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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깃배들이
포구에
모였다.

눈 빨갛게 뜨고 멸치를 쫓던
대영호,

잠 안 자고 꽃게를 끌어올리던
영진호,

새벽부터 문어를 찾던
안흥호가

뿔뿔뿔
며칠째
흩어져 지내다가

가까이
얼굴 보며
모였다.

 

■감상노트
올 가을에는 유독 태풍이 많이 찾아왔습니다. 태풍 덕분에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않아 환호성을 지르고, 이 시처럼 멸치를 쫓던 대영호, 꽃게를 끌어올리던 영진호, 문어를 찾던 안흥호가 포구에 모였습니다. 뿔뿔이 흩어져 지내다가 가까이 모였습니다. 일상에 쫓겨 얼굴조차 보기 힘든 오늘의 '가족'이라는 현실을 시인은 시를 통해 말하고자 합니다. 보통 '태풍'하면 나쁜 이미지로 그려질 법도 한데 이 시 속에서는 태풍이 가족을 이어주는 착한 끈 역할을 합니다. 시인의 마음처럼 참 따뜻하고 참신한 시속에서 소중한 가족을 생각봅니다. 김이삭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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