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간이 될 뻔했던 침팬지 '님 침스키'의 실화를 다룬 책이다. 역사적인 실험을 위해 선택된 침팬지 님 침스키는 맨해튼의 우아한 저택에서 입양 가족과 함께 지내면서 인간 아이처럼 자랐고 미국식 수화를 배웠다. 하지만 연구비 문제로 프로젝트가 끝나자 그때부터 문제가 시작됐다. 이후 20년 동안 님은 사랑했던 사람들로부터 버림받고 우리에 갇혀 이 시설 저 시설로 떠돌아다녔다. 그 가운데는 불길한 의학 연구 실험실도 있었다.


 침팬지는 우리와 대단히 가까운 동물이다. DNA의 98.7%가 일치하고 유전적으로 고릴라보다 인간과 가깝다. 그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인간과 가장 닮았기 때문에 인간에 의해 실험용 동물로 선택된 동물의 하나가 침팬지다. 실험용 동물은 애초부터 인간에 의해 그 쓰임이 결정되고, (실험에서 죽음을 맞이하지 않는 한) 실험이 끝나도 실험용 동물의 삶은 지속된다.


 1973년 뉴욕 컬럼비아대의 심리학과 교수 허버트 테라스는 도발적인 실험을 구상한다. 그는 침팬지가 미국식 수화를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침팬지를 일반 가정에서 키우고 인간 아이와 똑같이 인간의 언어를 가르치는 실험을 마련했다. 인간화된 침팬지에게 소통 기술을 가르칠 수 있다면 인간이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이 밝혀지리라는 희망에서였다. 이 도발적인 실험은 언어가 인간만의 특성이라는 노암 촘스키의 언어 이론에 도전장을 내미는 실험이었다. 하지만 님의 야생성이 공격적으로 발현되고 연구비 확보에 난관이 생기자 결국 4년 만에 프로젝트 님은 종료된다.


 이 책은 이처럼 인간과 가장 닮았기 때문에 언어 실험의 실험용 동물로 선택됐던 한 침팬지의 일생을 자세하고 섬세하게 담아냈다.


 이 대단히 유명했던 실험은 이 침팬지가 네 살이 될 때까지 진행됐고 님은 자신의 사진과 사람들의 사진, 침팬지의 사진을 섞어두면 자신의 사진을 사람 사진 쪽으로 분류할 정도로 인간처럼 자랐다. 하지만 이렇게 인간과 함께한 시간은 고작 4년. 그러나  그가 죽은 것은 스물일곱의 나이였다. 그 동안 님이 보낸 24년의 세월은 어떻게 흘러갔을까?


 어찌됐든 침팬지 님은 어디를 가든 사람과 흡사한 특징과 특유의 친화력 덕분에 살아남았고, 결국 자신에게 닥친 여러 장애를 극복하고 보호소에 안착했다. 님은 인간 가정에서 살 때 자신의 모습을 찍어 둔 사진들을 찬찬히 살펴보고, 어린 시절 좋아했던 그림책을 소중히 간직하고, 동료 침팬지에게 인간에게 배운 수화를 가르치는 침팬지였다. 인간과 닮았다는 이유로 혹은 인간과 다르다는 이유로 선택되고 버림받은 삶을 지낸 이 침팬지의 일생은 우리에게 대체 인간이란 존재가 무엇인지, 또 인간과 동물의 경계는 무엇인지 되묻게 만든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