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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홍도 '죽리탄금도'

그윽한 대밭 속에 홀로 앉아 거문고 뜯고 휘파람도 부네(獨坐幽篁裡 彈琴復長嘯)
사람이 모르는 깊은 숲속을 밝은 달이 와서 비쳐주네(深林人不如 明月來相照)

김홍도는 당나라 시인 왕유(王維 699-760)의 시 '죽리관(竹里館)'에 영감을 받아 이를 테마로 하여 밝은 달밤에 대나무 숲에 앉아 거문고를 타고 있는 높은 선비를 그렸다.

이 시는 원래 왕유가 자신의 아름다운 별장의 풍경을 읊은 '망천별업시(輞川別業詩)'20수 가운데 하나이다. 왕유는 남종화의 시초이자 산수화를 발달시킨 최초의 사람으로 그의 시나 그림은 후세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어서 거의 신화적인 존재로 추앙받았다.
 
1795년 단원이 51세 되던 해 그는 연풍현감(延豊縣監)에서 해임된 후 관직생활을 청산하고 여유 있고 풍류적인 생활을 추구하게 된다.
 
이 그림은 아마 그 이후 자신의 생활을 반영해 그린 것으로 생각된다. 주인공인 거문고를 타는 선비는 화면 깊숙이 대나무 숲 속에 앉아있다.

선면의 좁은 부분에 해당하는 근경에 배치된 바위와 대나무는 선비가 앉아 있는 곳을 속세와 격리시키는 역할을 하는 듯하다.

달을 에워싼 부드러운 선염은 화면의 다른 곳에도 군데군데 그 메아리를 보내고 있으며, 대나무 잎을 묘사한 진한 묵의 필선과 좋은 조화를 이룬다. 최영하  울산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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