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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청준 작가.
#작가소개
시대상과 인간관계에 초점을 맞춰 한국 문학의 깊이를 맛보게 한 작가 이청준. 최인훈, 김승옥과 함께 4.19세대 작가로 불린 그는 한국 관념 소설의 계보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작가답게 인간과 삶에 대한 지극히 중요하고도 심오한 질문을 던진 작품을 내놓았다. 1939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서울대 독문과를 졸업한 그는 1965년 '퇴원'으로 <사상계>의 신인상에 당선되며 등단했다. 이후 영화 <시발점>의 원작 '병신과 머저리'로 동인문학상(1968)을 받았다. 그는 '석화촌', '매잡이' 등에서 현실과 관념, 허무와 의지 등의 대응 관계를 구조적으로 묘사했단 평을 받았다. 지금도 특유의 지적인 언어로 우리 사회와 현실을 보여준 작가로 평가받는다. 문단에 나온 이후 40여 년간 수많은 작품들을 남겼다.


 대표작으로 장편 '당신들의 천국', '낮은 데로 임하소서', '씌어지지 않은 자서전', '춤추는 사제', '이제 우리들의 잔을', '흰옷', '축제', '신화의 시대' 등이, 소설집 '소문의 벽', '가면의 꿈', '살아 있는 늪', '비화밀교', '서편제', '꽃 지고 강물 흘러', '잃어버린 말을 찾아서', '그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 등이 있다. 한양대, 순천대 교수를 역임했으며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을 지냈다.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대한민국문화상, 한국일보 창작문학상, 이상문학상, 이산문학상, 21세기문학상, 대산문학상, 인촌상, 호암상 등을 수상했으며 사후에 대한민국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됐다. 2008년 지병으로 타계해 고향 장흥에 안장됐다.
 
#에피소드
평소 이청준 작가와 절친했던 장흥의 장영주 (사)국학원장은 '장영주 국학원장의 남도 삼백리-미백 이청준 선생'에서 살아생전 이청준 작가와의 교류와 일화들을 통해 그에 대한 깊었던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이청준의 미백(未白)이란 호는 한 지인이 "어머니가 아직도 살아계신데, 자식의 머리가 먼저 희어졌으니 무안한 일이 아니요" 라고 하자 '아직 희어지면 안 된다'는 뜻으로 지은 것이라고 했다. 이순신 장군도 과거 어머니를 뵈러 갈 땐 흰머리를 뽑고 갔다는 얘기처럼. 장 원장은 또 어느 해 차를 몰고 이청준 작가와 함께 해남 미황사에 들른 뒤, 땅끝마을에서 지역의 소리꾼들과 함께 하룻밤을 지새운 얘기도 했다. 그는 "바다가 가득 펼쳐진 언덕의 건물에서 대여섯 지방 예인들과 우리 일행 서너 명이 함께 장구치고, 피리불고, 소리하면서 밤을 함께 하였다. 내내 바다는 조용했고, 마침 보름달은 밤새워 월주를 드리웠다. 돌아보니 소리 문외한인 내게 서편제의 진국맛을 보게 은근하게 배려하신 것이었다"고 술회했다.


 그에 따르면 이청준 작가의 삶은 어린 시절부터 이별로 점철됐다. 6살 때 동생을, 반년 뒤에는 형을 잃고 이듬해에는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셨다. 그도 곧 고향을 떠나 광주에서 중·고교 시절을 보낸다. 고향을 떠나 "도회지의 현실에 끼어들지 못하니 문학으로라도 끼어들고 싶어 문학에 정진하게 됐다"는 것이 그가 문학청년이 된 이유다. 또 그는 "그렇게 의지할 가족이 어머니 밖에 없었기 때문에 '어머니'는 작가의 작품과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둥"이라고 말한다. 이 작가 역시 "내 삶과 문학에 대한 은혜를 따지자면야 그 삶을 주고 길러준 고향과 어머니를 앞설 자리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장 원장은 "이청준 작가의 문학은 이별과 한의 자락 위에 꽃피운 것으로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고 한결같이 웅변한다"고 글을 매듭지었다.


   
▲ 당신들의 천국.
#최근 인기작
'천국에 이르는 길'의 어려움을 진지하게 고뇌하는 강한 메시지의 소설이다. 어느 날 나환자촌 소록도에 현역 대령 조백헌이 병원장으로 부임하는데, 그는 남다른 신념과 적극적인 실천력을 통해 소록도를 새로운 천국으로 만들려 노력한다. 그가 계획한 것은 득량만 매몰 공사. 그는 공사 기간 동안 나환자들과 힘겨운 사투를 벌인다. 그러면서 조백헌은 자신의 순수 의지가 소통되지 않음을 깨닫는다. 그의 열의가 섬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건 이전 원장들도 소록도에 천국을 만든다는 대의를 내세워 결국 나환자들을 착취하고 원장 자신만을 영웅화했기 때문이다. 그가 열성을 보여도 섬사람들에겐 전원장들의 전철을 밟는 것으로밖에 비치지 않았던 것. 나환자들은 자유의지와 사랑의 교감에 기초한 실천의 힘, 위로부터가 아닌 자생적 의지나 운명에 기초한 천국을 소망했던 것이다. 이렇듯 섬사람들과 합일을 이루지 못하고 오랫동안 갈등하고 번뇌하던 끝에 조백헌은 섬을 떠난다. 5년 후 그는 평범한 섬사람으로 소록도에 다시 돌아온다. 그렇게 '당신들의 천국'이 아닌 '우리들의 천국'을 모색하려 했던 조백헌의 이념과 노력은 구체적인 결실을 맺지 못하지만 결말에선 미래의 화합에 대한 전망을 넌지시 던진다. 환자였던 윤해원과 건강한 서미연이 결혼하게 된 것.


 <당신들의 천국>은 이처럼 타자와의 구체적인 교감 없는 주체의 선한 의지가 타자의 발견을 통해 어떻게 새로운 테제를 형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친 소설이란 평을 받는다.  김주영기자 us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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