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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식作 '소'

전통 문인화에서 소는 세속을 떠난 삶과 여유의 상징으로 간주되었다. 이 때문에 도가적 삶을 동경하는 선비들은 그들의 이상세계를 소그림을 통해 표출하고자 했다. 조선시대 문인화가들 중에는 이러한 소를 잘 그린 집안이 있었다.

16세기 후반 인물, 소와 말, 초충 등 여러 분야에서 타고난 능력을 발휘한 김제(金堤)와 그의 종손인 김식(金埴), 김집이 바로 이들이다. 특히 그의 종손 김식의 작품이 오는 12월 9일까지 열리는 이번 특별전<조선시대 문인화의 세계>에 선보이는데, 그가 그린 물소그림의 뿌리는 그의 할아버지 김제로부터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수묵의 질운법(채색할 부분에서 한쪽면만 채색하여 둥근 질감을 나타내는 기법)을 써서 표현한 퉁퉁하게 살이 오른 소의 몸쳉, 콧구멍을 'X'자형으로 나타내고, 검은 눈동자 주의를 흰색으로 테를 둘러 마치 안경을 쓴 것처럼 만든 익살스런 얼굴 모양은 '한국 소 그림'이라고 부를 만한 전형을 형성하고 있다. 이것은 김제에게서 비롯되어 후대 문인화가 윤두서(尹斗緖)에게까지 연결돼 주목된다.   

한편 이경윤, 그의 동생 이영윤, 그의 아들 이징으로 이어지는 또 다른 소 그림의 계보 역시 형성되고 있는데, 김제 유형과 다를바 없어 그것이 하나의 시대 양식임을 알게 된다.  울산박물관 학예연구사 최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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