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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굿을 하고 문재인은 인민군의 아들이란다. 깜깜이 선거가 시작된 13일부터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근거 없는 소문이 떠돌고 있다. 마지막 주말을 남긴 대통령 선거는 이번 주말이 말 그대로 최후의 결전일이다.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된 '블랙아웃'기간 동안 박빙의 승부는 일촉즉발의 상황이기 마련이다. 어느 한쪽에서 실수가 나오기만 하면 승부는 끝이다. 그래서 이 기간 동안 근거 없는 오만가지 소문이 빛의 속도로 확산된다.

 선거는 흔히 민주주의의 꽃이라 하지만 수사에 불과한 이야기다. 원칙적으로야 선거야 말로 유권자의 사회적 자기결정권 행사이지만 실제 선거판은 글쎄다. 실제로 유권자들은 후보자 중에서 한 사람을 선택할 때에 그에 대한 객관적 기록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인상에서 풍기는 느낌을 평가하거나 말이나 행위를 두고 선택한다. 혹자는 대부분의 경우 선호하는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투표장에 가는 사람보다 싫어하는 사람을 떨어뜨리기 위해 투표장에 간다는 극단적인 말도 한다. 이정희의 경우가 그렇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카네만 교수는 인지심리학을 바탕으로 이를 구체화했다. 인간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라는 말은 교과서에 있을 뿐, 사실은 감정적이고 즉물적이라는 주장이다.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이야기지만 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공약이나 정책보다 거리에 나가 포옹하고 악수하고 때로는 눈물을 보이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후보들이 노리는 것은 바로 유권자의 심리다. 포옹이나 악수나 선동은 지극히 감정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어서 언제나 변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인간의 인식체계는 어처구니없게도 변화를 싫어한다. 그래서 한번 인지한 감정적 정보는 쉽게 변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인지한 정보에 유리한 부분만을 섭취하는 편식성까지 가진다. 자신이 지지하는 특정후보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가진 경우 그에 대한 불리한 정보는 가능한 귀를 닫고 눈을 감아 버리는 경향이 그렇다. 바로 착각심리다.

 후보자 역시 착각심리에 자유롭지 않다. 이번 대선처럼 여론조사에서 박빙의 승부가 이어지면 후보들은 점차 환상에 빠진다. 여러 정보 중에서 자기에게 유리한 정보만을 수집하고 신뢰하는 편향 심리 때문이다. 웃으며 악수해 주는 모든 사람, 격려의 말을 건네 오는 모든 사람이 투표 당일 자신을 선택할 것이라는 환상을 가진다. 환상에 빠진 후보자들은 자신의 정치적 역량에 대한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해 공약이나 정책적 측면에서의 미비점을 보완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이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것이 네거티브나 흑색선전이다. 한방만 터트리면 '골든크로스'를 돌파할 것 같은 유혹에 밤을 도와 음모를 꾸미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말이다. 지금까지 중계방송처럼 이어진 여론조사는 얼마나 정확할까. 우리는 몇차례 여론조사의 오류를 경험했고 출구조사까지도 잘못된 사례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우세하다고 믿는 후보측이나 역전이 가능하다는 믿음을 가진 후보측 모두가 그 근거를 여론조사 수치에 두고 있다. 하기야 마지막까지 단일화라는 특이한 프레임에 대선판을 어지럽힌 안철수의 경우도 마지막까지 붙잡고 늘어진 동아줄이 여론조사이고 보면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여론조사이기도 하다. 문제는 표본조사를 근거로 한 여론조사가 전체를 읽을 수 있느냐는 점이다.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요리사가 음식의 간을 볼 때 한 방울의 국물로 전체 간을 맞춘다는 예를 근거로 여론조사의 정확성을 이야기 하지만 국물의 온도나 혀의 상태에 따라 낭패를 본 요리사들도 적지 않다는 점은 간과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심리학자인 데릴 허프는 '새빨간 거짓말, 통계'라는 저서에서 여론 조사에 의한 여론조작 폐단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통계 조사는 객관성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반면에 자칫하면 거짓말을 정당화 할 수 있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민심을 '읽는' 표본조사가 조작이나 오류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일찍부터 사회심리학자들의 주요 연구과제였다. 대표적인 오류유형으로 '밴드웨건 효과'와 '언더독 효과'가 있다. 이같은 효과는 대체로 후보간의 지지율이 상당한 격차를 보일 때 유효하다. 이 때문에 이번 대선의 경우 여론조사에서는 밴드웨건 효과나 언더독 효과를 낳지 않은 독특한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문제는 바로 그 지점이다. 표 쏠림이 희박한 상황에서 며칠간의 '블랙아웃'은 후보간간에 네거티브의 유혹이 최고조에 오르기 마련이다. 굿을 했다거나 '빨갱이'거나 뭐라 하든 확인할 길이 없다. 다만 그 피해는 앞으로의 5년이라는 국민의 삶이 감당해야 하기에 답답하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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