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근혜 당선인의 첫 인사를 두고 정치권이 시끌하다. 문제는 입이다. 언제나 입이 화근의 시작이자 끝이라는 말이 실감 나는 대목이다. 대탕평 인사를 통해 국민대통합 시대를 열겠다는 당찬 각오가 극우 논객 윤창중씨의 수석대변인 발탁으로 사라졌다고는 보지 않는다. 문제는 그가 박 당선인의 입이 된다는 이야기다. 최근까지도 그는 야권과 문재인 민주통합당 전 후보, 야권 지지층에게 막말을 쏟아냈다. 종북과 선을 긋고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세력과 타협할 수 없다는 소신에는 박수를 보내지만 박 당선인을 지지 하지 않는 국민 모두를 반(反)대한민국세력으로 몰아붙이는 편협성이 문제라는 이야기다.

 윤창중은 대선이 끝난 다음날 '국가 중심세력이여 영원하라'는 칼럼을 통해 "박근혜의 승리는 '대한민국 세력'이 '반(反)대한민국 세력'과의 일대 회전에서 승리한 것"이라며 "반(反)박근혜 세력이 국민의 절반이나 된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단칼'로, '한방'으로 박근혜 정권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놀라운 이분법이다. '정치적 창녀' 발언부터 안철수를 어린아이로 치부하는 발언까지 그의 독설은 치사량을 넘어섰다. 당연히 민주당이 가만 있을 리 없다. 민주당은 연일 박근혜 당선인을 향해 윤 수석대변인 임명 철회를 요구했다. 정성호 대변인은 논평에서 "박 당선인의 첫 인사여서 말을 아끼려 했지만 당선인의 철학과 의중을 국민에게 전달하는 수석대변인에 야권을 반(反)대한민국 세력으로 매도해온 사람을 임명한 것은 독선의 표현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보면 야당의 공세도 어설프기 짝이 없다. 대선기간 내내 야권의 입도 거칠기는 별반 다름이 없었다. 나꼼수를 통한 독설이나 대변인이나 폴리널리스트들의 활약상은 도토리 키 재기 수준이었다.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이적단체 출신에다 민노당 대변인을 역임한 박용진을 선거판 내내 민주당의 입으로 나팔을 불게 했던 야당이 권력에 아부하는 정신적 미숙아 수준의 보수꼴통 폴리널리스트를 욕하는 것도 우습기는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대체로 선거가 끝나면 선거기간 동안의 온갖 시비는 털어버리는 게 맞는다고 이야기 한다. 물고 늘어져 끝판을 보려고 한다면 우리 정치는 허구한 날 거친 입과 삿대질로 밤을 새워야 할지 모른다. 그런데 말이다. 윤창중 문제는 덮고 넘어갈 일은 아닌 것 같다. 그의 행적과 그의 발언, 그의 글을 뒤적여보면 박근혜 시대의 입이 되기에는 아무래도 함량미달이다.

 윤창중이 누구인가. 코리아타임스에서 언론사 생활을 시작한 그는 KBS와 세계일보 등에서 기자생활을 하다 노태우 정권 때 청와대에 입성했다. 이후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언론담당 보좌역에서 문화일보 논설위원으로 언론과 정치권을 줄타기했다. 과거 이력이야 어쨌든 지금 그의 모습은 어떤가. 박근혜 정부 참여에 대해 자신에 대한 모독이라 발언하고 자신의 발언과 글은 모두 애국심의 소산이라고 이야기 했던 그는 야권이 거칠게 반발하자 고개를 숙였다. 그는 자신의 수석대변인 임명에 대해 비난이 거세지자 직접 마이크를 잡고 "제가 쓴 글과 방송에 의해 마음의 상처를 입은 분들께 송구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사과했다. 소신이 사과로 바뀌는 순간이다.

 대변인이라는 자리는 색깔이 분명해야 한다. 당선인이 자신의 생각을 전달할 사람으로 극우노선의 대변인을 택한 것을 나무랄 일은 아니다. 수석대변인 아래 남녀대변인을 두고 정부 인수위를 이끌어 가겠다는 것은 당선인의 소신이다. 문제는 극우 소신이 대변인이 되는 순간 사과할 일로 드러난다면 윤창중의 소신은 권력의 향수에 옷을 벗는 천박한 위장화법이 된다는 이야기다. 그 정도의 소신, 그 수준의 철학이 대한민국 운운하며 보수나 우파를 대변하는 것처럼 떠들었고 그 말과 그 글에 착시 현상이 생겨 수석나팔수로 손을 잡았다면 불행한 일이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권력의 정점은 언제나 고독하기에 섣부른 예단은 삼가키로 하자. 권력에 아부하는 소신이 아니라 자신의 철학이 녹아 있다고 믿어보자. 사과는 적어도 당선인의 짐을 덜어 주기위해 소신보다 무거운 책임으로 숙인 고개라고 믿어 보자. 적어도 아부와 아첨의 달콤함에 혀를 맡길 당선인이 아니라고 믿기에 첫 인사의 논란을 이쯤에서 접어두자.

 흔히 성공한 지도자는 인사의 달인이자 용인술의 귀재라고 이야기 한다. 그 대표적인 사람이 링컨이다. 링컨이 집권했을 당시 미국은 극단적인 양극화 시대였다. 날선 좌와 우가 대립했던 시대, 링컨은 온건한 중도적 정책과 인사가 성공적인 대통령직 수행의 요체임을 잘 인식했다. 반대파인 에드윈 스탬턴을 전쟁부장관에 임명하고 맥클렐런 장군을 중용해 정치적 경쟁자들로 내각을 구성했다. 링컨을 벤치마킹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성공한 대통령이 되는 길은 자신의 소신을 관철할 입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시대의 상황인식과 비전제시에서 나오는 법이라는 이야기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