의 변화를 품은 움직이는 전시관이다. 저자는 황학동 도깨비 시장 한쪽에 자리 잡은 미술가들이 시장을 활기차게 만드는 현장을 소개함으로써 시장통도 소중한 삶의 박물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책은 다양한 박물관을 통해 오늘을 사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게 만든다. 저자가 큐레이터로 활동했었던 서울 마포의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파리의 <쇼아 기념관>, 베트남의 <밀라이 학살 박물관>에선 전쟁으로 인해 희생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들의 고통과 상처를 어떻게 어루만지고 기억해야 하는지 말하는 것이다. 역사적 기록이나, 사진을 통해 사실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삶을 존중하고 명예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가령 국립중앙박물관은 그 자체로 대한민국의 역사를 품은 세계10대 박물관이다. 일제 강점기 때 '이왕가 박물관'으로 격하됐다가 6·25 전쟁을 맞아 부산으로 피난을 가고, 옛 조선총독부 건물을 사용했던 국립중앙박물관은 근현대사의 상처를 고스란히 안고 있다.


 저자는 해외에서 만난 박물관도 소개한다. 프랑스 쇼아 기념관은 들어서는 길목에 1942년부터 1944년까지 나치에 의해 희생된 7만6,000여 명의 프랑스 유대인들의 이름을 새긴 벽이 있다. 이 기념관은 뜻밖에도 카를 아돌프 아이히만을 주제로 삼고 있었다. 그는 나치 친위대 중령으로, 유대인의 체포를 계획하고 지휘했던 인물이다. 이 기념관은 그의 행적과 역사적 심판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전시를 구성했다.


 이 밖에도 셜록홈즈박물관, 울산 반구대 암각화, 꼭두박물관, 부산근대역사관 등에 대해 저자의 경험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세상의 모든 박물관은 나란 존재가 오늘 여기에 있게 된 과정을 담고 있다. 잘 찾아보면 그곳에 숨어 있던 내가 보인다. 세상에 나와 관련된 이야기를 누가 지루하다고 할 수 있을까. 박물관의 주인공은 유물이 아닌 인류, 곧 나다' 7쪽 둘러보면 우리가 서 있는 이곳 역시 박물관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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